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나와 살아가는 법 -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게 나이 들 수 있는 후반생의 마음 사전
사토 신이치 지음, 노경아 옮김 / 지금이책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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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이 되면서 은퇴, 늙음, 죽음이 삶의 화두가 됐다. 그동안은 늙어감과 죽음에 관해 철학적으로 접근한 서적을 주로 읽었는데 이번엔 좀더 실제적으로 자신의 노화를 인정하고 삶을 설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인, 이미 초고령사회로 들어선 지 오래된 나라답게 비슷한 주제의 책들 중엔 일본인이 지은 책이 숫자도 많고 책의 내용도 훌륭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우리의 실정에 맞게 노년기를 설계할 수 있는 좋은 책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 책은 60대부터 90대까지 각 나이대 별로 일어나는 중대한 사건과 그에 대한 실제적인 대비책을 일러준다. 일본에서 시행되는 다양한 제도와 관련 통계자료가 많이 인용되는데 우리나라와 현실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다.

60대부터 우리가 겪을 생애 사건은 은퇴, 부모의 죽음, 나의 질병, 배우자나 친구, 형제자매의 죽음, 더이상 혼자 거동할 수 없어 자녀나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 등이다. 이 책은 어쩔 수 없이 맞아야 하는 삶의 순간을 어떻게 대비하며 존엄하게 죽어갈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안내서라 할 만하다.

흔히 노후준비라 하면 경제적인 것만 생각하여 몇 억을 준비해야 한다더라..하는 얘기만 한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건 '일상'이다. 여행이, 친구와의 술자리가, 휴가가 즐거운 것은 그것이 일상이 아니라 일상의 중간에 잠깐 있는 휴식이기 때문이다. 휴식이 일상이 되면 그건 더이상 휴식이 아니라 감옥이라는 책의 가르침은 우리가 살면서 놓치고 있는 가치가 무언지 일깨워 준다.

40대 이상이라면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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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 위의 변호사 - ‘예능’을 ‘다큐’로 받는 변호사의 TV 속 법률 이야기
김민철 지음 / 루아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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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예능, 드라마의 다양한 상황을 통해 법에 대해 알아보는 재밌는 책이다. 태양의 후예에 나타난 미필적 고의, 무한도전에 나온 명예훼손,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 아버지 사례를 통해 본 빚보증 문제, 시그널을 통해 살펴보는 공소시효 논란 등등...

까다로운 법률용어가 많지만 사례가 쉽고 재미있어서 어렵지 않게 읽었다. 또한 TV 사례 얘기로만 끝나지 않고 그동안의 판례와 법을 둘러싼 논쟁도 소개하고 있어 법에 대한 상식을 넓히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사회문제나 법에 관심있는 청소년에게도 유용한 책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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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내가 뭘 읽은 거지? - 자기계발서, 되도 않는 훈수 걷어차기 알지만 어쩔 수 없다? 2
송민수 지음 / 들녘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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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기계발서에서 추구하는 성공이 지나치게 물질적, 경제적 측면에 매몰되어 있고, 실패의 원인을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 부족으로만 여기게끔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능력이나 노력부족이 실패의 한 원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사회의 불공정한 제도와 부패한 정치권력이 개인의 불평등과 빈곤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는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언급 없이 나만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고 그 환상 속에서 개인을 번 아웃시킨다.

이런 내 생각과 100% 일치하는 책을 만났다. 그게 바로 이 책이다. 부제는 '자기계발서, 되도 않는 훈수 걷어차기'. 이 부제를 본 순간 소주 한 잔 들이킨 것처럼 '캬~'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 책에선 시중의 자기계발서를 크게 6가지로 구분한다.

1. 계몽적 자기계발서 : 마시멜로 이야기,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등
2. 초월적 자기계발서 : 시크릿, 꿈꾸는 다락방 등
3. 성공담 자기계발서 : 10미터만 더 뛰어봐,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등
4. 관리형 자기계발서 :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카네기 인간관계론 등
5. 위로형 자기계발서 :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나는 오늘도 나를 응원한다 등
6. 이기적 자기계발서 : 미움받을 용기, 자존감수업 등

저자는 이후 각 장마다 구체적인 책 제목을 거론하며 거침없는 비판을 이어나간다. 표현이 다소 과격하여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작가도 이 점이 우려됐던지 자신의 글이 '정치적 색안경'이라는 점을 인정하며 '평면적 시각을 입체적으로 바꾸어주는 입체적 색안경'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적어놓았다. 또한 자신이 사용한 불편한 표현을 통해서 '전혀 정치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자기계발서들의 정치적인 색채를 발견'하길 바란다고 적기도 하였다.

