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유전자 - 제국을 향한 피의 역사가 깨어난다
에릭 두르슈미트 지음, 이상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중국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볼 것인가? 그리고 그들의 행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아마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세계인들에게 중국이라는 나라는 그 어느때보다 더 강렬하게 다가오고 있다. 불과 십여년전만 해도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싸구려 물품을 조달하고 세계 모든 명품의 짝퉁화에 이바지하고 심지어 먹는 음식마저도 철저하게 상품화해 세계인들의 비웃음의 대상이었던 중국. 비단 그들의 경제성장이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지만 그래도 중국은 멀었다는 인식들(특히 서구선진산업국의 시선은 더 고지식했을 것이다) 정치시스템과의 불협화음으로 인해 언제인가는 중국이라는 나라도 자본주의시스템속에 귀의하여 평범하게 한쪽 구석을 자리잡을 것이라는 예견들이 거의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은 이들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 넘어 버렸다. 그동안 세계대전이후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세계를 지배해온 미국의 위상마저도 위협받을 정도로 중국의 거침없는 하이킥은 그 끝이 어디있지 모르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는 서서히 그 막을 내리고 있고 이제 팍스 차이나 시대는 아니더라고 적어도 팍스 차메리카나라는 양두시대가 도래한것에 대해 부인하기 힘든 형국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용의 유전자>는 이런시기에 중국을 재조명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책으로 보인다. 비단 저자는 징기스칸의 제국에서 그 시발점을 찾고 그리고 그들의 침략전쟁에서부터 중국이라는 용의 유전학적 기원을 찾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상 오늘의 중국을 가능케 한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곳에서 출발했다. 중국은 세계사를 통틀어 가장 먼저 제국이라는 조직체를 운영한 국가이다. 서양의 로마제국보다 먼저 출발한 진제국은 봉건시스템을 거부하고 중앙집권시스템과 관원대리라는 특유의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제국이라는 경영혁신을 가져왔고 이러한 시스템은 왕조가 바뀌어도 그 근본적인 틀은 고스란히 유지되어왔다. 이는 그 어느 조직체보다 오래된 시스템으로 서구 근대화라는 유별난 패러다임에 비록 굴복한바는 있지만 그 명맥은 세계사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오래토록 지속되어왔다. 그리고 지금 중국의 시스템은 세계각국에서 거의 채택되지 않고 있는 또 다른 독특한 시스템구조로 가지고 있다. 1990년대를 전후하여 냉전이라는 이데올로기시대가 종지부를 찍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한켠의 시스템을 고수하면서 지금처럼 그 영향력이 지대한 나라는 중국이외에는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또한 지금의 중국은 그 옛날 로마와 닮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로마가 인종과 출신성분에 큰 차이를 두지 않고 다각적으로 수용하고 자기것을 만들어 갔듯이 지금의 중국역시 그 이면에는 다른 정치논리가 존재하겠지만 한족뿐 아니라 기타 소수민족과 그들의 역사를 품어가서면서 그 세를 넓히고 있는 모습이 비슷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중국과 로마가 다른점은 무엇보다 그 목표의식의 차이점일 것이다. 중국은 얼마전부터 대국굴기라는 패러다임에 의해 역사마저 왜곡하고 포장해가면서 대국에 대한 강력한 열망에 쌓여있고 또 그렇게 대국을 향해서 피라미드를 쌓듯이 한단계 한단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열망은 사회주의라는 정치시스템의 비뚤어진 모습이라기 보다는 중국민족자체에 내재하고 있는 근원적인 욕망의 분출이라고 봐야 타당할 것이다. 

광할한 영토와 막대한 부존자원 그리고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는 나라 남들이 다 포기하고 사실상 실패작으로 기억될 정치시스템을 고수하면서도 가장 자본주의 색체가 짙은 나라, 바로 그 나라 중국이 지금 잠룡에서 서서히 하늘로 비상하는 비룡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라는 개혁과 개방의 시대를 넘어 이제 중국은 단 한가지의 목표를 향해서 세상에 자신들의 모습을 들어내고 있다. 그것은 바로 제국의 완성이다. 그 제국을 향해서 중국은 내부적으로 역사와 문화등에 걸쳐 다양한 레퍼터리를 창조하고 포장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조금의 세월이 흐르면 거의 완성될 단계에 도달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을 둘러싼 주변국의 시선은 그리 탐탁치 않은것이 사실이다. 그 옛날 로마라는 대제국이 해체되었던 점을 상기할 때 지금의 브레이크없는 중국의 미래도 실상은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지금처럼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시대에 일개 한국가의 독점적인 비약 특히 중국처럼 경제규모의 파이가 큰 나라의 도약과 그에 상응하는 추락은 또 다른 공황을 가져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제국을 논할때 항상 로마라는 제국을 그 사례로 말하는 이유는 다른것이 아니라 제국은 제국다워야 한다는것 때문일 것이다. 물론 제국이라는 자체가 가지는 불합리성을 제외하자는 말은 아니다. 단지 제국이라는 호칭에 걸맞는 국제적인 신뢰와 명망을 갖추는 것이 진정한 제국으로 자기매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중국의 모습은 비록 제국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지만 그 속내에는 그리 적절한 도약으로 비쳐지는 구석이 그다지 많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우려의 목소리가 높게 나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지척에 자리잡고 있는 우리에게 중국의 이러한 일련의 모습들은 많은 생각을 가져오게 하고 있다. 이번 책을 통해서 다시금 중국에 대한 새로운 조명과 그들의 사고방식 그리고 다양한 시각의 검토가 필요할 시점이다. 역사문화적으로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정작 그들의 속내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우리에게 중국을 새롭게 알게 하는 견인차 역활을 할 책이다. 다시금 중국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하는 책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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