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이냐 요가냐 둘을 놓고 한참 무게를 재었다. 수영과 요가의 싱거운 몇판 승부가 지나고 저울은 요가 쪽으로 기울었다. 몇년을 한 수영과 불과 몇달 한 요가의 승부가 이렇게  쉽게 끝나다니...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머리 매만지고 해야하는 수영의 번거로움이 매트 한장과 간편복 하나로 준비 끝인 요가의 편리함에 꺽인 탓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요가의 선택은 요즘 나의 어깨의 증상 때문이기도 하다. 알라딘 서재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오른쪽 머리서부터 오른손끝까지 저릿저릿해지는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오른쪽 팔에 힘이 들어가나보다. 오른쪽 어깨가 많이 뭉쳤네... 나보다 컴퓨터를 더 많이 쓰는 남편에게서 거꾸로 안마를 받으며 이런 말을 듣는다.

그런데 이 뭉친 근육들의 반란을 잠재우는 데 요가가 제법 효과가 있다. 처음 별다른 관심이나 열정없이 시작한 요가가 이렇게 나에게 유용하고 딱 맞는 운동이 될줄 몰랐다. 숨고르기 하면서 천천히 몸을 움직이는 정적인 이 운동은 떠들썩한 수영장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자신의 몸에 기운을 집중하고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보는 운동이다. 주변은 잠시 뒤로하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만나는 시간이다. 20대에 시작했으면 아마도 숨이 막혀 뛰쳐 나갔을 것이다. 지금은 오히려 이런 자기 집중과 정리가 편안하게 느껴진다.

요가를 하면서 몸이 조금씩 유연해지고 부드러워짐을 느낀다. 아직 다리도 뻣뻣하고 등근육이 부드럽지 못하여 동작은 어정쩡하지만.

시작. 새로운 것, 뭔가를 새로 배우고 알아가는 것은 삶에 활력을 준다. 요가는 아직 나에게 유통기한이 많이 남은 신선한 먹거리다.

더불어 증상, 어깨결림이 요가와 만나 시원하게 화해를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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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만났어요 - 가을 계절 그림책
한수임 그림, 이미애 글 / 보림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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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뒤라서 그런지 바람이 제법 선선합니다.  때마침 가을동화 한권이 와 있네요.

이 책은 동화라기 보다는 한 편의 가을 예찬 시입니다.

<가을은 마른 감잎처럼 바스락거리며 햇살에 후끈 단 모과 냄새를 훅 퍼뜨렸어요.> 

<가을은 주머니에서 부스럭부스럭 바람을 꺼내더니 들판에 휘리릭 펼쳐 냈어요.>

<나는 마당 가득 떠도는 가을 냄새를 맡으며 저렇게 멋진 손님이라면 내년 이맘때도 꼭 초대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온통 갈색으로 물들은 들판과 소년의 그림속에 수줍은 듯 숨어있는 글들은 잘 곱씹고 음미해 볼만 합니다. 잘 그려진 그림이지만 전체적으로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여서 그림보다는 오히려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재기발랄한 글귀들이 더 좋아지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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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비트의 바다여행 - 초등 2.3학년 온누리동화 7
B.로른젠 글, 만프레트 슐터 그림, 경기대학교 아동-청소년 문학연구실 옮김 / 온누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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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모양의 둑 너머로 세 그루의 밤나무가 보이고 밤나무 사이로 두 개의 굴뚝이 나란히 연기를 뿜고 있는 그 곳에 빌리비트와 어부가 이웃하여 살고 있습니다. 빌리비트는 초등1학년입니다. 빌리비트는 지붕이 빨간, 하얀 집에서 부모님과 고양이 마르찌판하고 사고 어부는 바로 옆에 지붕이 파란,  빨간 집에서 리스베트 아주머니와 살고 있습니다.

