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파문에 대하여 정확한 사실관계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뉴라이트’가 정확히 어떤 가치들을 내세우고 어떤 사람들이 ‘뉴라이트’를 표방하며 행동하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 뉴라이트를 표방하는 사람들이 펴낸 대안교과서에서 4.19 혁명을 4.19 학생운동으로, 5.16 쿠테타를 혁명으로 표현되었다.
- 대안교과서에서는 일제시대를 근대문화를 성공적으로 이식시켜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앞당긴 측면을 강조한 반면, 우리나라의 자주적 독립운동에 관해서는 극히 단편적인 몇 문장을 서술하는데 그쳤다.(내가 읽은 기사에 따르면 40쪽대 7줄(!)이라고 기억한다.)
- 한나라당 대변인은 대안교과서를 ‘학문적 진일보’라면서 높이 평가했다.
-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를 비판적으로 보도했지만 몇몇 신문들은 뉴라이트 교과서 포럼이 일부 단체의 난동으로 엉망이 되었다는 보도가 주류를 이루었다.
내가 이전에 막연히 ‘뉴라이트’에 대하여 가졌던 이미지는 소위 ‘진보’라고 하는 쪽의 행동이나 주장에서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 같은 것이었다. 그 후에도 ‘뉴라이트’에 대하여 크게 관심은 갖지 못하였다. 가끔 한나라당에 참여하여 연대하는 듯한 모습을 보기도 했었는데 ‘뉴라이트’라는 이미지가 이런 식으로 깨져 버리다니...
박정희에 대하여 긍정적 평가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이승만 정권에 대하여도 국제정세에 따른 불가피한, 최상의 선택을 한 측면이 있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일부 있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일제시대에 대하여도 지금의 잣대로만 친일파라고 단죄하기 어려운 측면이 분명히 있었고 일제시대라고 모든 민중의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지만은 않았다는 사실도 인정한다. 이 모든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이번 뉴라이트 대안 교과서는 도저히 상식 차원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대한민국 역사의 어두운 면은 강조하면서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독재체제에 대하여는 어떠한 비판도 없이 자주적 측면을 높이 평가하는 비상식을 정반대의 비상식으로 뒤엎으려 한 것인지...
나는 수구꼴통, 조중동 식의 소위 ‘진보’진영에서의 구분짓기에 심한 거부감이 있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의 소위 ‘보수’를 표방하는 세력의 역사인식 수준과 수구꼴통, 한나라당(물론 전체는 아니겠지만), 일부 언론의 보이지 않는 이어짐이 그러한 구분짓기에 더 힘을 실어주는 것 같아 씁슬한 생각이 든다. 제발 이번 대안교과서 포럼이 ‘뉴라이트’ 전체의 인식과 수준을 반영한 것이 아니기를 간절히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