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끝나가고 있다. 그 해 겨울은 유난히 길었다라는 말은 심심치 않게 하곤 하는 데 나에겐 <올 여름은 유난히 길었다>였다.
여름이 유난히 더웠기 때문이고 그 더위를 아이들과 온전히 부대껴야 하는 방학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여름이 지루하였다. 더위와 아이들의 웽웽하는 수다에-우리 아이들은 조용하다가도 한 번 말을 시작하면 말을 무지하게 많이 한다. 두 아이 다 상대하려면 입이 네개쯤은 있어야 된다- 내 머리 속은 과열로 거의 폭발 일보 직전이었다. 올 해로 칠년째 된 에어컨도 진단을 요구 했고 힘겨운듯이 털털거리며 찬바람을 겨우 뿜어 주었다.
다행히 그 여름의 고문 막바지에 휴가가 놓여 있었고 나는 잠시 열기를 식힐 수 있었다. 그리고 휴가 마지막날 집으로 오면서 만난 국지성 폭우 뒤에 온 태풍의 영향으로 대기의 열이 식혀지면서 내 머리 속을 희뿌옇게 채우고 있던 열기 머금은 안개들도 걷혀졌다.
그래서 서둘러 서재 제목 띠그림도 가을 냄새나는 것으로 바꾸고 사진도 바꾸었다. 아직 아이들이 긴 옷을 입은 사진이 없어 작년 사진에서 골랐다. 긴 옷 입고 둘이서 찍은 사진 중에 고르다보니 부득이 하게 모 음식점에서 찍은 사진이...-__-
사실, 집에서 나는 아직 푸짐한 팔뚝살을 자랑하고 있으니 여름이 다 갔다하면 너무 성급한 일이 될 것이다.
이건 여름 밀어내기다. 내가 여기서 여름 어서 가라고 떠미면 조금이라도 빨리 여름이 길을 재촉할 것 같아서 말이다.^^
연이은 석유값 인상으로 겨울의 난방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뉴스 소식이 있다. 그러니 가을이 일찍 오되 좀 더 오래 머물러 겨울은 천천히 오게 해 주었으면 한다.
가을을 기다림.
----여름방학이 되기 전에 나는 < 여름방학을 기다림.> 이렇게 썼었던가? ... 하지만 이것은 <여름을 기다림>이 결코 아니었다. 여름방학에 선물처럼 딸린 휴가를-친정방문을- 이야기 한 것이었지. 이것이 궁색한 변명이라면 한 마디 덧붙여 둔다. 이 여름이 이리 더울줄은 몰랐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