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모 ㅣ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점점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학창시절에 어느 선생님이 시간의 속도가 10대일 때는 10km, 20대일 때는 20km, 30대일 때는 30km.... 이런 식으로 점점 빠르게 흘러간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는데, 요즘은 정말 그 말이 옳다는 것을 실감하며 산다.
하지만, 한 번도 내가 시간을 도둑맞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어른이 되면서 할 일이 많아지고, 해야 할 일도 많아지며, 챙겨야 할 사람과 일들도 많아지기 때문에 일어나는 당연한 현상이며,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라 믿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회색 신사가 우리들 마음 속에 실제로 존재하며, 그로 인해 알지못하는 순간에 나의 시간과 영혼이 잠식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회색 신사는 우리들 마음 속의 집착과 조급함, 승부욕, 물질만능주의의 다른 이름 아닐까...?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생각, 모든 가치 판단을 "유용성"에만 두고 영혼과 마음, 삶의 진실 따위는 어찌 되어도 좋다는 그 이기심이야말로 모모가 물리치려 애썼던 그 회색 신사가 아니었을까 말이다...
내가 담임하고 있는 중학교 1학년 학생들도 점점 회색 신사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스스로 노는 법,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잃어버리고 시키는 공부, 시키는 놀이에만 적응하고 있고, 어른들은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여 교육에 열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함께 해주지 못하는 시간을 보상받으려고 아이들을 학원으로, 독서실로 내몰고 있는 듯 하다. 어쩌면 나 역시 시험성적으로, 수행평가로 아이들의 시간과 자유를 제한하는 회색 신사의 모습을 하고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현실 속에서 교사인 내가 모모의 역할을 맡는 것은, 아이들을 위하는 것일까... 아니면 아이들을 현실 낙오자로 만드는 것일까...
환상과 동화의 형식을 빌려 내용을 전개하고 있지만, 이 책은 단순한 이야기를 담고있는 그저그런 동화가 아니다. 이 책을 정신없이 읽고난 후 난 아직도 긴 고민에 빠져있다.
도둑맞은 나의 시간과 아이들의 시간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