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꿈과 환상을 만들어파는 사업가 월트 디즈니 vs 인간가치를 꿈꾸게 하는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교양문고 VS 시리즈
박인하 지음 / 페퍼민트(숨비소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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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디즈니와 미야자키 하야오, 만화나 에니메이션에 관심이 없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름이다. 혹 이름을 전혀 들어본 적 없는 문외한이라도 이들의 작품을 보지 않고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이 두 사람의 간단한 연보와 성장과정, 작품소개 및 분석과 함께 만화와 에니메이션의 역사까지도 맛볼 수 있는 재미있고 유용한 책이다. 신춘문예에 만화평론으로 당선된 이력이 있는 저자의 설명은 간략하지만 풍부하고, 쉽지만 알차다.

책은 우선 월트 디즈니부터 시작한다.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보낸 우울한 어린 시절, 친구와의 창업 후 만든 캐릭터를 대기업에 빼앗긴 뒤 조직과 시스템을 중시하는 사업가로 변모해 간 월트 디즈니의 모습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디즈니의 철저한 상업주의 덕에 미키 마우스는 이제 미국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되었다.

디즈니에 대한 저자의 시선은 다소 차갑고 비판적이다. 주 소비층에 대한 철저한 분석, 결심을 실행으로 옮기는 과감함, 실패를 성공의 거울로 삼는 명민함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을 홍보하는 군용 에니메이션을 적극적으로 제작하였고(60p), 노조를 탄압하고 공산주의자로 몰기까지 하였으며(58~59p), 철저하게 계획된 재개봉 전략으로 상업적 이익을 극대화하였다(61~62p)는 사실을 전달하고 있다. 어린이의 친구로 불리지만 실은 동심을 이용하여 이윤을 추구한 사업가였다는 것이 디즈니에 대한 저자의 평가이다.  

반면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해서는 존경과 찬탄의 시선을 잃지 않는다. 저자는 디즈니가 처음부터 자신의 회사를 창업하여 사업가로 첫 발을 내디딘데 반해 하야오는 에니메이션 회사에 입사해 바닥부터 기초를 닦아나간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하야오가 장인의 면모를 지녔다는 것을 은근히 강조하는 것이다.

디즈니와 하야오가 어린이와 여성 캐릭터를 어떻게 창조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데에도 이러한 작가의 견해는 충실히 반영된다. 디즈니의 어린이나 여성은 수동적이고 연약한 존재로 그려지는 데 반해(밤비나 백설공주처럼..), 하야오의 어린이와 여성은 나우시카나 메이와 사츠키에서 보듯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매사 적극적이며 세상을 구원하는 영웅적 면모까지 지닌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디즈니 만화에 열광하는 사람들에게는 살짝 기분나쁠 수도 있겠지만, 나 역시 이러한 저자의 평가에 찬성하는 쪽이다. 특히 하야오의 에니메이션은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인류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는 철학적 측면도 갖추고 있어서 학교 수업(중고등 도덕, 윤리 교과)에서도 종종 활용하고 있다.

에니메이션에 관심있는 사람, 혹은 관심이 없어도 상식의 폭을 넓히고 싶은 사람들이 가볍게,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 여름 피서지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그러나 전문적 지식을 얻고싶은 사람에게는 좀 쉬울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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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를 잡자 - 제4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18
임태희 지음 / 푸른책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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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 고등학교로 첫 발령을 받은 새내기 교사 최선생, 자신이 담임하는 학급의 사물함에서 '갉작갉작' 쥐 소리를 듣는다. 아직 아이들의 이름조차 다 외지 못한 최선생은 출석부 명렬표와 사물함 이름표를 대조하며 사물함의 주인을 찾는다. 쥐 소리가 나는 사물함의 주인공은 진주홍...

장면 2 : 미대 조소과 강사인 주홍이 엄마는 결벽증 환자. 끊임없이 집안을 쓸고 닦는 그녀가 손대지 못하는 곳이 딱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냉장고... 어느 날부터 냉장고 안에 쥐가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때부터 냉장고 문을 열지 못한다.

