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장 쓰기 오늘의 사상신서 155
이오덕 지음 / 한길사 / 199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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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서 남편이 쓴 서평이라고 하나하나 읽어보던 와이프가 별 다른 말 없이 이 책을 넌지시 언급했다. 그 저의(?)는 충분히 짐작되나 명색이 국문학과 출신의 추천인지라 나도 별 군소리 없이 장바구니에 담았었다. 한편으론, 외곬으로 흐르던 나의 책읽기에 다른 방향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책은 처음 예상과는 달리 상당히 실용적이었다. 구체적인 실례와 그 교정이 매우 풍부하다. 왠지 뜨끔하여,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이 사이트에서 지가 써놓은 독자 서평들을 다시 읽어보니 얼굴이 화끈해진다. <과학의 대중적 글쓰기의 모범>?!?! 이런... ‘—적’, ‘—의’가 남발하는군. 저자는 ‘—의’가 우리말이 아닌 일본말이라는 것을 알려주며 절대 쓰지 말자고 한다. 인터넷의 한 번역전문 사이트에서도, 가급적 ‘—의’를 줄이라는 TIP을 본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의’를 쓰면 글의 길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가만, 이것도 축소지향적인 일본색인가?

이 글도 여기까지 쓰다가 다시 읽어보니, 만약 이오덕 선생이 봤더라면 거의 ‘X판’이라고 한바탕 호통을 쳤을 성싶다. 다시 써보자.

이 사이트에서 남편이 쓴 서평이라고 하나하나 읽어보던 집사람이 별 다른 말 없이 이 책을 넌지시 알려 주었다. 그 속뜻은 충분히 짐작되지만, 그래도 국문학과를 나온 사람이 권해주는 책이니까 나도 별 군소리 없이 장바구니에 담았다. 한편으로는, 내가 외곬으로 한 가지 책만 읽으니까 이번 참에 다른 쪽을 보는 것도 괜찮겠다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매우 쓸모 있는 책이었다. 잘못된 예를 하나하나 들고 그것을 고쳐준다. 왠지 뜨끔하여 ... (중략) ... 인터넷에 있는 어떤 번역전문 사이트에서도, 되도록이면 ‘—의’를 줄이라는 충고를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의’를 쓰면 글을 짧게 쓸 수 있기 때문에 그 쓰고 싶은 마음을 뿌리치기 힘들다. 가만, 글을 짧게 쓰려는 것도 모든 것을 작게 하려는 일본 사람들 색깔 아닌가?

으.... 쓰기에도 10배는 더 힘들고, 읽기에도 좀 낯설다.

저자가 말하길, 삶이 말이 되고, 말이 글이 되어야 한다 했으니, 이미 우리의 삶이 중국식, 일본식, 영어식에 물들어 버린 지 오래라, 우리 글을 쓰는 것이 오히려 힘들고 낯설어졌나 보다. 아니면 삶과 말은 여전히 우리 모습이지만, 글 만큼은 현학적 (아차! ‘똑똑한 척 하려는’) 자세를 버리지 못하는 습성이 배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흔히들 말하는 우리의 말과 글을 살리는 것이 우리네 정신과 문화를 되살리는 것이며...(어쩌고 저쩌고)... 까지는, 솔직히 말해 감정에 잘 와 닿지 않는다. 그런 흉내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지는 않고, 다만 글을 썼을 때 쓰는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읽는 사람에게도 정확히 전달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결론을 내본다. <쉬운 ‘말’로 ‘글’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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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 2005-10-20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느낌에는 후자가 훨씬 읽기가 쉽습니다.
 
