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지배 - 평화, 민주주의, 자유 시장 - 자유주의를 떠받치는 세 기둥
마이클 만델바움 지음, 황원남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20세기 말 세계는 커다란 흥분에 휩싸였다. 비록 그 변혁의 징후는 그 전 시기부터 조금씩 대두되기 시작했지만 막상 사람들 눈앞에 현실화로 다가오자 다양한 의견과 더불어 한쪽 진영의 맥없는 승리로 끝난 것 같은 느낌 마저도 지울 수 없었다. 바로 공산주의, 사회주의의 대부였던 소련연방의 붕괴였다. 볼세비키혁명으로 전제군주국가였던 구 러시아제국을 프롤레타리아혁명으로 이끌고 그야말로 마르크스의 정치이론을 현실화 시켰던 세계의 한축이었던 소련의 몰락은 그와 함께 같은 노선을 걸어왔던 동맹국을 비롯하여 그 반대진영에 포함된 민주진영에 이르기 까지 다소 생뚱맞은 느낌마저 들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영국에서 촉발된 산업혁명이라는 패러다임은 인류역사상 볼 수 없었던 가치관의 대 변혁이었다. 그 전 중세시대의 마감을 고했던 르네상스, 과학사조혁명등 다양한 일대의 변혁이 있었지만 사실상 산업혁명만큼 파고가 크고 엄청난 여파를 가져온 패러다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 만큼 산업혁명은 물질적인 변혁 뿐만 아니라 관념적인 변화에도 파장의 여파가 대단했던 것이다. 한창 산업혁명이 절정기로 질주하고 있을때 독일출신 정치철학자였던 마르크스는 산업혁명이 가져온 자본주의라는 허울좋은 이면속에 숨겨져 있는 섬뜩한 칼날에 주목하면서 그 대안으로 사회주의 이론을 제시했고 당시 세계인들에게 정확히 말해서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 칼 마르크스의 대안은 그야말로 대안이 아닌 현실가능한 이론으로 받아 들여졌던 것이다. 러시아에서 시작된 사회주의 국가 창설은 이후 세계의 절반으로 이어져 나갔고 비단 마르크스의 기본적인 철학과 상이하게 전개되었지만 큰틀이라는 맥락에서는 마르크스의 견지를 추종해나갔다. 세계양차대전으로 제국주의가 막을 내리면서 세계는 민주진영과 공산진영이라는 양대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고, 모든 시스템에서 국가통제를 우선시 한 공산진영의 발전이 두드러지게 표출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구도는 민주진영의 싱거운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비단 중국을 비롯한 일부 잔존하고 있는 공산진영 역시 사회주의의 진정성을 의심케할 정도로 시스템적 변화를 가져왔고 결국 이 땅에 민주주의가 유일한 대안이자 패권자임을 재확인 시켜주는 절차적 확인성만을 보여줄 뿐이었다. 

