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박완서 지음 / 창비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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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과 죽음은 모든 사람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평소엔 까맣게 잊고 살다가도 누군가의 죽음에 맞닥뜨리거나 내 몸이 어딘가 고장났다고 느끼면 그 두려움은 실체를 드러내곤 한다. 아마도 그 두려움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것이겠지...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늙음이라는 것이, 또한 죽음이라는 것이 그렇게 두렵고 피하고 싶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리 글재주가 좋아도 연륜까지 타고날 수는 없는 법, 박완서는 타고난 글재주에 연륜이 쌓이면서 점점 더 깊어지는 삶의 지혜까지 합쳐져 읽는 사람을 빨아들이는 빼어난 수필을 우리 앞에 보여주고 있다.

얇은 책이지만 두고두고 천천히 한 편씩 소리를 내어 읽어내려갔다. 가끔 고개를 끄덕이고, 가끔은 잠시 허공을 응시하면서... 생각보다 오래 걸려 읽었지만 읽은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은, 행복 충만한 시간이었다. 나도 그렇게, 깊은 지혜와 안목을 함께 지니고 늙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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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고로야, 고마워
오타니 준코 지음, 오타니 에이지 사진, 구혜영 옮김 / 오늘의책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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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단원의 제목은 "생명은 왜 소중한가?"이다.

이 현학적인 단원을 가르칠 때면 나는 항상 애를 먹는다.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을 즉각적인 "호감"과 "비호감"으로 나누고, 비호감 인물을 왕따시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생명존중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다가 이번 학기에 내가 생각해낸 방법이 바로 "다이고로야, 고마워."를 함께 읽어보고 소감을 서로 이야기해 보는 것이었다. 책에 나와있는 다이고로의 사진 몇 장과 이야기 몇 개를 프린트 해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고 시간을 주어 읽어보게 했다. 그리고 소감을 자유롭게 이야기해 보도록 했다.

솔직히 내가 생각했던 방향으로 아이들의 반응이 나와주지는 않았다. 아이들은 단순히 까만 눈망울의 다이고로 사진을 신기해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고, 일부 아이들도 사지에 장애를 가진 원숭이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한 식구가 되어 기뻤다는 수준에서 머물렀을 뿐 다이고로의 이야기를 통해 생명의 존엄성을 깨닫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고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생각했던 방향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수업이 실패했다거나, 이 책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장애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해 준다는 것이다. 한 학생은 "오체불만족"의 오토다케 사진은 좀 징그러웠는데 이 책의 다이고로는 귀엽다고 이야기를 했다. 아마 사진의 주인공이 "사람"과 "짐승"이라는 차이점 때문에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사지에 심각한 장애를 입은 원숭이 사진을 징그럽다고 생각하지 않고 "귀엽다"고 느낄 수 있는 것.. 이것이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생명에 대한 존중의 마음가짐을 갖는 첫걸음 아닐까?

아이들이 이렇게 서서히 마음 속의 편견을 깨고 장애와 비장애, 인간과 인간 아닌 것의 경계를 허물어 생명있는 것들을 모두 소중히 여기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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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살아 계실 때 꼭 해드려야 할 45가지
고도원 엮음, 김선희 그림 / 나무생각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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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도 이제 30대 초반을 넘어 서서히 중반으로 나아가고 있다.

친구나 직장 동료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부음도 종종 듣는다. 작년에는 큰아버지가 돌아가시기도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더니 큰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니 부모님과 함께 할 시간이 실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조급한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이 책은, 나처럼 늙어가시는 부모님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자식들이 부모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쉽게, 자상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수필이라는 편안한 형식 속에 담겨있는 각각의 내용들은 부모님과 나 사이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고, 부모님의 늙음을 안까타워만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엇을 함께 해야 할 지를 일러주고 있다. 사소하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대부분이어서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며 책을 읽어나갔다.

특별한 사상과 메시지가 담긴 책은 아니지만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선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효도라는 것이 큰 돈과 시간이 드는 게 아니라는, 단순하지만 잊기 쉬운 진리도 배울 수 있다. 오랜만에 마음 훈훈한 독서를 한 듯 해 마음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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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교육의 파시즘 - 노예도덕을 넘어서 프런티어21 1
김상봉 지음 / 길(도서출판) / 2005년 10월
품절


도덕교육이 덕목과 가치의 일방적 주입이 아니라 덕목과 가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과정이 되고 이를 통해 가치를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정립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과정이 될 때에만 국가가 실시하는 도덕교육은 이데올로기 교육으로 전락할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108쪽

현실의 총체적 인식 없이 도덕만을 주입하려 할 때, 그런 도덕은 현실에 뿌리박지 못하는 까닭에 맹목적 몽상을 벗어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도덕교육이 스스로 생각하고 돌이켜 생각하며 더불어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주지 않으면서 도덕적 규범들을 단지 그것이 규범이라는 이유만으로 강요할 때, 그것은 정신적 폭력 이외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139쪽

과연 도덕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자면 도덕은 자유와 같은 말이다. 도덕적이 된다는 것, 그것은 자유로워진다는 것, 참된 의미의 자유를 실현한다는 것과 다른 말이 아니다.-153쪽

걸어봄으로써만 걷는 법을 배울 수 있듯이, 자유의 능력 역시 오직 자유롭게 사유하고 행위해봄으로써 길러질 수 있다.-200쪽

도덕교육은 마지막 단계에서는 아무리 공허하고 추상적으로 보인다 할지라도 현실을 총체성 속에서 사유하도록 자극하지 않으면 안 된다.-243쪽

문제는 무엇이 그 자체로서 좋으냐 나쁘냐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가 하는 것이다. ((중략)) 도덕교육은 학생들을 자유와 예속의 기로에 세우고 그들로 하여금 그 사이에서 자기의 실존을 걸고 결단하는 연습을 하게 해야 할 것이다.-2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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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한 생각
마하트마 간디 지음, 함석헌 외 옮김 / 호미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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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속이는 능력은 다른 사람을 속이는 능력보다 엄청나게 크다. 지각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이 사실을 인정하리라.-61쪽

짐승과 같이 행동하는 사람은 짐승보다 더 나쁘다. 짐승 같은 행위는 짐승에게는 자연스럽겠지만 인간에게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133쪽

우리는 큰 일을 생각하지 말고, 선한 일을 생각해야 한다.-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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