현대물리학
ARTHUR BEISER / 교보문고(교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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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때 전공이 물리는 아니었지만, 양자역학, 고체물리 부분은 필요에 의해, 나머지는 호기심으로 공부했던 책이다. 물론 혼자 공부하느라 제대로 이해한 것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을 한참이 지나서 다시 보게 된 이유는, 요즘 현대물리에 관한 몇 개의 대중 과학서를 읽고 나니, 좀 더 알고 싶다는 지적 욕심이 생기기도 했고, 예전에 몰랐던 것이 무엇인지 새삼스레 재확인해 보고픈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처럼 공부하는 자세로 본 것은 아니고 (이미 늦었고, 지금은 그럴 필요도 없다 - 밥 벌어 먹고 사는 것과 관계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회상에 젖듯 하나하나 읽어 나갔다. 아무리 그래도 이 두꺼운 전공 서적을 하루 종일 붙잡고 있는 것은 재미없는 일이기에, 짬 날 때만 조금씩 보다 보니 거의 한 달이 걸렸다.

오늘에서야 드디어 다 봤는데, 애초의 바람대로 새로 배운 것도 있고, 몰랐던 게 무엇인지 깨달은 바도 있다. 그땐 숲은 보지 못하고 그 안의 나무들만 애꿎게 쳐다봤구나 싶다. ‘광전효과’에 대해 말해봐라 하면, ‘광자 에너지가 E=hυ 이니까, 최대 에너지는 K(max)=hυ-hυ(0) 인데...’라며 지도 모르는 공식만 써놓곤 눈만 껌벅거렸을 것을, 이제는 ‘광자에 의한 전자 방출 현상으로, 입사 광선의 진동수에 따라 전자 방출 여부와 그 에너지가 결정되며 이로써 빛의 양자화 즉, 광량자 개념이 도입되고 양자역학의 초석이 되었다’까지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과학적 소양이란 게 그저 많은 과학 용어와 과학자 이름들을 외우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핵심 개념을 이해해서 일상적인 언어로 표현해 낼 수 있느냐는 것이 진정한 ‘앎’이 아닐까? 과학적 소양뿐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도 마찬가지겠다.

순전히 개인적인 감상(?)과 호기심이었기에 예비 독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서평은 안되겠다. 당연히 읽은 책도 위 교보문고의 2000년 판이 아니다 (하지만 4th ed.임엔 맞다). 전공 서적을 구입하는 데 서평을 참조할 사람은 없다는 생각에, 혼잣말만을 주절거린 글에 대해 나름대로 변명을 한다. 이런 전공 서적에 별점을 매긴다는 것이 좀 어폐가 있지만, 물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더 잘 알 테이기에 그냥 무난히 5점으로 한다. 보통 이 책이 학부 2학년 정도의 전공 서적이니까, 비전공자라도 조금 열의가 있다면 시도는 해봄 직하다. 수식은 무시하고 전후의 개념 설명만 참조해도 얻을 게 많다. 보너스로, 별도 BOX에 물리학자들 얘기도 있다!!!

ps) 비슷한 페이지 수인데, 책 값은 왜 이렇게 비싸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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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 - 23장에 담긴 인간의 자서전
매트 리들리 지음, 하영미 외 옮김 / 김영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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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개인적으로는 참 어렵게 읽은 책이다. 한 1년 전에 앞 몇 장만 읽은 후엔, 이러저러한 이유로 다시 펼쳐 보지 못하고 책장 속에 꽂힌 채 잊혀졌다. 몇 주전 우연히 찾게 되어 처음부터 다시 읽다가는 또 관심에서 멀어지고, 드디어 세 번 만에야 비교적 수긍할 만한 기간 내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그 변명으로 서평을 채우겠다고 미리 뻔뻔스럽게 밝히고 시작하자.

