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러건트 유니버스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승산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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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5개로는 모자란다. <시간의 역사>, <호두껍질 속의 우주>에서 스티븐 호킹의 설명은 뭔가가 생략되고 그래서 좀 애매모호한 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 - 대부분의 천재들이 그러하듯이 범인凡人의 수준을 과대 평가(?)한 경향이 있다. 반면 그린의 설명은 딱 일반인의 수준이다. 저자를 평가 절하하는 것이 아니고, 본문 중에 인용된 러더포드의 말처럼 너무 잘 이해하고 있어서 너무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일 게다.

다시 말하면, “이 정도는 당연히 알 테니 생략하고, 다음 단계부터...” 식이 아니라, “비전공자 입장에서라면 이것부터 차근히 알아야 하겠습니다...” 라는 식이다. 그 설명도 일상적인 비유와 언어만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우주의 차원을 설명하는 ‘수도용 호수’가 대표적이고, 초끈 이론의 실험적 검증 상황을 설명하면서 ‘실험가들의 관심을 끌만한 커다란 바위는 아직 한번도 굴러 내려오지 않았지만, 산 중턱에서 조그만 조약돌이 몇 개 떨어져서 이론가들이 아직 살아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지금부터 그 조약돌을 자세히 살펴보자 (p.322)’와 같은 식이다.

덕분에, 물리와 전혀 상관없을 일반인들도 물리학자들이 그들만의 세상에서 그들만의 언어로 느꼈던 환희와 고민을 같이 느낄 수 있게끔 되었다. 그 고민과 환희가 잉태한 최신 이론들의 면면을 보면, ① 대통일 이론 → 표준모델 (양자약전기 이론, 양자색역학) → 초대칭 표준 모형, ② 상대론적 양자장 이론 (양자전기역학) → 초대칭 양자장 이론 → 양자 중력 이론 (초끈이론, 11차원 초중력 이론, M-이론), ③ 표준 우주론 모형 → 인플레이션 우주론 → 발생론적 원리 (<시간의 역사>에선 ‘인류 원리’로 번역됨) 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이름도 낯선 이론 명칭 자체가 아니라, 이제 그 이론들의 관계와 내용을 우리도 배우게 된다는 점이다. 덤으로, 이젠 고전이 되어버린 듯한 특수/일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에 대해서도 ‘그린’만의 방식으로 배울 수 있다 (책의 1/3이나 되는 분량이다).

책 제목이 ‘우주’이니 만큼, 우주론에 대한 저자의 속내를 잠간 들여다 보면, 아직은 요원하지만 최대한의 인내와 약간의 행운이 있다면 결국은 우주의 시작과 진화에 대한 비밀이 풀릴 것이고 거기에 끈이론이 강력한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문외한의 입장에서야 그저 결론이 궁금할 뿐이기에, 그들의 방향과 도구가 제대로 된 것이기를 바라고 있다. 언제쯤 우리는 그 환희를 맛 볼 수 있을까?

ps) 역자 주석註釋은 보조 설명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추가 해설, 비판, 재해석의 수준에 까지 이르렀다 (심지어는 농담, 훈계, 자조까지도). 그런데 그 빈도와 양이 적지 않아, 마치 두 저자가 교대로 서술하는 책을 읽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여하간에, 이런 종류의 책을 번역하기 위해서는 영어-한국어-과학 세 분야에 두루 일정 수준 이상이 필요할 텐데, 그런 면에서 물리학 박사 출신의 역자는 적임이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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