장면 3 : 사물함 안에 쥐가 있다고 생각하는 담임, 냉장고 안에 쥐가 살고 있다고 믿는 엄마... 그러나 주홍이는 알고 있다. 진짜 쥐는 자신의 몸 안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쥐가 나날이 커지고 있으며, 다 크면 자신의 몸 밖으로 나올 거라는 것, 그 쥐가 세상 밖으로 나올 땐 쥐가 아니라 작은 사람의 모습을 하게 될 거라는 것... 실은 자기 몸 속에 쥐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외면하는 듯한 선생님과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지만 주홍이는 그러질 못한다. 

시작부터 우울하고 가슴아픈 내용을 펼쳐보이는 소설은 뒤로 갈수록 가슴을 저미게 하고 절망스럽게 한다. 신참 교사는 가슴아파 하면서도 적극적인 도움은 주지 못한 채 당황하기만 하고, 미혼모였던 주홍이 엄마는 딸 역시 자신과 같은 운명을 겪어야 할 것을 두려워 하여 내심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주홍이를 외면하려 한다.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어른인 선생님과 엄마의 이런 태도 속에서 주홍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결정은 사실 없는 셈이다.

잡아야 할 쥐는 사실 주홍이 뱃속의 작은 아이가 아니라, 선생님의 대책없는 당황과 소심함, 엄마의 두려움과 무관심이다. 이 상황에서 중요한 건 "왜" 임신을 하게 되었는지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아이가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지 생각하고 해답을 찾아 실천하는 일이다. 작가는 주홍이가 임신하게 된 경위를 생략하고, 아기 아빠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이런 주장을 명확히 한다. 처음엔 남성의 책임을 언급하지 않은 것이 다소 아쉬웠지만, 소설 속의 상황을 따라가며 작가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사귀면 키스나 애무 정도는 당연하고, 성관계 역시 사귀는 남녀가 함께 할 수 있는 여러 놀이 가운데 하나로 가볍게 여기는 많은 청소년들이 임신과 낙태, 자살로 이어지는 어두운 이 소설을 읽으며 이성교제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더불어 학교에서도 형식적인 성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현실적인 성교육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아이는 그럴 리 없어."라는 무책임한 믿음이 오히려 아이를 고통으로 몰아넣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하고, 부모님들도 자녀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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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199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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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제목 위에 작은 글씨로 '고집쟁이 농사꾼의 세상사는 이야기'라는 부제목이 적혀 있다. 굳이 따지자면 '농사'보다는 '세상' 쪽에 무게를 둔 책이고, 세상을 그냥 '사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세상을 '관찰'하고 '비판'하며 그 세상을 통해 나를 반성하는 책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선생은 소소한 자연의 변화와 세상사는 이치를 연관시키고, 농사짓는 마음가짐 속에서 사회를 변화시킬 원동력을 찾아내며, 끊임없는 자기성찰을 통해서 부패와 부조리에 물들지 않으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얇은 책이지만 이 책을 쉽게 읽어나갈 수 없는 것은 바로 그 각오와 마음가짐이 너무도 꼿꼿하여 한 줄 한 줄 넘어갈 때마다 자세를 고쳐앉아야 하기 때문이다.

긴 글이 오히려 책에 담긴 뜻을 훼손할까 염려되어 짧은 리뷰로 남겨두련다. 언제까지나 꼿꼿하게 남아계실 줄 알았던 선생이 이미 3년 전 세상을 떴다니(미욱하게도 나는 그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면서야 알았다.) 아쉽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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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속의 고래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푸른도서관 17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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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이금이가 청소년을 소재로 쓴 두 번째 소설이다. 첫번째 청소년 소설이었던 <유진과 유진>을 워낙 감명깊게 읽은 터라, 이번 작품도 망설임없이 펼쳐들었다. <유진과 유진>처럼 개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하진 못한 듯 하지만, 발랄한 요즘 아이들의 일상과 말투를 잘 드러내고 있어 읽는 눈길이 즐겁다. 덕분에 내가 담임하는 학급(중 2)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학급문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물론 발랄한 일상 묘사와 말투만으로 소설 한 권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전작의 아동 성폭력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 작가가 다루는 것은 '청소년의 꿈 찾기'이다. 공부에 흥미없는 민기와 현중이, 가난과 어머니의 무책임에 주눅들고 상처받는 연호, 공개입양아라는 사실 때문에 갈등하는 준희... 이 네 청소년이 때로는 상처받고, 때로는 현실과 타협하며 자신의 꿈에 한발짝씩 다가가려 노력하는 과정이 특유의 친근하고 읽기 쉬운 문체에 담겨있다.

