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다리를 절어도 멋진가.
아일랜드, 나의 가슴을 저미게 한다. 네 아이들의 사랑 때문에 가슴이 저린다.
이중아, 이재복, 강국, 한시연.
멋진 얼굴과 예쁜 얼굴을 가진 아이들의 사랑 이야기에 마음을 다 내주고 있다.
싸구려 대사도 좋고 일부러 짧게 자른 대사도 좋다. 가공의 냄새가 팍팍 풍겨와도 몰두에는 지장 없다. 오히려 그렇게 가공된 화면과 대사에 마음을 뺏기고 눈이 홀린다.
보면 빠져 들면서도 정시에 시간 맞춰 챙겨보지는 않는데 이상하게 유선만 연결하면 아일랜드를 하고 있다. 나는 그렇게 자꾸만 아일랜드와 만나져 아일랜드를 보게 된다.
횡단보도.
아일랜드, 첫 편에서도 여기서 시작하였던가. 아니, 내가 본 아일랜드의 첫 장면이 횡단보도였던가?
횡단보도신호는 빨간불, 이재복과 이중아는 그 횡단보도 한 가운데에 갇혀 있고 횡단보도 양 쪽 끝에는 강국과 한시연이 망연히 그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
위태하게, 서 있지 말아야 할 곳에 서 있는 이중아와 이재복이 있고 그 양 끝에서 둘을 기다리는 또 다른 두 사람이 있다.
빨간 불과 파란 불이 교차하는 횡단보도에서 네 사람의 사랑이 만나고 또 엇갈린다.
아무 뜻 없이 각자의 목적지 따라 고여진 사람들이 물꼬 터지듯 흩어져 사라져 버리는 공간, 사랑도 한 때의 고임이고 결국 각자의 길로 흩어질 뿐인 유동적인 무언가이라고 얘기하려는 듯 횡단보도가 자꾸 아일랜드에 나온다.
드라마에서 현실을 기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인양 포장하는 드라마에 울컥한다. 이건 드라마야, 지어낸 이야기라구, 드러내 놓고 시청자를 호리는 이 드라마가 더 솔직해 보인다.
주인공들이 예쁘고 잘 생겨서 나는 이 드라마가 더 좋다.
신인답지 않은 신인 현빈이 연기하는 남자 냄새 풍기는 강국도 좋고
너무 잘 생겨서 잘못된 배역이라고 욕먹은 다모의 김민준이 연기하는 이재복은 잘 생겨서 어수룩한 연기와 대사가 더 역설적이고
예쁘면서 절대 예쁜 척 하지 않는 이중아, 이나영의 또록또록 큰 눈과 냉소적으로 약간 비뚤린 입술이 좋고
인형같이 생겨서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는 한시연, 이민정의 부러질듯 당찬 연기와 동그란 큰 눈이 좋다.
***
이렇게 드라마를 새기듯 아일랜드가 좋다.
이렇게 써 놓고 나는 갑자기 제정신이 들지도 모른다.
아, 아일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