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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고로야, 고마워
오타니 준코 지음, 오타니 에이지 사진, 구혜영 옮김 / 오늘의책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내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단원의 제목은 "생명은 왜 소중한가?"이다.
이 현학적인 단원을 가르칠 때면 나는 항상 애를 먹는다.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을 즉각적인 "호감"과 "비호감"으로 나누고, 비호감 인물을 왕따시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생명존중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다가 이번 학기에 내가 생각해낸 방법이 바로 "다이고로야, 고마워."를 함께 읽어보고 소감을 서로 이야기해 보는 것이었다. 책에 나와있는 다이고로의 사진 몇 장과 이야기 몇 개를 프린트 해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고 시간을 주어 읽어보게 했다. 그리고 소감을 자유롭게 이야기해 보도록 했다.
솔직히 내가 생각했던 방향으로 아이들의 반응이 나와주지는 않았다. 아이들은 단순히 까만 눈망울의 다이고로 사진을 신기해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고, 일부 아이들도 사지에 장애를 가진 원숭이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한 식구가 되어 기뻤다는 수준에서 머물렀을 뿐 다이고로의 이야기를 통해 생명의 존엄성을 깨닫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고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생각했던 방향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수업이 실패했다거나, 이 책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장애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해 준다는 것이다. 한 학생은 "오체불만족"의 오토다케 사진은 좀 징그러웠는데 이 책의 다이고로는 귀엽다고 이야기를 했다. 아마 사진의 주인공이 "사람"과 "짐승"이라는 차이점 때문에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사지에 심각한 장애를 입은 원숭이 사진을 징그럽다고 생각하지 않고 "귀엽다"고 느낄 수 있는 것.. 이것이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생명에 대한 존중의 마음가짐을 갖는 첫걸음 아닐까?
아이들이 이렇게 서서히 마음 속의 편견을 깨고 장애와 비장애, 인간과 인간 아닌 것의 경계를 허물어 생명있는 것들을 모두 소중히 여기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