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회사에서 내가 새로 얻은 별명이 둘이 있다. 하나는 추리 소설의 주인공이고 다른 하나는 일부녀이다. 첫번째는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니가 있다며 회사 부장님이 날 추리소설의 주인공으로 임명하셨고, 다른 하나는 네이트에 지친 나머니 '전 일을 부르나봐요'라고 써넣었더니. 저렇게 부르셨다. 그리고보니 금요일은 일을 끝내고 집에 오니 12시 반이 넘고 있었고, 난 화장실 한번 제대로 가지 못하고 입은 옷 그대로 거실에서 잠들었다. 지난 주 말에 잡은 [이성과 감성]은 아직도 1장에서 머무르고 있다. 도대체 난 지난주에 회사 일을 제외하면 뭘 하고 살았나 싶을만큼 난 그렇게 일주일을 살았다.

오늘은 많이 아팠다. 몸을 일으킬 수 없을만큼. 거실창문으로 보이는 하늘이 너무 파래서 조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부스럭부스럭 거리며 [여인의 향기] 3부를 다시 봤다. 내가 [여인의 향기]를 보는건 딱 3회 뿐이다. 둘이 사귀건 말건 여자 주인공이 죽어가서 남자 주인공 애가 닳건 말건 그건 나와는 상관이 없다. 난 오로지 3회만이 보고 싶을 뿐이다. 오키나와 하늘이 지독히 파랗게 나와서 애가 다 타던 그 3회 말이다. 아마 3회를 주말에 집에서 재방송으로 봤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그 하늘과 바다를 본 순간 눈물이 날 듯 했다. 어떻게 저런 하늘이 저런 바다가 지금 이 때 내 눈 앞에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올 여름은 유독 너무나 제대로 된 하늘을 보기가 힘들었고, 나도 하늘을 제대로 볼 시간이 없었다. 해가 뜨는지 해가 지는지 달이 뜨는지 달이 지는지, 계절이 가는지, 비가 오는지 바람이 부는지. 하루하루를 그런가보다 하고 출근하고 그랬구나 하면서 퇴근했다. 많은 일이 있었던거 같은데 지나고보니 기억에 남아있는건 그리고 기록은 아무것도 없다. 아마 그래서 였는가보다 눈이 시릴만큼 파란 하늘을 보고 바다를 보고, 그것도 TV에서 나오는 그런 화면에, 눈물이 나올것 같았던건.
 

난 오늘도 인터넷에서 어디든 좋으니 타죽을어도 좋을 그런 하늘을 볼 수 있는 여행지가 나온 상품을 찾고 있고, 책을 찾고 있고, [여인의 향기] 3회를 계속해서 돌려보고 있다. 정확히는 그 드라마에 나오는 하늘을 보고 싶은거지만. 드라마 속에 나왔던 저런 하늘과 바다를 난 언제쯤 다시 볼 수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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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8-28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다는 안보고 싶어요, 하루님? 눈물이 날 것 같아요. 타죽어도 좋을 하늘을 보며 울면 아무도 못 알아볼지도 모르겠어요. 같이 가요!

하루 2011-08-29 11:51   좋아요 0 | URL
하늘과 바다가 함께면 금상첨화예요.
타죽을 하늘이 필요해요!

알로하 2011-09-27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 <안경>을 보고 나서 계속 오키나와 앓이 했어요. 타죽을 것 같은 하늘! 그 아래 선다면 여한이 없을 것 같네요.

하루 2011-09-27 22:27   좋아요 0 | URL
그렇죠! 역시 타죽을것 같은 하늘!
이런게 필요한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