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외할어버지집에 있는 규형이가 아침에 전화를 한다. 왠일로. 그런데 녀석은 말이
엄마, 할아버지가 일어나래.
응?
할아버지가 엄마 일어나라고 전화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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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이나 결혼 후나 나는 아침잠이 많은 편이다. 남편의 출근시간에 맞춰진 티브이 알람 때문에, 혹은 설핏 놀라 새벽4~5시에 깰 때도 있지만, 이 시간에 깨면 통 잠이 다시 오지 않아 뒤척이다 혼자 티브이 보다 막 배달된 신문보다 7시쯤 다시 자거나 아침을 몽롱하게 보내고 하루가 시들시들이다.
아침잠 많은 나에게 친정 아버지가 전화를 하라 하신거다.
일어났냐?
네.-오늘은 자다 깬 목소리가 아니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산에도 갔다 오고 밭에서 오이랑 토마토도 땄다.
느이 아들은 깨워도 안 일어나고 유성이-친손주-만 데리고 산에 갔다오고 밭에 갔다. 내일은 아침에 일어나 같이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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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버지는 친손자 외손자를 불러다 놓고 아주 뿌듯한 한 때를 보내고 계시다. 아들 며느리, 딸 사위보다 손자가 더 좋으시다. 개구쟁이 두 녀석을 데리고 엄마가 힘드실 거 아시면서도 굳이 손주 녀석들을 불러 내리셨다.
규형이도 아침잠이 많다. 저 할 일 있으면 일분 일초도 틀리지 않고 일어나지만 휴일에는 한없이 잔다. 규형이는 아침잠이 많으니 아침에 너무 일찍 깨우지 마세요라고 했지만 그건 안될 말이었다. 8시30분에 일어나 밥까지 다 먹었다고 했으니 제 딴엔 부지런을 떤 것이다. 그나저나 도대체 아빠는 몇 시에 산에 가신거지?
아빠... 오늘 저 일찍? 일어났어요. 밭에서 막 딴 오이 토마토 저도 먹고 싶네요. 아빠 생신에 맞춰 내려 갈 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