자기계발서를 읽어도 늘 제자리인 것 같은 사람들, 읽는 책의 대부분이 자기계발서인 사람들이 다른 시각으로 나와 세상을 보기 위해 읽어야 할 책인 듯 하다.

하지만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지 않는 나같은 사람에게도 의미있는 책이다. 일상생활에서 연대의 의미를 곱씹으며 실천하려 노력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책은 이런 상황에서 소홀하게 여겨지는 우리, 연대, 공정, 정의와 같은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내가 감명깊게 읽고 실천하고 있는 책을 폄훼한다고, 나는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으니 이 책도 필요없다고 외면하지 말고 저자의 의도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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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시대, 철학의 응답 - 모욕당한 자들의 반격을 위한 언어를 찾아서
유민석 지음 / 서해문집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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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일상생활이나 인터넷에서 혐오 표현들이 증가하고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 책은 사회 문제가 되고있는 혐오 표현의 유형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혐오 표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항 표현의 역할과 기능을 제시하고 있다. '철학의 응답'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지만, 철학책이라보다는 철학자의 발언을 근거로 삼는 '사회학' 관련 책이라 분류할 수 있겠다.

저자는 우선 최근 증가하고 있는 혐오 표현이 소수자를 겨냥한 낙인이자 언어로 하는 구타이며, 혐오 표현의 대상이 되는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더욱 공고히 하게 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없어져야 할 사회악으로 파악한다.

이 부분에서 특히 인상깊었던 부분은 '말은 곧 권력'이라고 지적한 부분이었다. 사장은 사원에게 "자네, 옷차림이 왜 그래?, 근무 태도가 왜 이리 불성실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사원이 사장에게 "사장님, 오늘 옷차림이 왜 그렇습니까?, 회사 운영 실적이 왜 이모양입니까?"라고 말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똑같은 내용의 말이라 해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결국 혐오 표현이 가해진다는 것은 혐오 표현을 하는 집단이 권력을 갖고, 권력이 없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폭력을 휘두르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며, 단순히 사실을 말했을 뿐이라는 변명은 올바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혐오 표현을 금지하거나 처벌하는 것이 능사일까? 저자는 혐오 표현일지라도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혐오 표현의 해악을 상쇄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대항 표현'을 제시한다

대항 표현은 쉽게 얘기하면 일종의 '말대꾸'로서 혐오 표현의 해악을 반감시키고, 혐오를 당하는 당사자의 정치, 사회적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는 표현이다.

개인은 힘이 약하지만, 사회적 약자라도 여러 명이 모여 대항 표현을 하게 되면 차별에 맞설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사회적 힘을 갖고 있는 정부나 공적 기관이 혐오 표현에 대항하는 발언을 하게 되면 대항 표현의 효과가 더욱 커진다고 주장한다.

혐오 표현의 해악을 지적하고 이를 금지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의 마련을 주장하는 책은 여럿 봤지만, 대항 표현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은 처음이어서 무척 흥미있었다.

다만, 최근 일어나고 있는 혐오 표현과 대항 표현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성별(한남, 한녀), 계층이나 세대(틀딱충, 맘충 등) 또는 이념(수구꼴통, 좌좀)간의 갈등을 촉발하거나 격화시키는 도구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 문제의식이 부족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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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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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무지한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큰 주제 없이 건축을 중심 소재로 놓고 사회, 역사,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들여다 보는 책이다.

사실 책 자체로만 놓고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우선 챕터 간의 연관성이 없어 책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를 찾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책의 구성이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저자의 이전작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와 겹치는 내용이 다소 있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고 문법적으로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왜 굳이 '나' 대신 '필자'라는 지칭어를 사용했는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이런 단점을 가리는 최강의 장점이 있으니 그건 바로 책이 무척 재미있다는 것이다. 소재는 인문학인데 풀어내는 방식은 소설같다고 할까? 다양한 사진, 그림과 함께 술술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두꺼운 책을 다 읽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역시 하버드 출신은 다르구나 싶은 저자의 박학다식한 이야기를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나도 함께 똑똑해지는 것 같은 기분좋은 착각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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