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초월을 찾아서 - 한국유교의 종교적 성찰과 여성주의
이은선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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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의 역사를 발전지향적 단계별로 구분해 볼때 近代라는 개념은 기존의 고,중세에 비해서 물질적인 발전이 기하급수적으로 상향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각종 문명의 이기로 인해 인류는 불과 몇백년사이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문명화를 이루면서 수천년을 살아온 인류의 삶을 무색하게 하였다. 이러한 물질적인 발전과 더불어 우리가 지켜봐야 하는 것은 바로 정신적인 면의 발전을 들 수 있다. 민주주의, 자유주의, 개인주의, 그리고 남녀평등의 개념등 역시 물질적 발전에 못지 않게 엄청난 발전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近代化라는 대세속에 우리는 물질과 정신적인 양대축에서 많은 변화를 겪어왔고 지금도 그 변화는 진행중이다. 우리가 흔히 근대화라하면 바로 서구화 그리고 기독교화를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제국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국권을 상실하고 타의에 의한 해방을 맞이한 대한민국의 경우는 특히 근대화라는 기치아래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마치 그동안의 피해를 한꺼번에 보상이라도 받기위해서 말이다. 외형적으로 한강의 기적을 낳은 경제적인 발전은 차치하더라도 정신적, 제도적, 문화적인 면에서도 이 땅에 세워졌던 그 어떤 국가라는 개념보다도 확고한 위치에 올라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우리가 여전히 믿고 있는 하나의 종교같은 초월성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은 극히 없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이제 근대화를 완성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객관적인 기준으로 봐서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특히 남녀 평등의 문제(물론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는 패미니스트들도 있지만)는 과거 이나라의 정서적 기둥인 유교(성리학)사상으로 뭉쳐있던 시대에 비해선 상당한 발전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철저한 근대화의 영향으로 유교같은 낡은 사상의 가치가 부정되고 서구화, 기독화의 정서에 맞는 여성운동이 진정한 근대화의 축으로 인식되었고 또한 그런 방향으로 진행되었던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책 <<잃어버린 초월을 찾아서>>는 지금 우리가 이룩한 근대화라는 작업의 진행과정이 올바른 도구로 성립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 준다. 특히 유교(성리학)에 대한 그동안 부정적인 생각들 사회발전과 여권신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에 대해서 다시금 뒤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고 볼 수 있다. 

비록 필자는 감리신학대학원을 나온 기독교인이지자 확고한 패미니스트이지만 유교에 대한 생각을 기존의 여권신장운동론자들과는 사뭇 르게 접근하고 있다. 이 책은 유교를 종교로 인정하고 종교의 궁극인 초월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조선 영,정조시대 2명의 여성학자를 통해서 유교가 종교로서의 역활을 충실히 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또한 여성주의, 여권신장운동에서 유교가 그 기본 버팀목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책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그동안 우리 여성들의 발목을 잡은 유교사상이 어떻게 여권신장의 길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필자는 종교를 통해서 궁극적인 초월에 이를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 여권을 제고 시키는 방편이라고 본다. 기독교가 그렇듯이 유교에서도 종교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본다. 그 종교성이란 다름 아닌 聖人之道 규정되는 일련의 정신적 수행을 뜻한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여성선비학자 윤지당강정일당의 학문세계를 통해 성인지도의 길은 철저한 자기수행과정을 통해서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누구나 자신의 노력에 의해서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했던 것이다. 유교의 가장 근본적인 정신인 修身에서 齊家 治國 平天下에 이르는 과정을 스스로 보여 주고 있다. 즉 자신의 몸을 통해서 수도자의 고행과 같은 의미의 봉제사와 접빈객을 통한 유교 종교성의 초월을 몸소 실천하였던 것이다. 

우리가 근대화를 이룩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인 뿌리인 유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너무나 깊이 각이되어 있었다. 특히 여성의 경우 한집안의 딸, 한남자의 아내, 자식의 어머니라는 삼중고의 부정적인 생각들이 마치 여성운동이나 여권신장을 주창하는 이들에겐 철절히 배척되어야 하는 중세의 산물로 여겨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근대화라는 개념속에 숨겨져 있는 서구화와 기독교화의 몰이해로 인한 우리 전통의 말살을 불러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독교의 예배과정과 유교의 봉제사는 그 형식면에서 차이가 있을뿐이라고 생각된다. 예배를 통한 초월에 대한 감사의 표시와 봉제사를 통한 조상의 은덕에 대한 감사는 그 궁극적인 면에서 많은 차이는 없다고 본다. 단지 유교의 종교성은 내면적인 자기성찰에 그 주안점을 두고 있을 뿐이다. 

필자는 이 책을 통해서 지금 여성운동을 주창하는 이들이 마치 근대화의 화신인양하는 자세에 대한 실랄난 비판을 가하고 있다. 결국 그 집단의 고유정신을 밑바탕으로 외래사상과의 올바른 접목만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바람직한 이정표를 제시해 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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