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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
권윤주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책을 볼땐 소중한 일기장 같이 생겼었다.
도톰한 하드보드표지에 스노캣들로 다시 한번 덧댄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기장을 나름대로 자기 느낌과 감각을 넣어 다시 덧대고 꾸며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소중한 일기장처럼 느껴지도록 해둔 느낌이다. 누가 봐도 저 주인 다워...하게끔 말이다. 얼마전 큰 아이가 선물받은 작지만 실용성 있고 평범하며 밋밋했던 수첩을 이쁜 천으로 덧대고 리본 테이프로 덧대서 자기만의 독특한 수첩으로 변신시켜 두었듯이 이 책을 보니 아이만의 독특한 방법이 떠오르고 더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졌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더 애정어린 눈빛으로 펼칠수 밖에..통통하지도 않으면서 귀여운 캐릭터 고양이는 "웃지 마! 나 영어책이야" 에서도 많이 본 고양이다. 꼬물거리는 고양이 삽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유머러스하지만 몇마디 없어도 무언의 고양이 만으로도 뭘 말하는지 알수 있는 일러스트들이다. 보는 사람들마다 조금의 생각차이는 있겠지만 보면서 모두 공감할수 밖에 없는 일들인 것이다.
그리고 요즘 특히 혼자노는것에 익숙해하고 게으름에 익숙해진 날들이 많은 나는 더욱더 공감하게 된다. 「우리는 왜 침대에서 일할수 없는가」코너에선 조금씩 다르겠지만 내 해석으론 백프로 공감한다는 것이다. 그래 침대로 올라가서 일하자 맘먹고 올라가서 누우면 바로 옆에 있는 일거리는 손을 뻗을수가 없게 멀어진다는 것..작가의 의도와 해석으로 다가갈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내 해석만으로도 충분하게 혼자 큭큭거리며 그래 그래 맞어 공감할수 있다는것이 이 스노캣들을 보는 장점이 아닐까 싶다.
특별하게 무엇을 표현하려 한것 같지 않으면서도 잔잔하고 요란스럽지 않게 우리들의 모습을 보게 하는 마법을 가진 스노캣들.. 그 속에 내가 있었고 주위의 외로운 이들이 보인다.그리고 쓱싹쓱싹 지워버리고 싶은 모습도 있다. 「엄마란」 엄마란 때론 알면서도 모른척 해야 할때도 많다. 벌을 준다고 해놓고도 밥때가 되면 언제그랬냔 듯이 밥을 챙겨 먹이고 아이가 힘든 일이 있어 괴로워 하는것 같지만 속 시원하게 들어주지도 못하고 밥이라도 먹이고 싶은 맘..그러면서 조금 더 느긋하게 아이속내를 들어주지 못한게 아쉬워서 끙끙거릴 때도 있다.
「구석」을 보면 아마 많은 생각을 하게 될듯.. 내가 첨 본 구석은 너무 웃겨서 큰소리로 막웃었는데 다시 들여다 보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는;;때론 구석에 박힐줄도 알아야 하는데 때로는 우리가 너무 잘났다는 것...그리고 구석에서 조용하게 있으면 있는 줄도 모르고 산다는것.. 꼭 큰소리를 내지 않아도 가운데 자리잡고 서지 않아도 내가 존재한다는것..그리고 꼭 그들과 같이 어울려야만 내가 존재하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슬슬 넘기다 보면 금새 보게 되는 책이지만 처음부터 천천히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하는 마법을 가진 귀여운 캣들..아이따라 책보는 엄마가 된 지금..아이의 책들을 보다 보면 아이는 지금 무엇에 관심이 많은지도 알게 된다. 울 아이는 여전히 스노캣 일러스트를 너무나 좋아한다는 것이다.
때론 틀린 글씨 벅벅 문질러 지우듯이 내 삶에 지우고 싶은 모습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때가 좋았어..라고 느껴진다면 뭐랄까 아직도 커가고 있다고 느껴야 겠지? 그리고 그때가 있었기에 내가 더 성숙해졌지..사람된거야..라고 깨닫게 될때가 멀지 않더란 사실..
아~~~~~!여름이다..이제야 여름같은 날이 온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