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구두 2004-06-02  

바람구두로부터...
사람들마다 어둠에 얽힌 공포 한 가지씩은 있을 겁니다. 제 경우에는 어둠에 대한 공포보다는 침묵에 대한 공포가 더 강한 편입니다. 어둠에 대해서는 공포라기 보다는 친숙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예전에 오랫동안 지하 생활자로 살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작은 백열등 하나가 유일한 빛이었지요. 그리고 누군가 날 부를 때면 소리쳐 부르기 보다는 외부에 연결된 전등 스위치를 껐다켰다하는 것이 신호였습니다. 마치 유태인 소녀 <안네>가 숨어있던 네덜란드의 골방처럼 말이죠...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들면 조용히 어둠이 내리고 그 어둠 속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평온함에 젖어들곤 했었습니다. 괜히 나이만 먹고 있는 이 시절의 우울이 어둠 속의 기억들을 다시 불러일으킵니다.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얼마나 많이 다짐했었는지요... 우습죠.... 세월이란 게 그런 건가 봅니다.

병원에 2주간 입원해 있다가 어제 퇴원했습니다.
그래서 이곳 방명록에 글 한 번 남겨야지 하다가 이제사 인사 여쭙네요.
 
 
치유 2004-06-02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또 한해를 살고....
또 나이 들어 감에 다시 큰 다짐이라도 하듯 새로운 결심하고 돌아서지만....

퇴원하셨다니 다행입니다..
몸 조심하세요..바람구두님!..퇴원 축하드리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