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의 한국사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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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 밑에서 발견한 뜻밖의 역사 

소설이나 문학작품중에서 가장 관심이 가고 눈길이 가는 소재가 바로 남녀간의 사랑이야기일 것이다. 특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나 해서는 안되는 사랑을 다룬 소재이면 그 재미는 한 층 더할 것이다. 이번 책은 한국사중에서 특히 이러한 사랑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특히 후자인 불륜의 사랑을 다루어 당시 시대상을 좀더 재미있게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은 인조시대 우의정을 지낸 장유의 며느리 김씨, 정철을 사모한 기생 강아, 성종시대 동량인 신종호와 조위의 불가피한 사랑, 그리고 익히 알려져 있는 역관 홍순언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양녕대군의 아들딸인 서산군과 구지의 빗나간 불륜행각, 고려 공민왕의 노국공주에 대한 사모의 집착을 다룬 책이다. 선정된 인물별로 시대적, 개인적 상황설정등이 상당히 재미있다. 특히 필자가 챕터별로 후기형식으로 남긴 이들 고인과의 대화가 특히 눈길을 끈다. 비록 지금은 그 영혼조차 존재하지 않지만 마치 그들과 동시에 있는 듯한 설정을 통해 고인들의 최후변론을 보는 듯한 재미를 가해주고 있다. 그리고 각종 역사적 기록과 사진자료가 첨부되어 있어 지루함을 없이 읽어나가게 한 장점 또한 있다.  

책의 제목은 불륜의 한국사라고 하지만 내용중 몇몇 인물들의 경우 불륜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큰 의미에서 보면 불륜으로 볼 수 도 있을 것이다. 조선의 군주의 전제국가였고 신분제도가 명확한 신분사회였다. 특히 여자의 경우 사대부출신이나 하층민 출신이나 불구하고 남자들의 방침에 결정되는 삶을 살아야했던 시대였다. 특히 이런 남성중심의 폐쇄적 사회라 보니 이러한 빗나간 사랑과 관련된 일들이 종종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태생에서 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병자호란이후 발생한 '환향녀' 사건과 보더라도 이러한 사회구조의 취약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다. 또한 절대군주이외에는 그 어떠한 권력의 양분을 허락하지 않았기에 양녕대군과 그 자식들에 파생된 권력이탈의 후폭풍이 빗나간 형태로 분출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만든것이라고 본다. 

역사서라 하면 왠지 거창하고 위인들 중심의 역사서를 떠올리기 쉬우나 이러한 숨기고 싶은 역사 또한 엄연히 우리의 역사중 일부인 것이다. 사실 신분제 사회에서 이러한 불륜들은 그리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재들이 일개 개인사로 치부하긴에 위험할 수도 있다. 책에서 소개된 인물들의 행동과 시대적 상황을 접못시켜 보면 우리 역사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불륜을 저질런 이들에 대해서 지금의 잣대로 비판하긴에 상당한 무리가 있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지금의 시대는 엄연히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항상 양쪽의 스팩트럼으로 봐야 진정한 내막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 들이 살았던 시대는 개인의 삶보다는 가문 나아가 당 그리고 국가가 우선시 되는 사회였다. 지금의 민주주의 개념과 다른 이념들이 장악했던 사회였고 그런 시대정신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섣부른 평가는 금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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