빌리비트와 어부는 거의 매일 둑에서 만납니다. 둘은 둑에서 바다를 내려다 보며 고기를 잡으러 갈 것인지 집에 머물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해가 나고 바람이 잔잔해 지면 빌리비트와 어부는 고기잡으러 바다로 나갑니다. 어부의 부인을 닮아 작고 통통한 리스베트호를 타고서.

오늘은 고양이 마르찌판도 함께 입니다. 리스베트호가 물살을 가르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빌리비트는 배를 조종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고기상자 위에 올라서서 빌리비트는 배를 조종합니다. 느릿느릿 꼬불꼬불  '꽈배기장수'처럼 배를 조종합니다.

이제 닻을 내립니다. 그리고 그물을 바다 속으로 내려 보냅니다. 그 다음은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그물에 새우들이 가득찰 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다.

<기다리는 사람은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마음의 여유를 가진 사람은 주위를 살펴 볼 수 있습니다.>

빌리비트와 어부는 기다리는 동안 닻을 내린 근처 썰물로 드러난 모래섬에 가 보기로 합니다. 작은 보트를 타고 어부와 빌리비트는 모래섬으로 갔습니다. 어부는 모래섬에 큰 발자국을, 빌리비트느 작은 발자국을 찍으며 모래섬을 돌아 봅니다. 모래섬의 물 웅덩이에는 가자미도 있고 잠시 쉬러 내려앉은 갈매기도 , 햇볕을 쬐러 나온 물개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녀도 있었습니다. 사실은 바닷물에 떠 밀려온 나무 줄기였지만요. 생선상자 안에서는 게도 한마리 보았습니다. 어부는 게에게 상자를 다시 씌워줍니다. 갈매기한테 게가 잡아 먹히지 않도록.

작은 보트를 타고 다시 리스베트호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그물을 올려야 합니다. 그물에 가득 새우가 담겨 올라옵니다. 어부는 새우를 체에 거릅니다. 큰 새우와 작은 새우를 체로 나누어 작은 새우들은 다시 바다로 돌려 보냈습니다. 그리고 빌리비트와 어부는 모래 섬에 가기전 물을 끓여놓은 드럼통에 새우를 삶아서 배부르게 먹습니다. 빌리비트가 깜빡 잊고 점심을 집에 두고 왔기 때문이지요.

밀물이 되고 배는 집을 향합니다. 해가 둑 위에 빨간 원반처럼 떠있습니다. 해는 곧 지고 등댓불이 반짝입니다. 어부는 선실 지붕에 램프를 켭니다. 초록과 빨강이 번갈아 켜지는 램프입니다. 항구에는 빌리비트의 엄마와 어부의 부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빌리비트와 어부의 멋진 하루가 끝이 났습니다.

***대대적인 서문과 꼼꼼한 후기를 읽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출판사 <온누리>가 경기대학교 인문과학 연구소에 의뢰하여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동화를 번역하여 내 놓은 책 중의 한 권입니다. 이 시리즈는 독일어권의 동화를 번역한 것이라고 합니다. 

초등3~4학년은 책을 골라주기 애매한 시기입니다. 이런 시기에 아이에게 좋은 경험과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는 책을 발견하는 것은 행운과도 같습니다.  

역자는 부모를 떠나 집단에서 또래를 접하게 되는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또래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 그가 경험하고 성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책을 읽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래의 이야기를 읽힘으로서 아이들은 주인공의 경험을 공유하며 또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주인공과 같은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말입니다.

이렇게 경기대학교 인문연구소에서 또한 독일어권 문화와 우리의 정서를 고려하여 세심히 고른 시리즈중 하나인 이 책은 어부와 빌리비트라는 소년이 나누고 있는 정서적 유대감을 따뜻하고 차분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의 책들을 찾아 아이에게 더 읽혀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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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누리 2004-07-07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인데 책 이미지도 없고 자세한 정보도 부족하네요. 한번쯤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노인과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책입니다. 훨씬 더 평온하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진 책이긴 하지만...
 
