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 윤리과 수행평가
차우규 외 지음 / 백의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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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거의 모든 학교에서 수행평가는 과제와 태도의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과제는 교과에 따라 다시 몇 가지의 주제로 나누어지고, 태도는 발표, 수업태도 및 준비물 상태 등을 종합하여 평가를 한다.

처음 수행평가가 도입될 때는 학기별로 2회 정도 실시되는 지필평가만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데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고, 학생의 평소 학습동기를 유발하는 것이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수행평가는 아이들의 평소 학습동기를 유발하기보다는 점수 나쁜 아이들이 손쉽게 점수를 보충할 수 있는 수단, 객관성과 공정성이 결여된 선생 맘대로의 평가로 굳어지는 느낌이다.

나 역시 수행평가를 실시할 때마다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던 터라 방학을 이용하여 좀더 질높고 공정한 수행평가를 실시하려면 어떤 노력과 방법이 필요한 지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러나 책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책의 1/3 이상을 이론적 기초와 외국의 예를 드는 데 치중하고 있어 현장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수행평가의 예를 찾기는 어렵다. 게다가 나머지 분량에 초, 중, 고등학교 모두의 수행평가 방안을 차곡차곡 쌓아놓았는데, 역시 이론에 치우쳐 있어 실질적인 활용 방안을 찾고자 했던 나의 의도와는 어긋났다.

그리고 초등, 중등, 고등을 각각 한 사람씩 맡아 글쓰기를 했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한 사람의 이론이 올바르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나? 적어도 교육과정을 함께 만들었던 현직교사와 대학교수, 교육과정평가원의 연구원 등이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 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의도와 맞지 않는 책을 선택한 나의 잘못도 있지만, 정말로 수행평가와 관련해 일선 교사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책을 만들었다면 좀 더 다양한 예와 방법을 보여주고,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책을 덮고나서도 마음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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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반양장) 반올림 1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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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는 어느 날,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친구 재준이 엄마의 전화를 받는다. 재준이 엄마는 일기장 한 권을 건네주며 자신은 도저히 못 읽겠으니 대신 읽은 후 이야기를 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집으로 돌아와 일기장을 펼친 유미, 일기장 첫 장에는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책은 유미가 친구 재준이의 일기를 읽으며 재준이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을 경험한 뒤 유미가 겪는 마음의 고통, 죽어가는 친구를 위해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등이 잘 드러나 있다.

또한 일기 속에는 겉으로는 어리고 착한 학생이지만, 마음 속에 남몰래 깊은 사랑의 상처를 지니고 있던 재준이의 내면이 오롯이 담겨있다. 나이어린 학생이지만 진심어린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고, 거절당한 상처를 드러내지 못한 채 괴로워할 수도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이 책을 보며 새삼 깨달았다.

그러나 유미와 재준이를 각각 놓고 보면 감동적인데, 두 이야기가 어울려 있는 책 전반은 그다지 감명깊지 못했다. 두 아이가 서로의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는 과정은 허술하고, 일기와 회상이 반복되는 구성은 지루하며, 일기를 다 읽은 후 갑자기 재준이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유미의 변화는 엉성하다.

180페이지 밖에 안되는데 너무 많은 내용을 우겨넣으려 한 것도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작가는 이 짧은 소설 안에 결손가정의 문제, 학생을 이해할 줄 모르는 문제교사에 대한 비판, 학생의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 공교육에 대한 불만, 죽음을 경험한 청소년의 심리변화를 한꺼번에 담고 있다.

정작 재준이의 죽음과는 별 관계가 없는 이런 주제로 작가의 시선이 분산되다 보니 주요 주제인 "죽음"에 대해 깊이있는 성찰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첫머리에서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라는 도발적이고 진지한 질문을 던져놓고, 마지막에 "네 죽음의 의미는 내가 너를 다시 볼 수 없다는 뜻이지."라고 대답하는 것은 그야말로 '용두사미'라 아닐런지....

