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부부싸움을 한 날이다.

새벽 일찍 집을 나섰다. 머리가 복잡하고 멍해서 산이라도 오르지 않으면 폭발할 듯해서 관악산으로 향했다. 아침 7시 2~30분쯤 되었을까, 막 좌판을 펼쳐놓으신 김밥 파는 할머니까 계셔서 요깃거리로 김밥 한 줄 사가려고 좌판으로 다가섰다.

" 할머니 김밥 두 줄 주세요."

" 두 줄?"

" 네, 얼마에요?"

" 3천원."

지갑을 뒤져보니 만원짜리 뿐이었다.

"할머니 만원짜리 뿐인데요, ."

"나도 잔돈이 없는데, 오늘 첫 개시라... 내려올 때 주고가"

" 저 이쪽으로 안 올건데요"

" 그럼 그냥 가지고 가"

이러신다.

머리가 약간 하애졌다.

얼른 만원짜리 하나 꺼내서 할머니께 냅다 던지듯 건내고 빠른 걸음으로 관악산 초입으로

들어섰다.

뒤돌아보니 주섬주섬 만원짜리 챙겨서 뒤쫒아오시다가 멀어진다.

 

 속으로 아직도 저런분이 세상에 있어서 세상은 살만하구나 생각했다.

괜한 따뜻함이 자리하고 있게된 하루였다.

그날 난 마누라와 한바탕 한 뒤였는데, 그때 복잡한 생각은 씻은듯이 없어지고 기분좋은 산행을

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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