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5년 10월
구판절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무작위 집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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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야생초 편지 2
황대권 지음 / 도솔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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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옥중 편지를 모아 엮은 책 중 백미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꼽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고등학교 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은 뒤 경어체의 단정한 문장과 부드럽지만 강인한 저자의 비판적 시선에 반했고, 감옥이 때로는 사람의 정신을 견고하게 다지는 사색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깨달았다.

그로부터 십수 년의 시간이 지나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이 '느낌표'에 소개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것이 벌써 3~4년 전의 일이니 어쩌면 나의 독서는 시대의 유행에 크게 뒤떨어진 뒷북 독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좋은 책을 만나 감동을 받는 데 유행이 어디 있을까? 뒷북이지만 지금이라도 이 책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제목 그대로 자신과 세상에 대한 관조와 사색을 담고 있다면, <야생초 편지>는 같은 편지글이면서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보다 훨씬 생동감있게 느껴진다. 그 때문인지 읽는 마음도 부담이 덜하다.

아마도 그 생동감은 그가 야생초와 함께 하는 생활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교도관의 삽질에 내동댕이쳐지고. 비바람과 가뭄에 스러지면서도 끊임없이 솟아나 생명을 이어가는 야생초를 보면서 어찌 삶의 의욕을 저버릴 수 있었을까? 저자는 글 중간중간 "내가 감옥에서 나가면 이러저러한 생활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내년 명절은 꼭 가족들과 함께 보내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치는데, 그의 그런 모습은 그가 아끼고 사랑하는 야생초와 꼭 닮은 모습이다.

자신에게 누명을 씌워 감옥에 가두어놓은 권력에 대한 원망과 증오가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야생초와 비슷하다. 야생초가 자신을 척박한 땅에 뿌리내리게 만든 바람을 원망하지 않고, 있는 그 자리에서 충실한 삶을 살아가듯이 저자 역시 원망과 증오보다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는 쪽을 택한 것이겠지.

그러나 있는 자리에서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모든 부조리를 덮고 넘어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생태"라는 넓은 틀 안에서 조용하지만 힘찬 몸짓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인간과 환경이 떨어질 수 없는 운명 공동체임을 알고 있기에 그의 노력이 고마울 뿐이다.

아직 이 책을 읽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뒷북이어도 좋으니 꼭 한 번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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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교사는 이렇게 가르친다
제임스 M. 배너 주니어.해럴드 C. 캐넌 지음, 이창신 옮김 / 풀빛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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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처음 책의 제목을 보고 가슴이 설렜다. 교직에 들어선 지 10년째... 학생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과 교과에 대한 연구열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해 왔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발전과 변화 없는 내 수업에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져 고민스러웠는데, 세상에~ <훌륭한 교사는 이렇게 가르친다> 이렇게 멋진 제목을 가진 책이 있었다니...!

그러나 집으로 배달되어 온 책의 내용은 나의 기대와는 딴판이었다. 나는 제목 중 "이렇게"라는 단어에 눈이 똥그래져서 특별한 수업 방법이 담긴 책일 거라고 지레짐작했는데, 이 책은 "The elements of teaching"이라는 원제 그대로 교사가 지녀야 하는 "가르침의 요소", 즉 교사로서의 마음가짐과 태도에 관한 책이었던 것이다. 제목만 보고 너무 흥분한 탓에 원제나 목차, 관련 리뷰 등을 꼼꼼하게 챙겨보지 못한 나의 불찰이었다.

다소의 실망을 안고 책을 읽기 시작. 찬찬히 읽어보니 책을 아주 잘못 산 것 같진 않다. 책은 구체적인 교수방법을 설명하진 않지만 내 수업에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반성하게 하는 훌륭한 나침반이었고, 밑줄을 그어가며 한 장 두 장 읽어나가다 보니 앞으로 내가 지향해야 할 교사상도 보다 명확하게 정립되는 듯 하다.

책은 우선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하나의 "예술"로 규정한 뒤 내용을 전개한다. 예술가가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기량을 연마해 가듯, 교사도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교사로서의 자질을 다듬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 교사가 다듬어야 하는 자질은 가르치는 요령이 아닌 인간적 요소라고 강조하며 그 요소를 9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9가지 요소 중 학습, 권위, 도덕, 질서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교육에서 강조해왔던 요소이기도 하다. 맡은 과목에 능통하기 위한 끊임없는 연구, 교실의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교사의 권위,사적인 이익이 아닌 학생의 필요와 이익을 우선시하는 도덕성, 일관적이고 체계적인 수업의 질서...

그러나 이런 요소만 갖추었을 때 자칫 학습 분위기가 딱딱해지고 경직될 수 있다. 이 때 교사와 학생의 마음을 연결해주는 요소가 바로 상상과 연민, 그리고 이해이다. 상상과 연민은 자신이 학생이었을 때를 기억해 학생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학생의 밝은 미래를 상상하여 성취욕구를 북돋아줄 줄 알며, 학습을 힘들어하는 학생을 질책하기보다 그 입장에 서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마음을 지닌 교사는 학생이 목표에 더디게 도달해도 기다려줄 줄 알고, 학생의 한계를 너그럽게 받아들일 줄도 알게 된다.

이런 요소들을 학생 앞에서 보일 때 연기가 아닌 자신의 내면에 인격화시켜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가르침을 실행에 옮길 때 학생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더욱 바람직하다. 

