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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까, 먹을까 - 어느 잡식가족의 돼지 관찰기
황윤 지음 / 휴(休)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공장식 축산(밀집사육)과 지나친 육식의 문제점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찍기 위해 돼지를 관찰한 이야기, 우리나라의 공장식 축산업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
우리가 생각없이 먹는 고기가 실은 살아있는 동물의 사체이며, 그 동물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기쁨과 슬픔, 고통과 두려움을 가진 생명체라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또 우리가 육식을 하기 위해 살아있는 생명을 가둬 밀집사육 하면서 얼마나 잔혹한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직시하게 한다.
책 속에는 우리나라의 축산업에 대해 저자가 발로 뛰며 보고 경험한 현실부터 외국의 여러 사례와 통계결과까지 다양한 자료가 포함되어 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인간인 게 부끄럽고, 생태계에 해를 끼치지 않는 윤리적인 식습관이 무엇일지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된다.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큰 울림을 준 책 중 하나.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 우리는 정말 우리가 먹을 음식을 선택할 권리를 보장받고 있나? 식당, 급식, 방송, 광고... 온통 육류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우리가 선택하는 음식들은 정말 우리의 선택인가, 아니면 시스템이 강요하는 선택인가? 공장식 축산이 아닌 농장에서 인도적으로 기른 동물을 먹을 권리는 주어지는가? 또 동물을 먹지 않을 권리는 존중되는가? 다른 것을 먹을 선택권은 주어지는가? (119쪽)
- 도살장과 자동차 조립 라인은 자동화, 기계화, 분업화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차이가 있다면 자동차 공장은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면서 부품에서 완성된 자동차로 '조립'되어 가지만, 도살장은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면서 하나의 온전한 생명체가 조각조각 '해체'되어 간다는 점이다. (139쪽)
- '무엇을 먹느냐'는 오랜 세월 권력의 문제였고 또한 취향의 문제였는지 모르지만, 어느순간 윤리와 정의의 문제가 되었고, 이제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중략) 인간이 할 일은 분명하다. 덜 키우고, 덜 먹고, 생명을 생명으로 대우하는 일. 개인의 변화는 물론 법과 제도의 변화로 더 큰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다. (231쪽)
- 고기를 먹기 위해선 누군가는 동물을 죽여야 한다는 전제를 우리는 너무 쉽게 잊는다. (281쪽)
- 아이들의 먹을 권리를 논하기 전에 이 사회가 알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동물이 어디서 어떻게 사육되고 도축되는지 알려주는가? 공장식 축산과 육식 위주의 식습관이 지구와 우리 자신을 병들게 하고 지구촌 이웃들을 기아와 빈곤으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알고 있는가? 무엇을 먹어야 사람과 동물, 지구가 건강할 수 있는지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가? 부모와 학교의 잘못이 아니다. 어른들조차 알 권리를 존중받지 못한 채 살아왔다. (340쪽)
- 우리는 비인간 동물들의 편에서 증언자가 되어야 한다. 여성의 몸을 출산도구, 성욕 만족의 도구로 보는 폭력에 저항하여 여성들은 '나의 자궁은 나의 것'이라 외친다. 그렇다면 동물의 몸을 출산도구, 고기생산 도구로 보는 폭력에 저항하여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자궁은 나의 것, 그리고 너의 자궁은 너의 것'이라고. (35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