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출근길이란, 가희 전쟁길이 따로 없다. 이건 비유가 아니다. 2월 28일의 출근길과 3월의 출근길은 정말 다르다. 단순히 달력이 한장 넘어갔다고 볼 수 없을만큼. 어떤 기분이냐 하면 내 출근길에는 학교가 특히 여러 개가 있어서 학생들이 버스에 많은 편인데, 그들을 보고 있으면 '너희들이 직접 승용차를 끌고 나오지 않는 이상에야 이럴 수는 없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회사에서 이런 얘기를 했더니 아무래도 봄이 되면 겨울에 차를 몰고 다니지 않던 사람도 차를 가지고 다니게 될 수도 있고, 학생들이 학교에 가다보니 학부모가 차를 운전하게 될 수도 있고, 당장 학생들이나 새로 출근하는 신입직원들이 늘어나니 대중교통에 사람은 늘어나는게 아니겠냐 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저런 꽤나 논리적인 설명에도 불구하고 잘 와닿지는 않는거다. 뭐랄까. '아 그런가...'싶다가도 '말도 안돼 무슨 그런 이유로 그렇게 막혀!'라는 마음이 곧 일어난다고나 할까. 거기에 이런 생각이 더해지는거다. 말도 안돼 날이 3월 첫날부터 땡하고 풀려서 사람들이 차를 더 몰고 나오나, 신입직원들이 무슨 신입생이야 3월 첫날부터 등교하게, 왜 도대체 3월의 첫날이면 이 전쟁을 치뤄야 하냐고. 


이렇게 궁시렁 거려봐야 3월이면 도로가 막히고 버스는 미터어진다는건 증명할 수 없는 명제같은게 되어 버렸으니, 받아들어야 한다. 아 그렇지 공리같은거 말이다. 증명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여라는 수학의 공리. 3월 첫날부터 벌어지는 출근길의 변화는 출근길의 공리랄까. 아무튼 내가 버스를 타는 시간은 등교하는 학생들의 시간대와 겹치는 모양이다. (학생들은 너무 일찍 등교하는구나!) 아무래도 좀 더 일찍 회사에 출근하던지, 좀 더 늦은 버스틑 타고 출근을 하는걸로 시간을 좀 변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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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3-13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출근길에 버스안의 사람들을 보고, 또 버스가 원래 걸리던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려 목적지에 도착하는 걸 보고, 아 이제 학교가 개학했구나, 깨달아요. 그러다가 여름의 언젠가는 또 버스가 텅- 비는거죠. 그러면 아 이제 방학이구나, 하고요. 저는 3월에만 느끼는게 아니라 여름에도 느껴요, 하루님. 확- 버스안의 분위기가 달라지거든요.

하루 2013-03-13 19:1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3월이면 느끼고,
아이들 방학철이 되면 한번 또 느끼고 여름 휴가철이 되면 느껴요 :)
아무리 자율이라도 여름휴가도 비슷한 기간에 많이 가는거 같더라구요
뭐랄까, 말씀하신대로 여름휴가 철 버스는 2%쯤 훨씬 느슨한 분위기랄까요? :)
 
언니의 독설 - 합본개정판, 흔들리는 30대를 위한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공감하는 자는 공감하는 만큼의 표본을 얻을것이고, 공감하지 못하는 자는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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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배꼽, 그리스 - 인간의 탁월함, 그 근원을 찾아서 박경철 그리스 기행 1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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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창 안철수라는 이름이 한국 정치계에 새로운 이슈로 자리 잡기 시작할 무렵, 대중은 안철수의 이야기를 혹은 그의 생각을 듣고 싶어했다. 안철수에게서 만족할만한 답변이 나오지 않는다는걸 안 대중은 그의 가까운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과연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냐고 그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 같냐고. 그 때 안철수와 청춘콘서트를 하면서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박경철에게 사람들의 관심을 쏠렸으나 그는 묵묵무답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그는 더 어느 순간 한국에 없었다. 그의 트위터에는 그가 그리스 어느 곳을 여행중이라는 사실만 간간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가 그리스를 여행한 결과물이 이런 책으로 출간 될 줄, 아니 그가 그토록 오랜 시간 그리스라는 땅을 열망한지 그때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그리스는 소위 조상 잘 만난 덕에 걱정없이 사는 나라라고 생각했다. 선조들이 하나씩 쌓아놓은 '그리스 신화'로 대표되는 국가, 선조들이 지어놓은 문화와 관광으로 나라의 부를 창출하는 나라, 그러면서도 경제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유럽경제를 휘청이게 한다는 오욕을 짊어진 나라. 더도 덜도 말고 그리스는 딱 그만큼의 나라이다. 그런 그리스를 박경철은 이십년전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배낭하나 매고 니코르 카잔차키스의 그리스를 자신의 걸음으로 더듬는다. 그래서 나온 책이  이 책이다. [문명의 배꼽, 그리스]. 이 책은 저자의 말에 따르면 앞으로 열권 이상의 시리즈로 기획이 되어 있다고 하는데 과연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처럼 일년에 한권씩 긴 호흡으로라도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문명의 배꼽, 그리스]는 기행문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인지 ,편년체가 아닌 공간중심의 서술을 택했다. 굳이 비교하자면 시오노 나나미의 연대기적인 서술로는 기행문이라는 양식을 포괄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미케네에서는 시간을 관통하는 미케네 문명의 시작에서 끝까지 연결된 이야기를, 페드라를 지나면서는 그리스 신화에 원형을 둔 비극과 영화 [페드라]이야기를, 스파르타를 지나면서는 영화 [300]과 스파르타 교육으로만 기억되는 스파르타의 진짜 모습을 서술한다. 그리스에 대해 잘 모르는 나지만 착실한 자료조사를 했음이 충분히 보인다. 역시 1권의 백미는 스타르타 이야기라고 볼 수 있는데, 여지것 지금까지 스타르타에 대해서 이렇게 자세하게 이야기한 책을 적어도 내 주변에 없었다. 물론 다른 역사책을 통해서 박경철이 적인 이야기가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가 그의 이야기인지를 구별하는 작업을 해봐야 할겠지만 - 그리스에 정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더 할지도 모르고, 혹시 그의 책이 정말 유명해지고 시리즈가 계속 나아간다면 좋든 싫든 학계에서도 이야기가 나오지 않겠는가 - 적어도 나같은 일반 독자에게 흥미를 일으키기를 목표로 잡았다면, 충분한 책이었다. 


