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마래 - 제14회 마해송 문학상 수상작 문지아이들 156
황지영 지음, 안경미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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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래의 엄마는 작가, 아빠는 사진작가. 마래가 태어날 때부터 육아 블로그를 운영해왔다. 작가인 마래 엄마는 '사교육 없이 공부 잘 하는 아이, 마래' '숲 속에서 자라는 아이, 마래'라는 책을 통해 육아, 교육전문가로 명성을 얻게 되고 강연 요청도 받게 된다. 앞으로 1년간 마래 학교를 쉬게 하고 홈스쿨링을 하며 캠핑카를 타고 전국일주를 할 계획도 갖고 있다. 캠핑카 전국일주 얘기는 마래를 주인공으로 한 책으로도 출판될 예정이다.

하지만 마래는 숲보단 아늑한 방이 좋고 캠핑카 전국일주보단 친구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며 평범하고 안정된 삶을 살고 싶다. 속도 모르고 자신을 부러워하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블로그에 공개된 포장된 삶이 아니라 자신의 속마음과 진짜 모습을 공개하는 마래, 하지만 평생친구라 생각하고 고백했던 서로의 비밀들이 공개되고 셋의 관계는 어긋나기 시작한다.

이 책은 마래 이야기 외에도 가정불화로 힘들어하는 다은이, 아동학대를 당하는 결이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보이는 삶이 그의 진짜 모습이 아닐 수도 있음을 환기시킨다. 과도한 사교육 때문에 힘든 줄로만 알았던 다은이는 사실 험한 욕설을 하고 물건을 던지기까지 하는 엄마 아빠의 부부싸움 때문에 괴로워하는 아이였고, 늘 차분하고 단단한 내면을 갖고있는 것 같았던 결이는 아빠의 매질을 견디는 아이였던 것이다.

무심결에 공개된 다은이의 비밀을 시발점으로 아이들은 서로의 비밀을 폭로하며 상처입히고 또 상처를 입기도 한다.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방법은 교활하고 악의적이어서 아이들은 그 상처를 제대로 봉합하지 못하고 멀어져간다.

하지만 때론 시간이 약이 되기도 하는 법... 상처를 통해 단단해진 내면을 갖게 된 세 아이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서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아직 여전하다는 걸 알게 되고 다시 평생친구로 돌아간다.

어쩌면 보여지는 나와 진짜 내가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차이가 본인의 선택이 아니라 부모로 인해 만들어진 거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마래, 다은, 결이는 부모 때문에 생긴 비밀, 부모로 인해 가려진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시작은 폭로였고 모함이었고 의심과 오해였지만 아이들은 그 상처를 온전히 견디며 진짜 자기 모습, 진짜 자기가 원하는 삶을 찾아 나간다.

결말이 살짝 성급하고 어설프게 느껴지긴 하지만 이야기는 참신하고 진지하다. 그러면서도 무겁지 않고 재치와 발랄함을 잃지 않는다. 부모와 함께 읽고 얘기를 나누기도 좋고 학교에서 한 학기 한 권 읽기용으로 활용하기에도 좋은 책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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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자 - '남성 마이너리티' 자의식의 탄생 20대 시리즈
천관율.정한울 지음 / 시사IN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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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대통령 지지도 조사에서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같은 세내 안에서 20%가 넘는 지지율 차이가 난 것이다.(20대 남성이 20대 여성보다 지지율이 20% 이상 낮게 나타남) 세대 간에 차이가 나는 경우는 있어도 같은 세대 내에서 이런 차이가 난 적이 없었기에 전문가들은 이 현상의 원인에 대해 나름의 분석을 내놓았다.

이 책은 시사잡지 '시사IN'과 여론조사기관인 '한국리서치'가 손잡고 특이한 현상을 보이는 20대 남자에 대해 208개의 설문을 통해 분석한 내용이다.

결론은 20대 남성의 25.9%가 매우 강한 반 페미니즘 정서+마이너리티 자의식(스스로를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라 여기는 의식)을 갖고 있으며, 이들이 젠더와 권력이 만나는 지점에서 강한 분노와 혐오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들(25.9%의 20대 남성)은 결혼,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처럼 명백하게 여성의 책임이 아닌 것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여성 관련 정책과 법 집행 결과에 반대하는 특이함을 보인다.

특히 이들은 자신을 차별받는 약자라 규정하기 때문에 양성평등 정책은 '평등'정책이 아니라 '남성에 대한 명백한 차별정책'이며 기성세대와 여성이 자신의 기회를 빼앗아 간다고 여긴다.

