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박완서 지음 / 창비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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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과 죽음은 모든 사람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평소엔 까맣게 잊고 살다가도 누군가의 죽음에 맞닥뜨리거나 내 몸이 어딘가 고장났다고 느끼면 그 두려움은 실체를 드러내곤 한다. 아마도 그 두려움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것이겠지...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늙음이라는 것이, 또한 죽음이라는 것이 그렇게 두렵고 피하고 싶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리 글재주가 좋아도 연륜까지 타고날 수는 없는 법, 박완서는 타고난 글재주에 연륜이 쌓이면서 점점 더 깊어지는 삶의 지혜까지 합쳐져 읽는 사람을 빨아들이는 빼어난 수필을 우리 앞에 보여주고 있다.

얇은 책이지만 두고두고 천천히 한 편씩 소리를 내어 읽어내려갔다. 가끔 고개를 끄덕이고, 가끔은 잠시 허공을 응시하면서... 생각보다 오래 걸려 읽었지만 읽은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은, 행복 충만한 시간이었다. 나도 그렇게, 깊은 지혜와 안목을 함께 지니고 늙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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