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뭐하나 특별하게 해 드린 것이 없네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없음에 기가 막힙니다.
나 사는 것에만 급급해하며 멀리 내다볼줄도 모르고 그저 막막하게 내 한뼘 앞도 못 본체 그저 아둥 바둥 살다보니 이렇게 저도 나이를 먹고 언제까지나 옆에서 든든하게 지켜주실줄만 알았던 당신은 그렇게 안타까운 그리움만 남긴채,
천국문을 열고 부르신다고 미련도, 후회도 없이 그렇게 그렇게 훌훌 털고 가셔버렸네요.
그곳에서는 더욱 평안하신지요..
조금의 아픔도 고통도 없이 그저 당신께서 좋아하시던 꽃들이 만발한 그곳은 그저 향긋하고 즐거움만 가득이겠지요?
어버이날이라고 거리마다 카아네이션이 그득이더이다.
생전에 저런 카아네이션 한바구니 들고 찾아뵙기나 했던가....
그랬더라면 조금은 더 위안이 되었을 터인데..뭐하며 살았나 모르겠어요..
문득 카아네이션 고운 바구니로 골라 들고 아버지 계신 해남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더랍니다..
집에 늘 계실때는 왜 그런 생각한번 못하고 살았던지.지금은 가면 아버지 묘앞에서 펑펑 울고만 오겠죠??
사람들이 그러더라구요..살아계실적에 잘해드리라고..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저는 언니들이 모두들 잘하니 저는 조금은 못해드려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살았었답니다..
그리고 시집을 가선 시댁 챙기기에도 늘 벅차했더랬지요..
옆집 엄마는 그러는 나를 보고 친정에도 좀 잘하라고 말하곤 했었어요..
난 그럴때마다 친정은 내가 안해도 언니들이 잘하니까...하며 ..늘 엄마 아빠를 뒤로 미루곤 했었어요.
그런데 요즘..
그 말이 자꾸 생각납니다.
나도 또 다른 딸이었건만..
돌려줄수 없는 사랑만 듬뿍 듬뿍 다 받아 챙기고 하나도 돌려드리지도 못한채...
미련하게도 더 많은 사랑을 받지 못해 안달이었으니..
늘 멀리있다는 핑계로 더 그랬던지도 모르겠어요.
아버지천국가시는 길 배웅하고 돌아 온 첫 월욜에는 서울병원에 아는 할머니 집사님이 입원해 계시단 소릴 듣고 목사님 내외분을 모시고 다녀왔더랍니다.
피곤에 지친 몸이었지만 그렇게 찾아뵈니 얼마나 반가워하시는지..
아마 아버지도 그러셨겠지요?/
누군가 그렇게 찾아와서 말벗이 되어 주면 고마워 하셨을것이고..뭐 하나라도 먹여 보내고 싶으셨을 그 마음...돌아오는 길에는
낮동안 내내 홀로 계신 할아버지를 뵙고 오는데 얼마나 외로우실까..얼마나 사람이 그리웠을까...정말 많은 생각을 했답니다..
우리 아버지도 저렇게 사람을 반가워하셨지...생각하면서 눈물이 줄줄나더이다...
왜 이렇게 생각이 늘 모자랄까요..늘 지혜롭길 간구하고 또 간구하지만 돌아보면 바보같은 생각들뿐이네요..
연세드신 할아버지들을 보면 아버지 생각이 나고..
홀로 앉아계신 모습을 보면 또 아버지 생각이 나고
철쭉고운.. 너무나 이쁜 꽃들을 봐도 생각이 나고 그러네요..
홀로 남겨진 우리 엄마 늘 외롭지 않도록 잘 지켜 주세요.
많은 세월 아버지 옆에서만 지냈으니 늘 허전하고 외로우실것 다 아시지요?
도란도란 두분이서 정답게 이야기 나누시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엄마가 사시면서 문득 문득 외롭지 않도록 지켜 주시고,
아버지 옆으로 가시는 그날까지 지금처럼 늘 건강하실수 있도록 늘 지켜 주세요..
요즘은 문득 문득,
아버지가 정말 가셨다는게 실감나며
너무나 안타까움으로 그리운 날들이네요..
아버지, 당신을 정말 사랑했어요..
그리고 내 아버지로 참 존경했었어요..
나의 아버지..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07.5.7..당신의 일곱째 딸래미 이화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