그리고 또 하나, 사소한 것이긴 하지만 요즘 중학교에는 사지선다형 문제도 없고, '정학'이라는 제도도 사라졌다. 문제는 모두 오지선다형이고, 정학 대신 교내봉사나 사회봉사와 같은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바뀐 것이 10여 년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사지선다형 문제를 풀고, 정학당한 동생 때문에 속상해하는 유미와 재준이의 모습은 현실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청소년 소설에서 죽음은 다루기 힘든 내용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부족하고 엉성하고 아쉬움이 많아도 주제를 다루고 의미를 천착해가는 작가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꺼번에 담으려 했던 많은 주제들을 하나씩 끄집어내어 깊이있게 다루면 감동과 재미, 교훈을 두루 갖춘 훌륭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으리라.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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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하늘말나리야 - 성인용 푸른도서관 5
이금이 글, 송진헌 그림 / 푸른책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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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 함께 달밭으로 이사오게 된 미르의 모습을 그리는 것으로 책은 시작된다. 미르는 다른 친구들의 가정과 전혀 다르지 않았던 자신의 집이 부모의 이혼으로 결손가정이 된 것이 불만이다. 미르는 새로 이사오게 된 동네에도 정을 붙이기 싫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미르 곁에 비슷한 상처를 갖고있는 친구들, 소희와 바우가 다가온다. 유복자로 태어난 뒤 엄마마저 재혼하여 할머니와 함께 살고있는 소희, 세상과 소통하는 창이 되어주던 어머니를 잃은 후 말문을 닫아버린 바우... 이 둘은 속사정은 다르지만 어쨌든 겉으로 보기에는 미르와 같은 결손가정의 아이들이다.

책은 이 아이들이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고 어떻게 서로 소통하게 되는지의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내 상처만 너무 아파 다른 사람은 돌아보지 못했던 미르가 소희와 바우를 통해 이해받고, 또 그들을 이해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성장해가는 모습은 읽는 사람의 마음을 저릿저릿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어쩌면... 삶은 상처난 마음을 기워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아이들은 너무 일찍 원하지 않는 상처를 받았지만 상처난 마음을 서로 기워 연결하고, 오히려 아름다운 우정으로 가꾸는 방법을 터득했으니, 행여 더 큰 상처를 받아도 잘 극복해갈 수 있지 않을까?

부디 그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밖은 까만 어둠이지만 마음 속에 환한 가로등이 켜진 듯 뿌듯하고 벅찬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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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한의사 손영기의 먹지마 건강법 - 개정증보판 마이너스 건강 1
손영기 지음 / 북라인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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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나는 텔레비전 홈쇼핑을 보다가 홍삼 관련 제품만 나오면 전화기를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곤 했다. 몸집은 뚱뚱한 편이지만 환절기만 되면 코피를 흘리곤 하는 남편을 위해 무언가 "보신"할 거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건강을 위해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고 기력을 북돋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플러스" 건강관에서 벗어나 "마이너스" 건강관을 가져야 몸이 건강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무엇을 먹고 보충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지 말고, 몸에 해로운 음식을 가려먹는 것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영양 과잉 상태에 살고있고, 더구나 각종 유해음식과 인스탄트 음식으로 몸이 더럽혀져 있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음식과 약을 먹어도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특히 이 책에서 금하라고 권하는 음식은 "밀가루, 우유, 계란, 인스턴트 음식"이다. 묵은 밀가루는 몸을 처지게 만들고, 소와 닭의 부산물이라 할 수 있는 우유와 계란 등에는 항생제와 같은 유해 물질이 축적될 가능성이 높으며, 인스탄트 음식은 숨어있는 설탕과 소금, 지방이 많아 하등 도움이 될 게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까? 저자가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음식은 "된장과 콩"이다.

사실, 책의 내용 자체는 굳이 건강에 관심없는 사람들도 다 알고있는 평범한 내용이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는 어느정도 사람들에게 충격을 줄 수도 있었겠지만, 워낙 웰빙이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이 책의 내용을 보고 충격을 받거나 몰랐던 사실을 새롭게 알게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듯 하다.

그러나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먼저 밝히고, 플러스 건강관에서 벗어나 마이너스 건강관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주장 자체는 매우 설득력있다. 건강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만한 책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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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 사회 귀족의 나라에서 아웃사이더로 살기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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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지식인들은 한국의 지식인들이 누리는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한국의 지식인의 대부분은 정치 현실과 동떨어져서 정치 현실을 비판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지식인임을 자랑할 수 있지만, 프랑스의 지식인은 그렇지 못하다. 우선 '그 자신이 속한 진영이 어디인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지식인들은 각자의 주관적인 입장을 전제로, 그 바탕 위에서 토론과 논쟁이 이루어지는 데 반해, 한국의 지식인들은 객관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들 생각한다. -138쪽

어쩌면 연대의식은 각 개인이 남을 바라보는 시선, 즉 나와 남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설정하는가의 문제로서 인간 내면의 문제로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199쪽

제3의 길은 한국이 갈 길도 아니고 또 갈 수 있는 길도 아니다. 뛰어넘을 구사회민주주의 경험도 없고 또 뛰어넘을 구좌파 정치 세력도 없다. 실업자가 200만을 넘나드는 상황에서라면, 제3의 길을 말하기보다는 신자유주의의 공세에 저항하면서 사회안전망을 확보하는 게 더 시급하다.-2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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