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기는 읽지마세요, 선생님 우리문고 13
마가렛 피터슨 해딕스 지음, 정미영 옮김 / 우리교육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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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쓰기는 하루의 일상을 정리하는 차원이 아니라 아이들에게는 강요된 숙제였다.그러나 지금은 일기를 꼬박 꼬박 제출해야 하는 그런 숙제는 없는듯 하다. 큰아이는 지금 고등학생이다.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시작한 일기쓰기는  아이와 나의 협의하에 내가 아이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또하나의 구실역활을 했고 나는 아이가 초등학교 졸업할때쯤에는 일기장을 모두 모아 기념으로 일기장을 책으로 엮어 주마하고 약속했던 것을 지금까지도 못 지키고 있다.

그리고 초등학교 졸업시기로 들어서면서부터 난 아이의 일기장을 보지 않았다,. 약속을 못 지켜 준 미안함도 있지만 아이의 인격존중이라는 명목으로다가..아이가 서운해 하지 않도록 일기장을 읽어 보지 않게 될 때도 그 이유를 아이에게 말했었다..그리고 처음 시작할때 약속했던 것처럼 일기장을 보지 않게 될 때도 또 약속했다.  엄마에게 숨기지 말고 고민이 있으면 꼭 이야기하라고..함께 써온 일기는 아마 가장 소중한 기록이 아닐까 싶은데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를일이다.

"이 일기는 읽지 마세요,선생님" 이란 일기장의 주인공 티시는 열여섯살 고등학생이다. 한참 사랑과 관심을 받고 지내야 할 나이지만 돈을 벌어야 하고 무책임한 부모를 보며 티시는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엄마보다도 더 잘 돌보려 하지만 그것 마저도 뜻대로 안되는 일이다. 폭력과 가출을 일삼는 아버지..그리고 그 아버지에게 길들여진 엄마의 기다림과 무기력함은 나를 힘들게 했다..요즘 엄마들중에 이런 엄마들이 또 있을까?  요즘 엄마들이야 아이들에게 얼마나 관심들이 많고 자기 자신은 부숴지더라고 자식을 위해서라면 이 악물고 뒷바라지들을 하는데 티시의 엄마에게서 그런 걸 조금도 못 느끼겠으니 뭐 이런 엄마가 있나 싶었다.

모든 어려움을 이미 경험버린 아이처럼 이미 철이 들어버려 친구들의 고민은 그저 철없고 한심스런 고민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티시..그만한 나이에 고민해야 할 고민이 아닌 어른들이 감당해야 할 고민을 안고 하루하루의 끼니를 고민해야 하는 아이. 일기장을 제출할때마다..아니 쓸때마다 제목처럼 '읽지 마세요.선생님' 이라는 꼬리표를 붙인다. 선생님도 그 약속을 지키고 읽어도 된다는 일기만 읽고 검사를 하시는데 어느날 너무나 지친 티시는 모든 비밀 일기장까지도 다 읽어달라는 고백을 한다. 그래서 선생님은 티시의 사정을 알게 되고 또 티시와 동생을 잘 돌보아 줄 가정을 찾는데 누구보다도 사랑이 많으신 친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 다시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보호를 받게 된다.

학교성적이나 시험을 염려하는 게 아니라 삶의 무게를 염려해야 했던 티시였지만 일기장을 통해 자기 마음을 털어 놓을수 있었으니 다행스런 일이 아닌가 싶다..만약 자기 맘을 털어놓을 일기장마저도 없었더라면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힘들지 않았을까..자기 생각을 정리하는데는 일기장만한 것이 없다. 물론 바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라면 부모에게 고민을 털어놓을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통해서 아이가 잘 되라고 바란다는 것은 욕심임을 깨달았다. 티시 할아버지 할머니도 티시 아버지를 키우며 곧 철이 들겠지..생각하며 이끌어줘야 할때를 놓치고 말았음에 후회를 하는 것을 보며 부모로서 충고를 해야 할때와 칭찬을 하며 이끌어 줘야 할때를 잘 감당하며 부모노릇을 해야겠단 생각도 한다.

둘째녀석은 학원에 다녀오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이 책을 보기시작하더니 결국엔 다 읽고 잤었다. 다음날이 개학인데 세시반까지 읽고 있으니 속이타는건 나였다.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져야 하는데 어떻게 이런것은 지 애밀 꼭 닮아서리..올빼미다..방학이면 꼭 올빼미 노릇을 하는데 다음 겨울방학때는 꼭 잡아 좋아줘야겠다고 개학날 다짐에 다짐을 하곤 했지만  난 담 방학때도 자유를 줄것이 분명하다..아니지..버릇을 잘 들여놔야하니 독하게 맘 먹고 실천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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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섬 2007-08-27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체된 감정의 발산, 일기장만한게 없는 것 같아요.
아이가 커가면서 인격존중이라는 명목하에 일기장을 안 본지 오래 되었는데
대화에 드러나지 않는 생각읽기가 어려울 땐
일기장을 슬쩍 하고픈 충동이 일긴 해요.
올빼미..방학동안 밤낮이 바뀌어 버렸다는;;;^^

치유 2007-08-28 08:17   좋아요 0 | URL
저도 가끔 그런걸요..지금까지도 큰아이는 일기를 쓰고 있거든요..
비가 올듯 말듯 엄청후텁지근한 아침입니다.

순오기 2007-08-28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6년 겨울방학 책따세추천도서였죠.
'이 일기는 읽지 마세요'라는 꼬리표를 꼬박꼬박 붙이면서 썼던 티시의 마음,
그런 배출구가 있었기에 '모든 일기를 읽어주세요'라고 선생님께 호소할 수 있었겠죠!
그 마음이 짠해서 눈물 났어요~~~ ㅠㅠ

치유 2007-08-28 08:19   좋아요 0 | URL
네..저도그랬더랍니다.

비로그인 2007-08-28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늦도록 책 읽는 아이가 대견하지 않던가요?
몰두하는 모습은 나이를 상관하지 않고 멋져요.

치유 2007-08-29 14:11   좋아요 0 | URL
너무늦도록 책읽고 있으면 학교에서 잘까봐 ..ㅋㅋㅋ
그런데 학교에만 가면 신나서 안졸리더랍니다..
무엇엔가 몰두할수 있다는것은 정말 멋진 일이지요??
어제오후에는 강정만들기에 몰두했더니 모두 잘 만들어져서 기분이 아주 좋았더랍니다.가까운데 사신다면 제가 만든 강정과 함께 차한잔 할까요??여쭈었을텐데..

비로그인 2007-08-29 15:32   좋아요 0 | URL
말씀만으로도 벌써 맛있습니다.
제가 가까이 산다면 얼마나 많이 얻게 될지 가슴이 뿌듯해져요.
제가 드릴 생각은 하지 않고 받을 생각만 했군요.
미안해요...

치유 2007-08-29 18:01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님도 나누시는것 좋아라 하시면서요..

Jaki 2007-11-02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꼭 보겠습니다. 좋은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