마이클 만데바움의 <자유의 지배>는 이러한 민주주의 발생에서 정착 그리고 최종적으로 승리하기까지의 역사적 패턴과 사건들을 바탕으로 왜 민주주의이외의 사조가 왜 성공할 수 없었는가를 보여주는 민주주의 찬양서이다. 저자는 그 시발점을 1919년 민족자결주의로 알려진 윌슨의 선언에서 찾고 있다. 당시 세계1차대전이 끝난 상태에서 윌슨은 민족주권국가개념을 근거로 국제연맹의 창설을 주창하면서 자유,민주라는 개념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하지만 당시 세계는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민주라는 개념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었고 전후 사후 처리문제에 더 치중한 나머지 윌슨은 주장은 묻혀 버리게 된다. 이는 자국인 미국에서조차 받아들이기 힘든 사조였던 것이다. 결국 자유와 민주의 개념상실은 극단적인 파시즘과 제국주의의 확장으로 최악의 세계대전을 양산했고 그 결과는 너무나 비참했다. 이는 바로 자유와 민주 그리고 자유경제 시스템의 부재 결과였고 이들 3요소의 부재는 결국 공산진영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공산진영의 판정패로 끝난 지금의 시대는 분명 자유,민주,자유무역이라는 3요소가 세계를 이끌어가는 사조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탈냉전의 시대를 거치면서 이들 3요소가 자리매김하기까지의 상당한 희생을 겪었고 그 댓가는 당장 성패의 판단을 재단할 수는 없으나 핵심선도국 입장에서는 커다란 희생의 댓가로 쟁취한 역사적 위대한 산물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와 정치제도적 시스템의 자유 그리고 경제시스템의 자유화로 대변되는 지금의 세계가 과연 어디까지 지속되고 성장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에 명확한 해답을 던져줄 수 있는 비전 역시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이 시스템에 내재되어 있는 또다른 변수일 것이다. 저자는 이 시스템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향후 경제적 문제와 범지구적인 환경변화와 이에 적응할 수 있는 정치적 구조를 예로 들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전지구적인 환경변화는 인류가 처한 그 어떠한 위협보다도 큰 예측불가의 재앙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고 비단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고 난 후 발발한 미국발 서브프라임사태로 시작된 세계금융위기같은 경제시스템의 공격 또한 냉정시대를 겪으면서 안절부절하지 못했던 군사적 도발보다 오히려 더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사례들이다. 

또한 아직도 세계적으로 일부 국지적인 지정학적 위치에 놓여있는 주변국들의 예상치 못한 대량살상무기의 사용 또한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공산진영이라는 좋던 싫던간에 연대요소가 사라지면서 나홀로 개념이 팽팽해진 일부 주변국들의 도발행위는 탈냉전시대에 더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는 위험요소로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공산진영을 패배시킨 지금의 시스템이 우월하다는 생각 그 자체일 것이다. 솔직하게 표현 해서 냉전시대의 막을 종식한 것은 민주진영의 승리가 아니라 공산진영 자체가 가지고 있던 오류의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선례는 가장 효과적이라고 하는 민주진영의 시스템 또한 자체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다양하고 통제될 수 없는 요인들에 의해 언제든지 그 막을 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분명 현재까지 인류가 고안하고 창조했던 시스템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지속 성장 가능한 시스템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보완 또한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이제 200여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가진 시스템의 문제점들은 상상외로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더 우리자신 스스로가 잘 알고 있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일 것이다. 향후 전개되는 문제들은 20세기와 같은 무력적 충돌이나 대립과 같은 형국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제도적 시스템속을 파고들어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바이러스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충돌이나 대립으로 정의 될 것이다. 그러면에서 1919년의 윌슨의 주장이 새롭게 조명되는 지도 모르겠다. 

<자유의 지배>는 산업혁명이 대두된 민주자본주의의 역사를 통찰하는 역사서이자 미래를 예견케 하는 미래학서적이다. 피와 맞바꾼 프랑스혁명을 필두로 개인의 자유와 정치적 민주 그리고 경제의 자유라는 삼두마차가 이끌어온 시스템은 인류가 보아오고 겪어왔던 그 어떤 시스템보다 안정과 번영을 가져다 준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저자는 이러한 민주자본주의의 역사를 상고하면서 우리가 그토록 찬양하는 현 시스템의 굴곡과 그리고 허점들을 일목요연하게 지적하고 있다. 비단 그 중심에 미국이 서있고 미국중심적인 사고 또한 엿보이지만 결국 모든 주권국가들의 합의가 없고서는 과연 지금의 시스템이 지속되고 성장할 수 있을련지에 대해서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향후 민주시스템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가 다름아닌 미국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고 저자의 예측은 불과 6년후 미국발 경제위기로 재현되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핵심국 주변국을 뛰어넘어 이 시스템이 지속성장 가능하기 위해선 범세계적인 협의를 도출해 낼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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