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치하에 살았을 우리 주변의 민중들의 이야기. 일제하의 지식인이나 민중들의 섬세한 심리와 분열되어 가는 압제하의 민족들이 겪어내어야 할 고통들이 생으로 드러나는 소설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심리와 정황에 대한 표현이 나오기까지의 저자의 고통을 상상하게 만드는 대하소설이다. 대하소설의 힘이 바로 섬세한 정황과 심리묘사일텐데 십분 발휘되는 글쓰기를 만날 수 있었다.
올 한해 나의 독서의 목표중 하나가 "토지"의 완독이었는데, 소소하지만 이루어내었다. 소설의 완결의 모습이 해방을 맞이하면서 기쁨으로 주저않는 인물의 묘사로 끝나는데, 제대로 서지 못하고 있는 이땅의 일제 역사 청산과 민주주의의 모습과 겹쳐서 어쩐지 허무한 생각이 들었다.
독립의 의지를 불태우는 독립운동의 인물들도, 주변인으로 겉도는 허무주의의 지식인도,삶자체가 투쟁이고 독립운동일 수 밖에 없는 조선의 천인들이었던 민중들도 일제의 압제하에서는 고통받는 민중이고 희생자 일 수 밖에 없는 시대임을 주제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지배체제하에서는 고통받는 희생자일 수 밖에 없는 것이 민중의 운명이겠으나, 그래도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하는 세월을 이겨내는 힘은 오히려 지금보다 눈에 보이는 힘과 폭력이 지배한 소설속의 시대가 더 큰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한다.
역사의 물줄기를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알게 됨으로서 우리의 서글픈 근대사의 생생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서 시대의 아픔을 느낄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 시대의 아픔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더욱 마음에 새겨지게 하는 책이었으며, 그 시대의 한 부분을 살아낸 나의 할머니와 아버지의 삶을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