할머니의 오르간 내 아이가 읽는 책 12
다카바타케 쥰 그림, 나루미야 마스미 글, 이예린 옮김 / 제삼기획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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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마을의 노래집 도서관, 그곳에는 오르간이 있습니다. 도서관의 주인인 할머니가 연주해 주시는 오르간이지요. 이 오르간은 할머니가 어렸을 때 할머니의 엄마가 연주하던 것이랍니다. 이제는 할머니가 노래책을 빌리러 온 사람들에게 오르간 연주를 해 줍니다. 처음엔 어리둥절 하던 이들도 할머니의 연주를 들으면 마음이 편해져서 행복해 집니다.

그러던 어느날 유명한 박사님이 이 오르간을 보러 옵니다. 그런데 이 오르간이 100년전 만들어진 요술 오르간이라는 군요. 박사님을 오르간을 사려 하지만 할머니는 오르간을 팔 수 없습니다. 이 오르간은 할머니에게는 보물 그 이상의 것이니까요. 소문이 퍼지자 사람들이 도서관으로 몰려 듭니다. 심지어는 숲 속에 사는 도둑 킁킁이와 찔찔이까지도 알게 되었지요. 할머니의 오르간은 과연 무사할 까요? 아마도 할머니는 현명하게 일을 잘 처리할 것입니다.

도둑들의 어리숙한 모습이 꼭 영화 <나홀로 집에>에 나오는 도둑들의 모습과 비슷하기도 하고 <말괄량이 삐삐>의 두 도둑들과도 비슷합니다. 어린이 책에서 도둑들은 악의적이지 않고 오히려 이야기에 유쾌함을 더 해줍니다.

과연, 노래를 좋아하고 오르간을 사랑하는 할머니의 마음은 도둑들의 마음까지 부드럽게 만들고 또 그들을 용서하는 너그러움을 지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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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미주부인 현암사 세계아동문고 3
띠에리 르냉 지음, 주덱스 그림, 유정애 옮김 / 현암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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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오해나 짐작으로 이 책이 유아를 대상으로 한 것인줄 알았는 데 막상 책을 보니 작은 사이즈의 초등용 책이다. 책정보에는 초등 1~2학년으로 되어있지만 3~4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이야기 중간 중간의 조에의 과도한 상상은 저학년이 읽기에는 부적절해 보인다. 

내용이 상당히 기이하다. 자상한 이야기 책은 아니다. 조에라는 여자아이의 심리를 따라 이야기는 상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작가가 이야기 표면에 등장하여 조에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조에는 맞벌이 부부의 외동딸이다.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 있는 만큼 부모의 사랑에서도 비껴있는 감수성이 예민한 소녀이다. 조에의 윗층에는 곱사등의 할머니, 미주부인이 산다. 조에는 이 할머니를 마녀라고 생각하고 있다.

조에의 상상력은 미주부인과 함께 여러가지 기괴한 사건들과 이야기들을 만들어 낸다. 부모로 부터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항상 사랑에 목마른 아이의 애정 결핍이 이야기에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어쩌면 이 애정결핍도 조에 혼자만의 상상이 만들어 낸 것인지도 모른다. 부모는 조에를 사랑하지만 조에 자신이 부모에 대한 반항으로 부모의 사랑을 믿지 않고 밀어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야기를 불편하게 따라가다 보면 동화책답게 따뜻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미주부인은 사실 마녀가 아니다. 아랫층에 혼자 사는 아이를 걱정해 주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그냥 이웃집 할머니일 뿐이다. 조에는 이제 더이상 우스꽝스러운 상상으로 자신을 괴롭히지 않아도 된다. 자신을 이해하는 따뜻한 마음의 이웃을 얻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야기가 자꾸 덜그럭 거려서 별 네개. 사실은 세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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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나무큰나무 2004-08-11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빠 나인데.. 나 다윤이 이모아이디가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