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
우리 바깥 양반은 작은 펜션이 있답니다.
조붓한 앞마당에는 소주병, 플라스틱, 종이가 가득하고
음식물 쓰레기와 쌈 채소들이 꽁꽁 얼어붙었네요.
계절이 한 번 바뀌는 동안 화로는 또 새로 사셨군요.
스모키블루 룸 베란다의 제사 음식 옆으로
노란 어른 고양이, 갈색 아이 고양이가 살금살금.
어른 고양이 눈이 어두운지 코를 킁킁 생선 대가리를 찾아
어린 고양이에게 양보한다, 생긴 건 달라도 새끼인가 봐요.
우리 바깥 양반 거실에는 큼직한 고무나무가 세 그루나 있는데
인도로는 성이 차지 않아, 프랑스도 샀답니다. 신갈까지
다녀 왔다니, 지극 정성이죠. 윤기 나는 동글동글 귀여운 잎과
잔가지가 예쁘긴 합니다. 이 촌구석에 정화할 공기가 있긴 한지.
제 밥도 안 챙기는 주제에 고양이 밥을 꼬박꼬박 챙길 때는
꿍꿍이가 있지만, 눈 먼 고양이가 어떻게 뱀과 쥐를 잡나요?
백묘흑묘, 이 으슥한 펜션에 어슬렁어슬렁만 해줘도 감지덕지?
어휴, 는실난실 나른하고 게으른 이 남자야, 자기야말로 꼭 고양이 같으셔.
그래서 제가 첫 눈에 반했지 뭐예요, 이제 우리 결혼해요, 예?
물 한 그릇 떠 놓고 썩은 굴비 대가리 하나 올려두고, 불모의 암수가
황혼의 사랑을 나누니 당신은 어엿한 바깥 양반, 나는 안주인,
고목에 꽃이 필 리도, 피울 필요도 없으니 천국이 따로 없네요.
사랑하는 자기야, 우리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을, 아니 무디고
시큼한 마지막 키스의 추억이나 만들까요? 운명의 지침 앞에서
뒷걸음칠 것도 없이 구부정한 허리를 흔들흔들, 다리를 절름절름,
콧구멍을 벌렁벌렁 도둑고양이 생선 시체 더듬듯 무덤이나 팔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