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마음이 씻은 듯이 사라지고 평온해졌다. 조금 뒤에는 여태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기쁨마저 솟아났다. 잎싹은 눈을 지그시 감고 가슴 밑의 생명이 전하는 따뜻함을 느꼈다.-63쪽
"아가, 나는 닭장에서 알만 낳아야 하는 암탉이었단다. 단 한번도 내 알을 품어 보지 못했어.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게 소원이었는데도 말이야. 알을 낳지 못하게 되자 닭장에서 끄집어 내졌지. 그때 이미 죽을 목숨이었어.하지만 너를 만났고, 나는 비로소 엄마가 되었단다."-138쪽
"어리다는 것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 아가, 너도 이제 한 가지를 배웠구나. 같은 족속이라고 모두 사랑하는 건 아니란다.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는것! 그게 바로 사랑이야'"-152쪽
잎싹은 날개를 벌려서 다 자란 초록머리의 몸을 꼭 안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부둥켜 안고 있었다, 초록머리의 부드러운 깃털과 냄새를 느끼며 몸을 어루만졌다. 어쩌면 앞으로 이런 시간은 두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소중한 것들은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잎싹은 모든 것을 빠뜨리지 않고 기억해야만 했다. 간직할 것이라고는 기억밖에 없으니까.-162쪽
갑자기 세상이 너무나 조용해졌다.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하늘 저쪽으로 빨려 가고 이쪽에는 껍데기만 남은 듯했다. 잎싹은 숨쉬기가 힘들었다. 숨쉴 때마다 심장이 들썩거리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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