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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역사 - 개정판
하인리히 E. 야콥 지음, 박은영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그저 경제사의 한 페이지를 작성하는 버블의 모습만 여운으로 남기는 커피의 역사. 서양의 와인 , 바쿠스의 세상에서 동양의 커피가 살아남아 온 역사, 그 역사의 뒤안길을 재미있게 그려보이고 있다. 역사의 뒤안길을 이해하기에 너무 어려운 인명과 지명이 많아서 책을 읽는데는 조금 어려움이 있어보이는 책이다. 번역의 문제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고.
커피가 중동과 아라비아에서 태어나서 유럽과 아메리카대륙에 착륙하는 장면들이 사회사와 경제사의 측면과 함께 그려진다. 유럽의 어느나라에서는 문화와 사유를 발전시키는 터전으로서 커피하우스가 발전하여 자리를 잡고 , 어느 나라에서는 하류 문화를 만드는 근거지로 억압받기도 한다.
브라질에서는 경제의 모든것이 되어버리고, 브라질의 근대 역사의 한 축이 커피가 되기도 한다. 지금의 우리나라의 모습은 어떨까? 도시사회가 된 우리나라에서 각 도시들에서는 수만개의 커피하우스(?)가 번창하고 있다. 커피는 이제 사회를 , 사람을 각성하는 의미보다는 외로워진 현대인들의 욕구를 채워주는 대화하는 빌미를 만드는 재료가 된 것은 아닐까. 그것도 아니면 습관적으로 찾게되는 잡담과 수다의 매개체가 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가히 커피에 점령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거기에는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생활전선으로서의 커피하우스가 많다는 것이 또 다른 문제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사유나 문화를 논하는 자리이기보다는 생활전선으로서의 커피집들은 우울해보인다. 운치나 분위기와는 거리가 점점 멀어져가는 것이 우리의 커피하우스가 아닐까? 이제 생활 전선이기에 소비자를 위해 돈먹는 하마가 된다. 다른집보다 더 화려하거나 분위기있거나 운치있거나 특별하거나 해야 하기에 돈을 먹는다. 소비자를 유혹하려고, 돈을 벌려고, 거기다 공룡이 들어온다. 거대한 재벌이라는 공룡이 새끼들을 커피집으로 친다.
동양의 산물인 커피를 서양은 자본의 총아로 키워서 대한민국을 점령했다. 미국의 자본과 대한민국의 재벌이 점령한 틈새를 대한민국의 갈길잃은 베이비부머와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이 자리를 비집고 들어간다. 그러나 자리는 없다. 별로 설 자리가 없어 보인다.
학창시절 아지트처럼 틀어박혀 인생을 고민하던 카페가 그립다. 그땐 커피맛을 알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