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코의 질문 푸른도서관 10
손연자 지음 / 푸른책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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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에 우리 민족이 겪은 아픔과 고통을 아홉 편의 단편으로 엮은 책이다. 우리 말을 사용한 죄로 모진 체벌을 당하는 아이, 관동대지진 후에 이성을 잃은 일본 자경단에 의해 조선인으로 오인받아 희생되는 일본 어린이, 위안부로 끌려가 짐승같은 삶을 살다가 일본 패망으로 고국에 돌아왔으나 몸을 더렵혔다는 자책감에 선뜻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어린 소녀...

각각의 단편은 내용은 다르지만 상통하는 주제를 풀어놓으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우리가 당한 만행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마지막 단편 <마사코의 질문>을 통해 작가는 일본인들에게 묻고 있다. 반성없는 평화가 진정 가능하냐고...

감정을 삭이는 듯한 단아한 경어투의 문체는 작가의 이러한 목소리에 오히려 힘을 실어준다. 소리를 높이지 않고 조용조용 나긋나긋하게 우리의 고통을 이야기하고, 일본의 잘못을 질책하는 작가의 역량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다는 느낌이다. 고운 우리말과 시어를 잘 활용하고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책과는 큰 상관없는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제는 우리가 일본에게 당한 것만을 기억하지 말고 우리가 다른 나라에 저질렀던 만행도 기억하고 반성해야 할 때라는 생각을 했다. 미국과 더불어(혹은 미국의 앞잡이로) 우리가 베트남에서 저지른 전쟁과 살육에 대한 반성, 수많은 라이따이한과 그 어머니들에 대한 사과... 이런 것들도 이제는 실행에 옮겨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더불어 우리나라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숱한 인종차별과 폭력에 대한 반성도 철저히 이루어져야 하리라.

우리가 당한 만행을 잊지 않는 것,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당했던 것처럼 남에게 또는 타국에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스스로를 살피고 단속하는 것이다. 결국 마사코의 질문은 일본과 더불어 우리에게도 똑같이 주어져야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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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가장 완벽한 인간 체게바라 VS 대륙의 붉은 별 마오쩌둥 교양문고 VS 시리즈
김영범 지음 / 페퍼민트(숨비소리) / 2005년 3월
품절


떠나는 자는 쓸쓸하고 보이지 않는 미지의 것에 얼마간 두려움을 갖게 마련이다. 하지만 떠나지 않는 자들이 맛볼 수 없는 생에 대한 경이로움 또한 그들의 것이다.-47쪽

내 옆의 한 동지가 궤짝 두 개를 내던져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나는 탄약통이었고, 다른 하나는 의약품이었다. 두 궤짝 모두를 지고 가기에는 힘이 부족했고 일순간 당혹스러웠다. 의약품인가, 탄약인가? 나는 누구인가? 의사인가, 혁명가인가? 나는 결국 탄약통을 짊어졌다. -체 게바라--66쪽

체 게바라와 마오쩌둥은 이미 유행에 뒤진 한물간 사람들일 수도 있고, '혁명'은 이제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 일상어가 되었다. '혁명'에서 핏빛이 사라지자 다시 자본은 미래에 대한 유용성으로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중략) 그렇지만 인간의 내면 깊숙이 박혀 있는 변혁과 저항, 그리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은 변하지 않았다. 변혁을 위한 의지보다도 더욱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블로흐가 말했듯이, "근본적 목표에 대한 무한한 열정"이다.-140~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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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하는 마음
도종환 지음 / 사계절 / 2000년 11월
구판절판


아이가 어머니에게 '예쁜 꽃이 피었어요.'라고 말을 걸고 있는데, 정작 어머니 쪽은 '저게 무슨 꽃인지 아니? **꽃이라는 거야. 잊어버리면 안 돼.'하며 감동은 제쳐놓고 우선 지식을 주입해야겠다는 자세를 보여줄 때가 있다. 우리 아이에게 예쁜 꽃의 이름이 중요한가? 아니면 그 꽃을 통해 아름다운 세계관을 갖는 것이 중요한가는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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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상스러움 - 진중권의 엑스 리브리스
진중권 지음 / 푸른숲 / 2002년 4월
절판