① 우선, 각 염색체에 할당된 소제목은 그 염색체의 전부도 아니고 그 역도 물론 아니다. 저자가 임의로 정한 것이고 그것이 이 책의 개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저자의 염려대로 본인은, 11번 염색체가 사람의 인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로만 채워져 있다고 믿고 들어갔다.
② 다음, 엄청나게 많은 사례와 인용으로 구성된 각 문단이 상반된 두 주장을 교대로 반복하다가 결론을 맺곤 하는데, 그 구별이 영 쉽지가 않다. 또 어떤 문단은 주제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 조차 파악이 안 된다. 문맥이 애매한 탓으로 돌리고 싶은데, 영 생물학의 논지에 익숙치 못한 게 더 큰 이유일 듯 싶다.
③ 마지막, 역자후기에 밝힌 대로 원저자의 의도나 느낌을 최대한 살려 번역하려고 했는지, 긴 관계대명사절이 포함된 듯한 원문을 무리해서 한 문장으로 번역한 게 종종 보인다. 안 그래도 술술 읽히지 않는 글을, 구문 분석까지 해가며 읽게 만들었다.

계속 자기 변명으로만 서평을 채울 순 없는 노릇이고, 실속 있는 말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

① 월프-히르시혼증 유전자, BRCA2, UBE3A, SNRPN, APOE 유전자의 공통점 : 관련된 단백질을 발현해서 질병을 일으킨다. ▶결론 : 유전자는 질병을 일으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② 6번 염색체 긴 팔 끝의 IGF2R 유전자 : 지능에 관련된다. ▶결론 : IQ는 유전 50%, 환경 50%에 영향 받는다.
③ 암 치료를 위한 체세포 유전자 요법 : 식물의 유전적 개량, 형질전환 동물 등은 아예 생식세포 유전자 요법의 결과다. ▶결론 : 진단은 유전적으로 하고 치료는 유전자 요법이 아닌 관습적 치료법을 이용 할 수 있다.
④ 22번 염색체내의 HFW는 인간 자유의지를 결정하는 유전자 : 저자의 ‘뻥’이다 (HFW: Human Free Will?). ▶결론 : ‘유전적 결정론’이나‘사회적 결정론’이나 마찬가지다. 자신이 스스로 결정한 ‘자유의지’로 ‘숙명론’에 맞서라.

이게 실속 있는 말인가? ▶결론 : 다시 한번 더 읽어야 겠다!!! (차라리 원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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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과학 에세이
이인식 지음 / 푸른나무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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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기사나 잡지에서 에세이 형식의 과학 글을 읽다 보면, 중간이 빠져버려 결론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거나, 겉만 핥다가 말아서 얻을 정보가 없거나, 둘 중 하나이다. 저자는 이런 ‘쪼가리’ 글을 배격하며 나름의 소신으로 일정 분량 이상의 글들을 써왔고, 10년을 즈음하여 그것들 중 일부를 한데 모았다 (그래서 저자에겐 ‘아주 특별한’이다).

그의 글은 폭 넓은 자료가 인용되며 적당한 수준까지 깊이를 갖추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그런 글들을 한데서 볼 수 있으니, 독자에 따라서는 딱 입맛에 맞겠다. 그러나 아무래도 한 주제를 갖는 한 권 분량의 글보다는 아쉬울 수 밖에 없다. – 한 책에서 깊이와 다양성을 함께 원하면, 이것도 ‘패러독스’일려나? (본 책 1-3.미술과 수학의 만남, 3-2.자연의 기하학 프랙탈 컬럼에 패러독스 얘기도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컬럼은, 책 끝에 ‘반과학’을 다루면서 한국 과학 언론의 형편을 ‘엉터리 훈수꾼만 바글거리는 후진국형 절름발이 구조’로 비판하면서, 과학 전반에 대한 지식과 인문학적 소양을 겸비한 과학 저술가 발굴을 주장한 글이다. 통쾌하다 못해 전율이 느껴졌다면 혼자만의 ‘오버’인가?