이렇게 나열해 놓고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사실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교사 역시 한꺼풀 벗겨보면 나약한 인간에 불과한데, 완전무결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윽박지르는 것만 같아 두려워지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불만에 대해 "가르침의 요소는 우리 모두가 지닌 인간성과 다를 바 없으며, 교사는 가르치는 행위를 통해 인간성을 구현해 보이는 사람(p.205)"이라고 대답한다. "교사가 학생에게 바라는 바를 먼저 보여주는 것(p.208)"이 바로 가르침의 요소라고 덧붙이기도 한다.

사실 이런 대답이 불만을 완전히 잠재울 수는 없을 지 모른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책 내용이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구구절절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9가지의 요소를 완벽하고 조화롭게 구현하기는 어려우리란 생각을 지울 순 없다.

하지만, 아예 모른 채 살아가는 것과, 도달할 수 없는 목표일지라도 마음에 품고 생각하며 사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제시된 요소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기억하진 못할지라도 아이들 앞에서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으로 그 목표에 오르는 첫 걸음을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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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za 2007-09-10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가르친다는 것에 대해 무지 많이 생각해 보게 되죠~ 정답이야 없겠지만, 왠지 요즘들어선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게 '편견'을 심어주는 게 아닌지 조심스러워지기도 해요.
뭐 아직은 교단에 정식으로 서는 게 아니라 생각만 하지만요...
님의 그 열정이 참 멋져요^^

logos678 2007-09-10 20:0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님의 칭찬이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해야겠네요.
 
마몽드 퓨어화이트 워터리크림 50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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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저렴한 가격에 용량도 많고 품질까지 우수하다면, 더 바랄 게 없겠죠? 이 크림이 저에겐 바로 그런 화장품입니다.

반투명한 젤 타입 크림인데, 바르는 순간 쫙~ 흡수되면서 피부가 시원하고 편안해 집니다. 끈적임 전혀 없구요, 바른 후 몇 번 토닥토닥 두드려 주면 피부가 금새 보송보송해 집니다. 가을이나 겨울철에 쓰기엔 유분감이 좀 부족한 듯 싶지만,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크림바르기 부담스러운 계절엔 딱일 것 같아요.

예전에 토탈솔루션이 기대에 못미쳤던 기억이 있는지라, 마몽드 제품 사길 망설이다가 저렴한 가격 때문에 속는 셈 치고 구입했는데, 이 제품만은 가격 이상의 값을 하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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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 이철환 산문집
이철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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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읽고 싶던 책은 아니었다. 작가 이철환의 전작, <행복한 고물상>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작가가 가난을 지나치게 아름답게 꾸미고, 사람을 너무 착하고 순하게만 묘사하는 것 같아 맘에 들지 않았다.

가난을 아름답게 추억하는 것보다 끔찍하고 고통스럽게 기억하는 것이 더 사실적이지 않은가, 사람의 맘 속엔 선하고 아름다운 면과 함께 이기적이고 악한 모습도 함께 존재하지 않는가... 그런데, 그의 이야기 속 사람들은 가난을 그저 낭만적인 한때로만 추억하고, 심성 역시 한없이 착하고 순수하고 아름답기만 해 오히려 작위적인 느낌이 들었고, 그런 느낌이 책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방해했다.

옆 자리 직장동료가 꼭 읽으라며 억지로 손에 쥐어주어 읽기 시작했지만, 중반 무렵까지는 예전의 그 불만을 고스란히 느끼며 덮을까 말까 망설였다. 뭐, 쉽게 술술 읽히는 글이니 권해준 사람한테 미안하지 않게 그냥 예의상 읽어주자... 그런 생각을 하며 억지로 책장을 넘겨갔다.

그러나, 중간쯤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나도 모르게 책 속에 빠져들었다. 책은 잊고 있었던, 때론 억지로 잊고자 했던 과거의 기억을 건드려 다시 불러냈다.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받고 좋아했던 유년시절, 사랑했던 사람과 이별한 뒤 가슴아파 어찌할 줄 모르던 풋풋한 대학 시절, 암에 걸린 아버지를 수술실로 들여보내고 공포와 죄책감을 함께 느끼던 몇 년 전.... 책은 그런 기억들을 다시금 불러들였고, 나는 책을 읽으며 과거의 일로 웃고, 울었다.

책에는 읽는 이의 감성을 건드리는 이런 글 외에도, 제목 그대로 작가의 반성문 같은 자기고백의 글도 함께 실려있다. 군부독재 시절 장학금을 놓치기 싫어 시험거부에 동참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회한, 학원강사 시절 자신의 학력을 본의 아니게 속였던 것에 대한 죄책감, 자신도 어쩌지 못했던 본능적 욕정에 대한 고백까지...

어쩌면 비겁했고, 어쩌면 교활했던 과거를 고백하며 작가는 그래도 자신이 쓰는 글과 어긋나지 않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노라고 강조한다. 자기변명같기도 하여 거슬릴 수도 있으련만, 책장을 다 덮고 나니 그의 진심을 믿고 싶어진다. 너무 착해 오히려 가식같던 그의 글을 이제는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박수받는 사람보다 박수치는 사람이 더 아름답다(52p)'는 것을 알고 있고,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도 거짓말(133p)'이라는 것을 용감하게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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