이 책은 208개의 설문조사 결과를 도표와 그래프로 도식화하고, 설문 결과를 자세하게 설명함은 물론 설문준비 과정도 상세하게 밝힌다. 대통령 지지율과 같은 정치적 사안 뿐 아니라 '82년생 김지영', '곰탕집 성추행' 사건을 둘러싼 젠더 갈등을 이해하는 데에도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22년차 중등 교사로서 약 10여년 전부터 남자아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여성혐오를 드러내고 마초+가부장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의아하고 지도하는 데 고민이 많았는데 그런 모습을 이해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 208개 문항에 이르는 광범위한 조사를 한 결과, 우리는 '권력이 남성을 차별한다는 의식'이 현상의 핵심이라고 지목했다. 20대 남자의 인식 세계에서 남성은 약자다. (중략) 이것은 남성 우위 사회에서 여성 우대 정책을 '역차별'로 인식하던 윗세대 남자들과도 결이 다르다. 남성이 약자라는 인식, 남성이 마이너리티라는 정체성이 등장했다. 그래서 역차별이 아니라 그냥 차별이다. 젠더와 권력이 만나는 지점이 핵심이다. (59쪽)

-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 문제처럼 보이는 것들이 알고 보면 사회구조와 환경의 영향일 수 있다. 지능, 학습 능력, 사회성 등 명백히 타고나는 것으로 보이는 능력들조차 그렇다. 그런 맥락을 무시하고 웬만한 귀인을 다 내부로 간주해버리는 건 쉽고 편하다. (중략) 이렇게 해서 우리는 '맥락이 제거된 공정'을 마주한다. '역지사지도 해보고, 상대 입장에 서보고,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상상하는, 앞뒤 맥락을 섬세하게 고려하는 작업'이 설 자리가 사라진다. (119~120쪽)

- 지금의 20대라면 386세대의 자녀들이라 할 수 있죠. 민주화를 경험하고 확대된 고등교육 기회를 누렸던 386세대가 키워낸 자녀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건 참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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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들이 마을 힘찬문고 53
류성렬 지음, 정성화 그림 / 우리교육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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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앞부분만 읽어주려다가 내가 홀딱 반해서 끝까지 읽어준 책이다.

꿈과 현실을 오가며 펼쳐지는 얘기인데 이야기 구조가 복잡하고 꿈과 현실에서의 인물 또한 다양하게 얽혀 있어서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동화라 보기 힘든 깊이 있는 묘사와 상징에 한번 빠지면 감탄하며 읽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특히 작가가 사투리를 실감나게 글로 옮기고 요즘은 잘 쓰지 않는 순우리말을 정성들여 발굴해 이야기 속에 녹여낸 점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 때문에 몇몇 표현은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문장의 앞뒤를 살피며 의미를 추측하고, 정 낯선 낱말은 찾아가면서 읽는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초등 5학년인 딸은 손바닥이 축축해질 정도로 긴장하기도 하고, 안타까움에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 눈물을 쏟기도 하면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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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게 - 제1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53
이나영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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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계가 이 세상에서 오직 너만 쓸 수 있는 십 분을 줄 거다. 그 대가는 네가 진심으로 행복했던 때의 기억이야. 어때, 거래를 하겠니?'

학원에, 숙제에, 시험준비에 늘 쫓기듯 바쁘게 지내는 윤아에게 시간 가게의 할아버지가 거래를 제안한다. 윤아는 급한 마음에 거래에 응하고 별 것 아니라 생각했던 기억들이 실은 삶을 지탱하는 큰 가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실 책 자체는 상을 받은 작품이라기엔 살짝 밋밋하지만 아이들이 삶의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 생각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초등 5학년 딸에게 너라면 거래를 하겠는지 물으니 단칼에 하지 않겠단다. 행복한 기억을 잃고 싶지 않고, 시간이 더 생겨도 딱히 급하게 할 일도 없다나...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잡힌 채 살고있는 게 아닌지 또는 아이에게 그럴 것을 강요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았다.

미래는 결국 수많은 현재의 집합,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미래에도 행복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소재와 주제 면에서 모모, 한밤중 달빛 식당, 통조림 학원 등과 살짝 겹치는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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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발랄 하은맘의 십팔년 책육아 지랄발랄 하은맘의 육아 시리즈
김선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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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얘기하면 명문대 합격 수기, 나쁘게 말하면 몹시 긴 자기 자랑 자식 자랑. 이런 식의 글쓰기가 먹힌다는 건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의 독서력(또는 독해력) 또한 바닥이란 걸 반증하는 것이다. 교육서적이란 포장을 걷어내고 가벼운 수필 정도로 생각한다면 읽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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