재미난 점은 박경철의 기행기는 '아는 만큼 보인다'의 완결판이라는 점인다. 그는 쉼없이 그리스 신화를 혹은 고대의 그들을 말하면서 오늘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리스신화가 그냥 신화로 끝나는 것이 아닌 끊임없이 변주되어 반복되는 이유를, 역사는 되새김질하는 이유를, 한 작가를 쫓아 그리스를 더듬어가는 그 과정을 그는 결국 오늘 이곳에서 살고 있는 나의 삶을 위해서라는 점이다.  인간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지를 과거를 보고 지금을 고민한다. 역사의 먼지로 사라진 스파르타 이야기를 길게 꺼내는 것도, 풍성하다못해 입이 딱 벌어질만큼 그리스 신화를 풀어내는 것도 모두 결국 다 그 때문이다. 


기대보다는 신화를 풀어내는 일에 초점이 많이 맞춰서 있었기 때문에 기행문과 '오늘의 그리스'를 읽고 싶었던 나에겐느 아쉬움이 있었지만, 시리즈의 시작으로는 나쁘지 않은 이야기였다. 열권을 달려가야 하는 이야기인데, 이 정도 선선히 둘러보는것도 좋겠다 싶은 기분이랄까. 그의 이야기속 그리스 신화와 비극들을 찾아 읽어보고 싶고, 그리고 곰곰히 지금 나를 둘러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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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해부도감 - 집짓기의 철학을 담고 생각의 각도를 바꾸어주는 따뜻한 건축책 해부도감 시리즈
마스다 스스무 지음, 김준균 옮김 / 더숲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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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시간이 될 때마다 건축에 대한 책을 읽고 있다. 특히 건축 중에서도 집에 대한 책을 읽고 있는데, 집을 실제 지은 사람의 이야기를 적은 책이나 설계에 대한 책이나 이런 집이 어떤가에 대한 이야기 등등 가리지 않고 읽고 있다. 그 중에서 올해 읽게 된 책은 [주거해부도감]이라는 책인데, 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솔직히 주거 건축에 대한 테크닉의 책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렇게 창을 낸다던지, 이렇게 구조를 배치한다던지 이런건 어떠세요? '라는 느낌으로 접근했던 책이었는데, 뒤로 갈 수록 아 그런 책이 아니라구 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정확히 말하면 제목과 이야기가 조금 뒤로 갈 수록 어긋난다. 


이 책은 한마디로 주거 공간에 대한 이해를 위한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건축 실무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 혹은 이제 막 건축을 배우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을 하나쯤 써봐야겠다라고 의도를 피력했지만 사실은 이 책은 그 보다는 집이라는 공간을 다양한 측면에서 이해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를태면 이런거다. 집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낼 때, 빈 공간을 벽으로 매울 것인가, 아니면 벽으로 채워진 공간을 뚫어서 창을 낼 것인가, 공간을 이해할 때, 기둥과 같은 프레임 - 요컨데 선 말이다 - 으로 뼈대가 있는 공간으로 이해할 것인가 아니면 벽으로 만들어진 - 즉 면으로 매워진 - 공간으로 이해할 것인가. 요컨데 극단적으로 축사는 선으로 만드러진 공간이 될 것이고, 공장은 면으로 매워진 공간이 될 것이다. 집이라는 공간을 창조할 때 둘 중에 어느 방향으로 접근해서 이해할 것인냐에 대한 문제를 고민해 봐야 한다. 이는 동선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주방을 설계할 때 과연 어떤 순서로 동선을 잡는게 합리적인 될 것인가,  개인이 온전히 전유해서 사용하는 공간과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을 어떻게 분할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도 비근한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주거해부도감]의 앞부분은 굉장히 테크닉적인 면을 강조했지만, 뒤로 갈 수록 이런 공간이해에 대한 개념이 굉장히 강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위상 기하학을 만날지 누가 알았겠느냐는 말이다. 

 

솔직히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집에 건축은 어떻게 이루어 지는가, 어떻게 방을 나누고 배치할 것이냐에 대한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실제 어느 정도 까지는 이러한 생각이 맞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뒤로 갈 수록 그리고 끝까지 다 읽고 나면 그 보다는 주어진 공간을 어떻게 채우고 비워야 하는지, 살아갈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생각이 먼저 정리되어야 하고, 그 다음에 그게 맞춰서 공간을 정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시종일관 끝까지 하는 책인듯 하다. 한 이야기의 꼬리마다 '그래서 이러한 부분에 대한 정리가 필요합니다'라고 되어 있는 작가의 한줄 요약은 20년간의 경험에서 나온 엑기스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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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해부도감 - 집짓기의 철학을 담고 생각의 각도를 바꾸어주는 따뜻한 건축책 해부도감 시리즈
마스다 스스무 지음, 김준균 옮김 / 더숲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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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대한 세부적인 설계보다는, 집 혹은 공간을 어떻게 이해할 것이냐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책. 앞쪽에서 뒤쪽으로 이야기가 진행할 수록 공간 이해에 대한 측면이 아주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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