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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리스트
김순덕 지음 / 민음사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세상에 많은 책 가운데, 자신의 생각과 항상 일치하는 책만 읽을 수 있는건 아니다. 아니, 그런 책만 읽고 싶다면 책은 읽지 않아도 무방한지도 모른다. 가능하면 책은 다양하게 읽자는게 내 원칙이다. 생각하기 위해 책을 읽는 나로서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책이 최고인지라, 가능하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책도 열심히 읽자가 기본 자세이다. 하지만 그렇게 읽을 수 있는 책이 과연 어느 수준이 되어야 하는지를 곰곰히 생각하게 한 책 <글로벌리스트>였다.
<글로벌리스트>는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세계화로는 표현되지 않는, 글로벌리제이션시대에 (이러면 더 팍팍하고 경쟁심히 팍팍 쏟아난다고 한다)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혹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지침서이다.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세계화 시대에 과연 어떻게 성공할지,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본인의 평소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놓고 있는 책이다. 결론적으로 질렸다는 표현 밖에 쓸 수가 없는 책이다.
난 세계화를 찬성하지도 않지만 어쩔 수 없는 분명한 현실이라고 받아들이는 세대이다. 어쩌면 대부분의 20대 들이 그럴지도 모르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해야 하는 현실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세계화로 물들어 있는 시대에 적어도 '삶의 방식'은 내가 결정하고 싶다. 처해있는 삶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삶에서 내가 어떻게 대처하는지만큼은 내가 결정하고 싶다. 난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글로벌리스트>에서 제시하는 삶의 방식으로 살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글로벌리스트>에서 제시하는 삶의 방식은 명쾌하다. 이 이상 명쾌할 수 없을 정도이다. 물론 이 책은 신자유주의에 입각해서 가능한 냉철하게 현실을 분석해 놓았다. 그 점만은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반론을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분명하다. 중국이 WTO에 가입한 사건을 중요하게 분석해 놓았다는 점은 특히 의미가 있었고,(난 이전까지는 이 사건을 이렇게 중요하게 강조한 책은 읽어보지 못했다) 경쟁력을 통해서만이 위기가 기회가 된다는, 그리고 그것을 위해 여성성과 남성성이 공존해야 한다는 그의 분석은 분명 의미있는 것이다.
하지만 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저자가 제시하는 삶의 방식대로 살고 싶지는 않다. 이렇게 살다가 죽는다고 그녀가 체념어린 어조로 날 비웃는다고 해도 그녀가 제시한 방식으로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탈레반을 축출하기 위한 - 알만한 사람은 그게 어처구니 없는 전쟁이라고 말하는 - 전쟁을 미국의 선의로 해석하는 그의 삶의 방식을, 그리고 경제를 살리지 못했기 때문에 사회주의를 '죽은 이데올로기'라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는 않다. 솔직히 말해 이 책을 읽으면서 깜짝 깜짝 놀란 점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의 제법 큰 신문이라는 '동아일보'의 부국장이라는 사실이었다. 진정 깜짝 놀랄만한 - 솔직히 놀랍지도 않은 -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