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와 2박 3일 나남산문선 39
고혜정 지음 / 나남출판 / 2007년 3월
장바구니담기


젊디젊은 것이 팍 삭어버린 거 같다. 자존심 강한 것이 어디가서 말도 못하고 혼자 힘든 거 삭히느라고 골병 들었고만, 불쌍한 내 새끼.
힘들면 엄마한테 올 일이지.
어렵고 힘들때 젤로 생각나는 사람은 엄만데.
막막허고, 속상헐 때 찾어 갈 곳은 엄마뿐인데.
엄마가 해결은 못 해줘도 속 시원허게 얘기는 들어줄 텐데.
엄마가 도와주지는 못해도 내 새끼 속상헌 마음은 누구보다도 알아줄텐데.
엄마한테는 다 괜찮은 것이다.
엄마는 새끼가 입만 딸싹히도 새끼 맘 안다.
왜냐믄 내 속으로 낳은 내 새낀게.
근디, 어째 자식들은 그걸 모르고 딴 데서 헤매고 속 끓이는가 모르겄네.-55쪽

인생은 꼭 인류대 나온다고 행복이 보장되는 거 아니야. 자랄 때 어떤 재목으로 크느냐가 중요한 거 같아. 어떤 스승에게 어떤 것을 어떻게 배우느냐, 어떤 친구를 사귀느냐, 어떤 분위기에서 생활하느냐, 그런거... 뿌리와 기둥을 잘 키워야 좋은 열매를 맺지, 당장 꽃만 예쁘게 잘 피우고 열매를 못 맺는 교육이 되면 안되지.-115쪽

그러나 절대 돌아갈수 없는 것이 과거.
그때 나는 진짜 소중한 것은 모른채 모두가 쫓고 있는 행복의 조건만을 덩달아 쫓았던 거 같다.
한번 뿐인 인생을 나는 최고의 선택만 하려고 했기 때문에 지금의 고달픈 인생으로 올 수밖에 없었으리라.
홈이 파인 대로 물이 흐르듯이.
뭐든 최고가 좋은 줄 알았다. 그래서 기를 쓰고 최고만을 선택했다.
그것이 행복이고 성공인줄 알았다.
일류대 입학, 대기업 입사, 최고의 남편감, 최연소 부장 승진. 다들 나를 성공한 인생으로 부러워하겠지.
난 이렇게 외롭고, 잘근잘근 무너져 가는데.
사람마다 행복의 가치는 다르겠지만 최소한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가치는 최고 지향주의가 낳는 것이 아니었다.-117쪽

결혼헌 여자가 속상헐 때 갈 곳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서러운 일인지 내가 알기에 엄마는 여그서 이렇게 상처입고 갈데없어 찾어올 우리 딸을 기다린 것이여.


(중략)

한번이든 두번이든 세번이든..힘들고 속상헐때 엄마가 있는 친정 와서 풀고 가라고 한 번이 될지 두번이 될지 열번이 될지 모르는 그날을 대비해서 엄마는 여그서 기다리고 있는 거여.
여자가 가고 싶어도 갈 친정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서러운 일인지 엄마가 알기에 우리 딸한테만큼은 그런 설움 안 주고 싶어서 그리서 여그서 우리 딸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186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09-08-11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겐 꿈만 같은 일이네요

치유 2009-08-12 01:21   좋아요 0 | URL
전 마지막 밑줄저게 얼마나 가슴에 와닿던지요..친정이란게 그런거지..그런거야..하면서 저런 친정엄마한테 솔직히 저도 맘놓고 못가요..
그게 가슴아프게 속이 상하다가 아..이 이기적인 딸..하며 미안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