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벚나무 꽃피었는데 - 현대작가선 6
이철수 그림 / 학고재 / 1993년 4월
평점 :
절판


 인생과 삶, 죽음 그리고 생명에 대한 사색.

사색을 생활과 예술로서 승화시키는 것을 잘하는 사람이 바로 저자인 듯. 예술적인 측면에서는 어는 경지인지 알 수없다. 그러나 짧은 글과 단순한 그림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아 뭘까?하고 궁금해하는 수준이 아닌 뭔가를 사색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할까.

  각자 그대로의 혓바닥을

씹어봐.

 들을만한 말이

그러하듯

 먹을만한 혀도 그리

흔치도 않은 법

 괜찮은 혀일지라도

일인분은

적다.

 - 조심하라.

 " 일인분의 혀" 본문중...

 스스로의 성찰하게 하는 글이다.

판화역시 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말을 , 글을 조심하라는...

 요즘 세상은 "척"하는 세상이다.

잘난 척 , 아는 척, 친한 척, 염려해주는 척 등등 그래야만 세상이 알아주니까.

진정성이 보이는 말이나 글이나 행동등은 찾기 힘들다. 위정자들이 그렇고 , 언론이 그렇고 세상을 그렇게 만들어간다. 척 세상을 .....그리고 트위터니 페이스북이니  sns도 보통사람들에게까지 "척"하는 세상에 동참하게 만드는 기여를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의 "척" 하기를 남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외로워진다. 나 역시 그러니까...

 

 이런 책들을 왜 이제서야 접하게 되었을까, 나의 정체성이 활발하게 생성하는 학창시절에 이런 책들을 알았으면 삶이 훨씬 넉넉해졌을 기회가 많아졌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불혹의 나이에 들어선 내 모습을 다시 더 깊에 스스로를 이해해보려는 기회를 던져준다.

 

  그대는 자주 '지갑'으로 思惟하고

풀죽어 있는 가죽 방망이나 풀남비로 사유하고

가끔 겉멋으로 사유하기도 하지만

결코 마음으로 사유하는 법은 없다. 이 물건

이를 일컫어 현대인이라 한다.

 - 현대인: 반가사유상-

 

 현재 대한민국에 발딛고 서있는 보통사람들의 현재의 삶이고 지향하는 삶의 모습이다. 지향하고 있다고 나에게 생각들게 한 것이 더 무섭다. 벌써 10년이 훨씬넘은 책에서 그려놓은 대한민국의 보통사람들이 작가에게 비친 모습, 작가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지갑'으로 사유하는 지향은 더 강화되었다.

 

 작가는 현실과 禪의 경계를 초월한 작품을 추구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그 노력의 모습이 많이 들어가 있는 책이고, 그 경계에서 작가가 망설이고 있음도 느껴진다. 방향성에 대한 일말의 의심이 있는 것은 아닐까. 작가가 현실에서 추구하는 일이 대중과 이전의 자신의 삶과 괴리가 생기는 것을 조금은 걱정하는 것을 아닐까. 어쨋든 대중 혹은 민중들 속에 자리하고자 하는 의지를 버리지는 않은 것 같다.

 작가의 삶의 내공이 자연스럽게 경계 뛰어넘기를 시도하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나의 감상은 그렇다.

 여러가지 현실세계의 경계를 초월하는 경지에 다다르고자 하는 작가의 믿음도 있는 것 같고...

 

  나 갈라네. 졸려서 그냥 갈라네   - 座脫 -

 

 판화는 초월하고자 하는 경지를 멋지게 표현한다. 조는 듯한 스님의 입적모습으로 ...

 

삶을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관조해보고 ,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라는 충고를 하는 것 같다.

치열한 현실도 중요하고, 가까운 미래의 지향, 바램도 중요하고, 또한 이것 저것 , 이생 저생을 넘어서는 초월한 사유, 사색도 필요하다고 말을 던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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