아이들에게 오직 출세하는 데 필요한 영어, 수학, 컴퓨터만 가르치려 드는 가정, 그리고 이런 아이들의 세계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가가 제공해주는 애국이라는 허위의식. 참교육은 이 두가지 전선에서의 싸움이다.-2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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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7-23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중권 책이로군요. 진중권은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집구석에 쌓인 책중 진중권의 책은 많진 않아요. 이것도 보고 싶었던 책인데.

logos678 2007-07-23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읽은 건 아니구요, 몇 년 전에 봤던 건데 우연히 훑어보다가 밑줄 친 부분이 있어 옮겨적어 봤어요. 근데, 아직 이 책 안보셨어요? 아프님 정도면 당연히 봤을 것 같은데~

마늘빵 2007-07-24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리스트에도 오르고, 몇번 구매를 망설인 적도 있고, 서점에서 깔짝대보기도 하고 그랬는데, 아직까지 연이 없네요. :)
 
뚱보, 내 인생 반올림 2
미카엘 올리비에 지음, 송영미 그림, 조현실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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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비만은 단지 몸무게가 많고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뚱뚱한 사람은 미련하고 게으르며, 자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열등한 인간 취급을 받는다. 영화 '코르셋'에서 뚱뚱한 여주인공이 '날씬하고 예쁜 애들이 공부 잘하면 못하는 게 없다고 칭찬하던 사람들이 뚱뚱한 내가 공부잘해 장학금 받으면 독한 년이라고 하더라.'라고 한탄하던 세태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뚱뚱한 사람에 대한 편견은 외국도 다르지 않은 듯 하다. 소설의 주인공 벵자멩 역시 뚱뚱한 청소년이다. 89kg 남짓으로 시작했던 벵의 몸무게는 소설의 뒷 부분으로 갈수록 무거워진다. 그러나 벵이 처음부터 자기 몸무게에 위기의식을 갖고 다이어트를 시작한 건 아니다. 먹는 걸 삶의 희열로 생각하는 사춘기 소년에게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한 건... 바로 소녀 클레르이다.

소설은 처음으로 사랑의 떨림을 경험하는 사춘기 소년의 마음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수영장에서 클레르를 만난 벵이 자신의 뚱뚱한 몸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귀엽고 천진하면서도 안타깝다. 사랑을 느끼면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가, 거절당한 뒤 자포자기하여 방황하는 벵의 모습은 비만이 단순히 몸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과 정신의 문제이고, 식이요법과 운동만이 해결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클레르의 사랑과 더불어 벵의 마음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기둥은 가족의 사랑이다. 책에서는 크게 다루어지지 않았지만 부모님의 이혼과 아버지의 외도는 사춘기 벵의 마음에 큰 상처로 남았을 터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아버지의 애인과도 원만한 관계를 맺게 되고, 어머니 역시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꾸려가는 것을 보게 되면서 벵의 마음도 차분해지고 자기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갖게 되지 않았을까?

다만 아쉬운 것은 벵의 경우를 우리나라 청소년의 경우에 꼭 대입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비만 청소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성친구를 사귀지 못하게 되는 것보다 학교에서의 집단 따돌림이나 취업 문제 아닐까? 우리나라 아이들이 보기에 벵의 고민은 사치스러워보일 수도 있다는 느낌이다.

그래도 이런 청소년 소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요즘 아이들의 행운이자 행복이다. 시험 때문에, 학원 숙제 때문에 제대로 된 청소년 소설을 읽지 못하고 살아왔던 우리의 아이들이 방학기간이나마 좋은 책을 벗삼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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