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론스타의 모순

[머니투데이 임동욱기자]

"여러 차례 출국을 보장해주면 한국에 입국해 검찰 수사에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이 최근 미국 현지에서 한 국내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론스타 측이 검찰소환에 불응하고 있다는 한국 검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며 한 말이다. 더구나 그는 검찰이 포퓰리즘을 부추키고 있고 '검찰의 미국정부에 대한 범인 인도요청'이 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까지 했다.

이쯤되면 사모펀드 론스타는 한국검찰을 일개 '사설탐정' 정도로 여기고 있는게 아닐까. '신문내용을 미리 알려주고 미국으로의 출국을 보장하라'는 요구는 '시험문제를 먼저 알려주고 시험의 합격도 보장해달라'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사실상 '시험을 볼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이런 요구를 하는 사람도 없겠지만, 그런 요구를 들어주는 비정상적인 사회시스템은 더더욱 없다.

그레이켄 회장은 '(론스타를 건들면)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친절한 조언도 해 줬다. 그렇다면 국내 대기업의 미국법인 임원들이 미 법무부로부터 담합 혐의로 현지에서 징역형을 받은 것 역시 한ㆍ미 양국간 외교 차원의 문제라는 것일까. '한국의 법 위에 미국의 힘이 있다'는 식의 그들의 오만함은 한국의 시스템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검찰은 론스타의 경영진이 합병에 앞서 외환카드의 유동성 위기를 일부러 심화시키고 허위 감자계획을 유포해 주가 폭락을 유도한 혐의를 잡고 있다. 그러나 론스타는 정치적 목적으로 외국인의 성공적 투자를 굴복시키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아직 론스타의 범죄여부는 가려지지 않았다. 론스타 측의 주장대로 억울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무죄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론스타는 당당히 수사에 협조하고 자신의 결백함을 밝히는데 나서야 할 것이다. 정면으로 나서지 못하고 뒤에 숨어 한 마디씩 던지는 그들의 언행은 어느 누구에게도 신뢰감을 주지 못한다.

한국의 법적 시스템을 믿지 못하는 그들이 어떻게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할 수 있었는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임동욱기자 dw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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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6-11-15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하고 싶던 말을 속시원히 써준 기사같다. 론스타 회장의 외교문제 운운하는 거만한 협박성 발언을 친절하게 전하면서 이를 두둔하는 듯한 논조를 보이는 ㅈ신문도 정신좀 차렸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