<론스타> 검찰이 밝힌 외환銀 헐값매각 진실
[연합뉴스 2006-12-07 14:23]
론스타 검찰 수사결과 발표

론스타 `먹튀' 위해 치열한 로비…변양호-이강원 `공동 주연'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 2003년 외환은행이 미국계 펀드 론스타에 매각된 배경에는 한국의 대형은행을 헐값에 사들인 뒤 단기간에 팔아치워 이득을 보려는 론스타의 치밀한 각본과 음모가 숨어있었던 것으로 7일 검찰 수사 결과 최종 확인됐다.

검찰 발표대로라면 우리 금융정책당국 책임자는 해외펀드의 투자를 빙자한 투기를 견제하기는커녕, 로비스트에 매수돼 토종 은행의 `헐값 매각 드라마'의 공동 주연이 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먹튀' 노린 치열한 로비 = 검찰에 따르면 론스타는 한국의 대형은행을 헐값에 사들이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은 서울은행 인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2002년 7~8월. 브랜드 가치가 높고 해외 영업망을 잘 갖췄으며 경영상태가 양호한 게 눈독을 들인 이유였다.

작전의 시동은 스티븐 리 론스타코리아 대표가 걸었다. 스티븐 리는 2002년 7월 살로먼스미스바니(SSB) 김모 대표와 재무자문 계약을 맺은 뒤 김씨를 통해 변양호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김석동 금감원 정책국장에게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김대표와 변국장, 김국장은 모두 경기고 동문. 이심전심이 가능한 사이였다.

스티븐 리는 두 달 뒤 변국장에게 "투자한도는 10억 달러"라고 통보했고 김대표는 변국장을 수차례 만나 론스타가 10억 달러에 은행을 매입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청탁했다.

같은 해 10월 론스타는 10억달러로 은행 주식 51%를 매입한 뒤 단기간에 제3의 은행에 되팔아 차액을 챙긴다는 `출구(EXIT)'전략을 세웠다. 이른바 `먹튀'작전을 구체화한 것이다.

11월엔 변국장이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에게 "론스타의 뜻대로 10억 달러 정도에 인수할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다.

해를 넘겨 2003년 2월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가 행장직 보장을 집요하게 요구하던 이행장에게 "은행 인수 뒤에도 행장을 계속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이 때부터 이행장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조작이 본격화됐다.

4월에 접어들어 은행측과 본격적인 가격협상이 시작되자 스티븐 리가 다시 나섰다. 그는 변국장과 친한 하종선 변호사를 통해 "변국장과 은행 주가 문제를 상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은행 주식 가격을 론스타가 원하는 대로 결정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스티븐 리는 또 이행장에게 "외환은행 대주주인 코메르츠뱅크측에 은행이 절망적인 상태임을 보여달라"고 요구했고 이 행장은 코메르츠뱅크에 최악의 BIS 비율 2.88%를 제시하면서 완전감자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이 행장의 과장 섞인 위협을 계기로 코메르츠뱅크도 매각 협상을 수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 무렵 금감원 실무진들이 변국장에게 사실상의 수의매각 협상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공개매각 협상을 건의했으나 묵살당했다.

5월6일 스티븐 리는 하변호사와 함께 변국장을 만나 "은행 주식을 신주 4천원, 구주 5천원 미만에 인수하게 해달라"고 부정한 청탁을 했고 변 국장이 이를 수락해 결국 신주는 4천~4천100원, 구주는 5천원 이상에 매각키로 합의했다.

이들 3명의 움직임은 6월 들어 더욱 바빠졌다. 론스타가 금융기관인 ABN 암로와 합작 방안을 거부하면서 (은행 대주주) 예외승인 자격을 얻는 문제가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그러나 론스타의 뜻대로 변국장과 이행장이 척척 움직여줬다.

7월15일 변국장이 금감위ㆍ금감원ㆍ외환은행ㆍ론스타 관계자 등을 불러모아 문제의 `10인 회동'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행장은 외환은행이 증자에 실패하면 2003년 말 BIS 전망치가 5.42%로 하락해 시정조치 대상이 될 것처럼 보고했고 결국 1주일 뒤 부실을 부풀려 2003년 말 BIS 전망치를 6.16%로 왜곡해 금감원에 보냈다.

BIS 비율 6.16%는 부실을 과장해 산출된 자산ㆍ부채 실사 결과를 활용했다. 당시 외환은행의 모든 잠재 부실이 2003년 말에 한꺼번에 실현된다는 비현실적 가정 하에 산정된 수치였다.

이어 금감위도 별도의 심사를 거치지 않은 채 과소평가된 BIS 전망치만을 토대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예외승인을 인정해줬고 결국 2003년 9월26일 금감위 본회의에서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은행 대주주 자격) 예외승인을 의결했다.

1년여에 걸친 론스타의 치열한 로비와 이에 넘어간 변 국장, 행장직 보장을 원하던 이강원 행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건실한 은행이 해외 투기 자본의 손아귀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론스타 검찰 수사일지

◇ 론스타-변양호-이강원 `손발 척척' = 론스타 측에선 스티븐 리와 유회원씨가 전면에서 로비를 진두지휘했다. 스티븐 리와 유씨는 사실상 은행 매각 결정권을 지닌 변양호 국장과 이강원 외환은행장을 카운터파트로 정하고 SSB 김대표와 하종선 변호사를 `로비스트'로 활용했다.

결국 스티븐 리와 유씨가 변 국장과 이 행장에게 접근했고 세 당사자가 `외환은행의 조기 헐값 매각'이라는 큰 틀에 맞춰 손발을 맞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변국장은 외환은행 측에 협상을 은밀히 진행하고 금감원에도 알리지 말라고 했으며 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이나 한국은행에 아무런 협의도 거치지 않는 등 비밀을 철저히 유지했고 이 행장은 협상 기밀을 론스타측에 수시로 제공하는 등 기본적인 룰조차 지키지 않았다.

스티븐 리가 법무 자문사 소속 변호사에게 이행장을 "매수인에게 협조적인 아주 드문 매도인"이라고 치켜세울 정도였다.

검찰은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 본질과 관련해 "변양호, 이강원씨가 공모해 매각 대상이 아니었던 외환은행의 부실을 과장해 자산 가치를 의도적으로 저평가하고 론스타에 불법적으로 인수 자격을 부여토록 해 외환은행을 헐값에 팔았으며 이는 업무상 배임"이라고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eyebrow7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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