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의 웃는 마음 - 판화로 사람과 세상을 읽는다
이철수 지음, 박원식 엮음 / 이다미디어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누군가가 서양의 사고 방식에는 너(you)가 있어야 나(I)가 있을 수 있고, 거기서 상대방이 있어야 우리(WE)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을 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있어야 너와 나가 있는 문화라는 것이다. 그래서 학연, 지연, 혈연이 유독 강한 민족이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가 남이가"가 대변해 주는 문화.

  이철수는 나의 본질과 나의 자리를 끊임없이 성찰하게 하는 사람이다. 그림으로 글로. 짧은 글로 표현하는 세계의 본질에 대한 통찰은 멋있다.자연에 가깝게 살아가면서 주변의 잡초하나에서도 배우는 자세로 살아가는 그의 삶은 잔잔하다.

 그 잔잔함에도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에는 치열함이 들어있다.그가 머금은 미소는 잔잔하면서도 탄탄하다.내공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웃는 마음에서도 그 탄탄한 내공을 느낄 수 있다. 이젠 인생을 바라보는 것도 사회를 바라보는 것도, 자연을 맞이하는 것도 내공이 있어보인다. 끊임없이 자기 자리를 성찰하는 자세로 살아가는 힘은 농사에 있음을 주장한다. 그래서 농사를 지어보라고, 생명의 자리들을 대면할 수 있는 기회로서 농사를 지어보라고. 이것마저도 시장이라는 괴물의 틀에 있긴 하지만 생명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로서 무조건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은퇴로 꿈꾸는 삶이 고향 혹은 귀농, 귀촌하여 사는 한가로운 (?) 삶일거다. 농사를 짓는 삶은 결코 한가롭지 않음을 엿볼수 있음에도 이철수는 권한다. 귀농하여 살으라고. 은퇴시기의 대한민국 사람에게. 적어도 생명의 순환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많은 사람들이 접하길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거기서 자신의 인간의 자리를 보고 이웃을 돌아보게 되는 사람이 많아질 수 있겠다는 희망도 있을 것이다.

 이철수의 시정깊은 명상의 소리들은 그대로가 선지식이고 종교적인 초월함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그는 불신자다. 그런데 그의 말들은 도통한 말들처럼 들린다.그이 밭에서 논에서 숲에서 얻은 지식일 것이다.

 혼자 호젓이 살아가지 않고 주변과 관계하며 살아가는 것, 거기서도 치열함을 잃지 않는 것. 거기에 절대 자연을 이기거나 넘어서지 않으려고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는 것. 이철수에게 배우고 싶은 것이다.

 가족 특히 인생의 동반자와 어떻게 인생을 꾸려가고 있는지 꾸려가야 하는지가 서두에 나오는 잔잔한 배움을 많이 주는 책이다. 많은 생각과 함께. 좋은 판화와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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