인터넷 초창기에 검색 엔진이 없던 시절, 원하는 주제를 찾기 위해 하나의 사이트에서 link-link-link... 해가며 헤맸던 기억이 난다. 그땐 인터넷이 정보의 보고가 아니라 쓰레기의 바다라며 비평한 식자識者도 있었다. 과학 저술가라면, 익히 알려지지 않은 여러 주제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 요약해서 널리 알려 주는 ‘검색 사이트’ 역할도 필요하고, 그로 인해 어떤 한 주제가 일반 대중에게 관심을 받으면, 그 분야의 전공자가 보다 깊은 내용을 쉬운 글로 설명하는 ‘홈페이지’ 역할을 맡으면 될 것이다. 첫번째 역할의 본보기가 본 저자라고 여겨지며, 그로 인해 정보가 선별되고 공유되어 우리네 과학적 소양이 높아져 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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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건트 유니버스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승산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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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5개로는 모자란다. <시간의 역사>, <호두껍질 속의 우주>에서 스티븐 호킹의 설명은 뭔가가 생략되고 그래서 좀 애매모호한 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 - 대부분의 천재들이 그러하듯이 범인凡人의 수준을 과대 평가(?)한 경향이 있다. 반면 그린의 설명은 딱 일반인의 수준이다. 저자를 평가 절하하는 것이 아니고, 본문 중에 인용된 러더포드의 말처럼 너무 잘 이해하고 있어서 너무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일 게다.

다시 말하면, “이 정도는 당연히 알 테니 생략하고, 다음 단계부터...” 식이 아니라, “비전공자 입장에서라면 이것부터 차근히 알아야 하겠습니다...” 라는 식이다. 그 설명도 일상적인 비유와 언어만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우주의 차원을 설명하는 ‘수도용 호수’가 대표적이고, 초끈 이론의 실험적 검증 상황을 설명하면서 ‘실험가들의 관심을 끌만한 커다란 바위는 아직 한번도 굴러 내려오지 않았지만, 산 중턱에서 조그만 조약돌이 몇 개 떨어져서 이론가들이 아직 살아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지금부터 그 조약돌을 자세히 살펴보자 (p.322)’와 같은 식이다.

덕분에, 물리와 전혀 상관없을 일반인들도 물리학자들이 그들만의 세상에서 그들만의 언어로 느꼈던 환희와 고민을 같이 느낄 수 있게끔 되었다. 그 고민과 환희가 잉태한 최신 이론들의 면면을 보면, ① 대통일 이론 → 표준모델 (양자약전기 이론, 양자색역학) → 초대칭 표준 모형, ② 상대론적 양자장 이론 (양자전기역학) → 초대칭 양자장 이론 → 양자 중력 이론 (초끈이론, 11차원 초중력 이론, M-이론), ③ 표준 우주론 모형 → 인플레이션 우주론 → 발생론적 원리 (<시간의 역사>에선 ‘인류 원리’로 번역됨) 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이름도 낯선 이론 명칭 자체가 아니라, 이제 그 이론들의 관계와 내용을 우리도 배우게 된다는 점이다. 덤으로, 이젠 고전이 되어버린 듯한 특수/일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에 대해서도 ‘그린’만의 방식으로 배울 수 있다 (책의 1/3이나 되는 분량이다).

책 제목이 ‘우주’이니 만큼, 우주론에 대한 저자의 속내를 잠간 들여다 보면, 아직은 요원하지만 최대한의 인내와 약간의 행운이 있다면 결국은 우주의 시작과 진화에 대한 비밀이 풀릴 것이고 거기에 끈이론이 강력한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문외한의 입장에서야 그저 결론이 궁금할 뿐이기에, 그들의 방향과 도구가 제대로 된 것이기를 바라고 있다. 언제쯤 우리는 그 환희를 맛 볼 수 있을까?

ps) 역자 주석註釋은 보조 설명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추가 해설, 비판, 재해석의 수준에 까지 이르렀다 (심지어는 농담, 훈계, 자조까지도). 그런데 그 빈도와 양이 적지 않아, 마치 두 저자가 교대로 서술하는 책을 읽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여하간에, 이런 종류의 책을 번역하기 위해서는 영어-한국어-과학 세 분야에 두루 일정 수준 이상이 필요할 텐데, 그런 면에서 물리학 박사 출신의 역자는 적임이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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