책을 읽으면서 조연에 불과하지만 민기 누나 민주가 작가의 마음을 대변하는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모범생으로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행정고시를 목표로 삼던 민주가(실은 행정고시는 부모의 목표였지만) 자신이 진짜 하고싶은 일은 애견 미용이라며 2년제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자기 주장을 펴는 것, 부모의 꿈을 내 꿈으로 알고 살아가는 게 아니라 진짜 자기가 하고싶은(또는 되고싶은) 것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작가가 책을 읽는 청소년에게 알려주고 싶은 진짜 삶이 아니었을런지...

"접을 수 있으면 꿈이 아니라"고 작가는 강조하고 있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접을 수 없는 꿈 하나 갖고 있을까? 혹시 내가 접을 수 없는 그 꿈을 접으라고 다그치는 역할을 맡고 있지는 않을까? 책을 다 읽고 나니 밀려드는 건 걱정과 두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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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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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월급의 5% 가량을 기부금으로 지출한다. 불우청소년 여행 지원 사업에 일부, 청소년 성매매 및 성착취 금지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에 일부, 해외 어린이 결연 사업에 일부...

처음엔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교사... 그것도 "도덕"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타인에 대한 희생과 봉사의 중요성을 매시간 강조하면서 나 자신은 정작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게 하나도 없다는 부끄러움이 작은 기부를 시작하게 했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어쩌면 그 동안 그 얼마 안되는 기부금이 "나는 참으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아도취에 빠져있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실은 학급문고에 꽂아놓기 위해 구입한 책이었는데, 내가 가르치는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은 복잡한 사회 문제에, 더구나 굶주림이라는 자신과는 먼 일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갖지 않았다. 책 소개 글을 교실 뒤편에 적어놓고 수업시간에 홍보성 멘트를 남발했음에도 이 책이 학급문고에 꽃혀있던 3개월 동안 이 책을 대출한 사람은 단 한 명에 불과했고, 그 학생도 빌린 지 30분 만에 책을 반납했다. 머리아픈 내용이라 흥미를 잃었다면서...

어쩌면 이게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기아와 상관없다 여기는...)의 상황 인식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예 관심을 갖지 않고, 일부의 사람들은 자기 수입의 극히 일부를 기부하는 것으로 자신의 사회적 임무를 다했다는 자아도취에 빠져있는 현실 말이다.

이 책은 그런 무관심과 자아도취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고통스런 현실을 깨닫게 하고, 자기 안에 잠자고 있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연대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쉬운 문답식의 방법을 통해 기아의 현 상태와 기아를 일으키는 사회 구조,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까지 조목조목 짚어주는 책 내용은 깊이와 넓이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지은이는 결국 기아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자연도태를 자연스런 현상으로 오도하는 사악한 멜서스주의와 약육강식을 당연히 여기는 불합리한 시장 원리주의를 폐지하고 진정한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인 인간이 그 인간성을 회복하고 인간끼리의 연대의식을 구축해나가는 것만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는 것이다.

그리고 구호를 늘리는 것보다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문제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자립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함께 하고 있다. 물론 이 방법이 그리 쉽지 않을 거라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이라도 깨어있는 사람들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이면 가능할 수 있으리라.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읽는 사람이 없으면 빛을 볼 수 없다. 행여 너무 심각하지 않을까, 이론에만 치우쳐 재미를 잃어버린 책이면 어쩌나 망설이는 사람(특히 청소년)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일단 읽기 시작해 보라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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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18 21:4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갈라파고스 2007년 11월 도서목록에 있는 책으로 2007년 11월 8일 읽은 책이다. 관심분야의 책들 위주로 읽다가 알라딘 리뷰 선발 대회 때문에 선택하게 된 책인데, 이런 책을 읽을 수록 점점 내 관심분야가 달라져감을 느낀다. 총평 물질적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기아의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막연하게 못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