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이야기 1-1 - 동양문명, 수메르에서 일본까지 월 듀런트의 문명 이야기 1
윌 듀런트 지음, 왕수민.한상석 옮김 / 민음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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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내 독자들에게 세계사 내지는 문명사라는 개념은 상당히 협소한 의미의 세계사(문명사와 대동소이한 의미로 표현 하겠다)를 지칭해왔다. 굳이 범위를 조그만 좁혀 들어가면 세계사라는 허울을 쓴 서양사라고 해야할 정도로 서양사 일색의 세계사를 접해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다 연대서술중심과 그 연대에 발생했던 사건중심들로 점철된 다소 정적인 세계사를 접하다 보니 연도와 인물 그리고 사건에 매달리는 우를 범하게 되었고 그러한 단편적인 파편들로 인해 국가(혹은 문명 내지는 민족) 중심으로 단절되어 버리는 경우를 왕왕 겪게 되고 결국 세계사를 선사시대부터 현대사까지 훓어보더라도 각각의 연결고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그런 세계사에 익숙해져 왔던 것이다. 특히나 선사시대를 벗어나 역사시대로 접어드는 부분은 당연히 그리스-로마시대부터라는 일종의 암묵적인 공식화에서 출발하다 보니 사뭇 세계사에서 동양이 차지하는 부분은 사실상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못하고 이는 서양중심의 세계사, 연대와 사건중심의 세계사라는 왜곡된 인식을 갖게 했고 결론적으로 세계사는 재미없고 다소 까다로운 분야로 치부되어 왔던 것이다. 

이런면에서 윌 듀런트의 <문명 이야기> 시리즈는 그 동안 세계사 접근 방법이나 서술방식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을 감히 드러내놓고 하고 싶은 저작이다. 그동안 일률단편적인 세계사 내지는 문명사 혹은 인류문화사를 접해왔던 독자들에게 윌 듀런트의 문명이야기는 그야말로 사막속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하듯이 끊임없이 목말라왔던 갈증을 단번에 해갈해 줄 수 있는 단비같은 저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한창 세계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한번쯤 어렵고 긴 이름과 사건들 그리고 모년모월이라는 년도의 나열속에서 큰 줄기를 잡지 못했던 일반독자들에겐 무엇보다 반가운 출간이라 해야 겠다. 또한 그동안 문화사(문명사)에 대해 어렵게 생각해왔던 독자들에게 문화사와 역사서술의 흐름을 적절하고 오묘하게 서술한 이번 문명이야기는 인류탄생에서부터 시작해서 선사시대, 역사시대를 일목요연하게 한번즘 정리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기대되는 저서이기도 하다. 비록 1930년대에 집필되어 선사시대나 인류의 기원등에서 지금과는 다른 정의나 학설들이 있지만 저자가 기술하고 있는 인류의 문명이야기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고 오히려 한시대나 한문명에 대해서 지금보다 더 심도 깊은 기술들이 문명이야기속으로 한층더 빠져들게 한다는 점도 있다. 

무엇보다 <문명 이야기>는 문명의 제요건들을 서두에서 방대한 인류학적 자료와 고고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서술하므로서 인류의 문명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의 해석과 이해를 돕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류 문명의 발자취를 되돌아 보는 방식의 서술은 암기위주식의 체득보다 이해중심의 체득이 얼마나  많은 효과를 가져오는지는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문자발명과 더불어 역사기술을 시작했던 역사시대의 첫장에 수메르 문명을 필두로 시작되는 부분은 지금으로 생각해도 상당히 진보적인 발상으로 그동안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매러니즘에 빠져있던 서양학자들과는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 하다. 수메르, 이집트, 바빌로니아, 아시리아, 유대, 페르시아는 고대 문명의 발상지로 언급되어 왔지만 시살은 이집트나 유대정도를 제외하고는 그동안 주목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것 역시 사실이다.(이 점은 저자가 책을 출간한지 70여년을 더 흘러지지만 지금도 대동소이하다는 점에서 저자의 식견이 돋보인다고 해야겠다) 또한 주목받은 문명들이라도 유물이나 인물중심정도로 압축하다보니 문명의 탄생에서 성장 그리고 소멸에 이르는 라이프싸이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저자는 각각의 문명에서 이러한 문명 라이프싸이클을 절도있게 서술하면서 인적궁성관계, 경제생활, 통치제도, 종교, 도덕과 윤리, 문학과 예술, 학문 그리고 몰락의 배경 및 타 문명의 탄생등 그야말로 방대하고 포괄적인 면에서 서술하고 있어 한 문명을 정말 제대로 집고 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방식의 서술이 특정 문명을 이해하는 폭을 넓혀주고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뿐 아니라 각 문명들의 가지고 있는 특징이나 타 문명과의 연결고리(특히 수메르, 이집트, 아시리아,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문명이 유대문명 전반에 걸쳐 끼친 영향을 아주 객관적인 시각으로 평가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장점을 발휘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대표적으로 거시적인 틀에서 문명사를 다루고 있지만 독자들에게 낮익은 람세스, 길가메시, 함무라비, 다리우스등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상세한 서술과 더불어 각 문명이 창조해낸 종교, 신화, 예술등의 미시적인 부분까지도 꼼꼼하게 기술하고 있어 다소 무겁고 딱딱하게 느낄수 있는 문명사에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넓은 독자층의 호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 만큼 저자가 많은 자료와 시간을 들여 준비했다는 반증으로 인류가 걸어온 발자취를 따라잡는데 손색이 없어 보인다. 저자의 이러한 접근방식은 인류 문명사가 단절되지 않고 면면히 그 끈을 이어왔다는 측면에서 각각의 문명들이 상호보완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았다는 점 그리고 각 문명들이 별개의 문명으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게 한다.  

전반적으로 인류 문명사와 세계사(보다 광범위한 범주의 잣대로 판단 한다면 같은 분류에 들겠지만 그동안 독자들에게 익숙한 형태의 분류에 따르면 구분하는 것이 이해가 빠를 것이다)를 한번에 아우를수 있다는 점에서 이보다 뛰어난 저작은 없어 보인다. 인류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엿볼 수 있을 만큼 방대하면서도 세세하게 서술된 이번 저서는 그동안 단편적이고 연대/사건중심적인 관념의 세계사와 문명사를 단번에 일축해버린다. 그리고 문명(역사)의 시발점을 근동인 아시아로 삼았다는 점에서 그동안 서양중심의 세계사나 문명사와는 또 다른 면을 보여 주고 있다. 다소 분량이 부담스럽게 여겨지는 독자도 있겠지만 서술방식 지금으로 보자면  스토리텔링방식에 근접해 있어 가독성에 크게 부담되지 않을뿐 더러 세세한 이야기들이 사뭇 흥미롭게 다가온다. 윌 듀런트의 문명이야기는 문명의 흥망성쇠라는 라이프싸이클을 이해하는데 핵심적인 사안을 담고 있고 우리 인간을 이해하는 척도로 손색없는 대작으로 남을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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