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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어느날 잡은 오랫만의 소설에 호기심이 작용하여 읽다가 그날 밤에 끝까지 책장을 넘기고 말았다. 우연찮은 교통사고로 인해 살인을 하게된 아버지. 너무도 처절하게 가족을 보호하려는 불편한 가장의 심리묘사는 정말 너무도 애절하다. 그리고 우리의 아버지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어쩌면 작가가 겪은 산업화 시대의 우리 아버지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런 아버지 곁에 극히 현실적이고 약간 부정적으로 , 그러나 가정을 유지하려는 강력한 생활력의 소유자인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 악착같은 생활력과 판단력 그리고 직감이 소설속에서도 감초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 아내로부터 자유를 힉득할 수 있는 방법은 술과 아들이다.
한편으로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 속에 교정된 부속품으로 자신의 아내와 딸이 기능하기를 바라는 사회적으로는 상층이지만 정신적으로는 메마르고 피폐해버린 한 남자가 출현한다.너무도 집착과 자신의 세계에 갇혀버린 잔인한 한 인간이 있다.
그리고 그 주변인, 사건의 흐름을 바꿀수 있지만 물론 소설이니 그 흐름으로 갈수 밖에 없지만 , 살인사건의 목격자로서 범인인 아버지 ( 야구 선수 출신이다)를 직감하면서도 신고하지도 않고,
또 피해자의 아버지, 성도착증,아동 폭행을 서슴치않는 악한의 복수를 읽어냈으면서도 주변인으로 일관하는 방관자가 등장한다. 완전한 방관자는 아니고 연민과 동정을 갖고 있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인이 나온다.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살인사건과 그 속에서 가정과 아들을 지켜내려는 父정이 있으며, 우리들 마음속의 굴절된 악의 모습도 보인다. 그래서 무섭다. 소설속의 그 악한은 소설속에 만들어진 특별한 악한이 아닌 현실에 있는 우리의 평범한 가정의 한 단면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그렇게 특별한 소설속의 인물이 아닌듯한 느낌이 자꾸 든다.
나의 깊은 곳에도 집착의 악한이 있어서인가.....
반전의 맛은 없지만, 소설속의 소설을 등장시켜 사실과 진실을 찾아가는 내용이 흥미롭다. 오랫만에 푹빠져본 소설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