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이타주의에 대해 생각했다

 

 

 

 

 

사과는 참 착한 과일이야

 

강의실에서도 먹을 수 있어 

걸을 때도 버스 기다릴 때도

버스 안에서도 먹을 수 있어

 

아이 주먹만한 사과 한 알

모양도 냄새도 소리도 좋아 

껍질도 뼈대도 씨앗도 좋아 

 

아삭아삭 살 맛 나는 그 맛

공기와 치아가 시리기 전에 

더 많이 먹어야지 단맛 참맛

 

사과로부터 목구멍의 갈증과 배의 굶주림을 구원받고 

이기적인 나에게도 이타주의 따위는 껌, 아니, 사과야,

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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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처음이라(2)

 

 

 

 

 

시는 처음이라

자신감이 생겨요

못해도 되니까 부담없이

마음 편하게 써요, 시는

 

처음에는 알약 한 알 삼키기도 얼마나 힘들었어요, 우리?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건

아가미로 숨쉬던 낙원을 잃은 설움 탓 아닐까요

개구리의 허파는 왠지 트라우마 같아요,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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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적으로(5) - 더럽고 소중해

 

 

 

 

1.

 

아이가 막 경련을 시작할 참이었다. 안 돼, 조금만 참아! 아이는 정말로 '잠깐멈춤' 같은 표정을 지으며 경련을 참는 것이었다. 엄마, 힘들어. 아이가 용케도 말을 해주었다. 경련보다 더 고통스러워 보였다. 차라리 그냥 해라, 엄마가 살려줄게. 이 말이 내뱉어진 즉시 나는 꿈을 탈출했다. 12시간에 육박하는 잠을 즐긴 아이 역시 빛나는 가을 아침을 맞이했다. 변기는 아이의 쾌변을 선사 받았다.

 

 

 

2.

 

"엄마, 내 똥은 더럽고 소중해!"

까르르, 세상 해맑고 천진한 웃음까지 덤으로.  

 

 

 

3.

 

세상에 살다 살다, 무슨 주사가 그리 아프노. 5시간 짜리 주사도 있는데 이건 아픈 것도 아니고 온몸에 진이 쫙 빠지고 잠도 슬슬 오고 억수로 힘들다. (그럼 주무시면 되잖아요?) 아니, 그렇다고 잠이 자지는 것도 아니거든. 집에서 맞는 주사도 약 들어갈 때 어찌나 아픈지. (그러게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지, 솔직히, 너무 막 사셨잖아요?) 그야 그렇지, 인정, 아빠가 인정한다.

 

 

4.

 

아빠의 항암은 12분의 8 완료, 남은 건 12분의 4

인생은 분모를 알 수 없고, 고로 분자도 알 수 없다

나-너는 몇 분의 몇 지점에 와 있는가

 

 

5.

 

내-네 인생은 더럽고 소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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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4) - 햇살의 맛

 

 

 

 

 

 

간밤의 가을비 덕분일까

아침 햇살이 너무 맛있어

햇살만 먹고 살고 싶어

눈코입 크게 뜨고 손발 쭉 뻗어 

해바라기 되어 해의 품으로

 

태양의 흑점은 놀라워라

꿈틀꿈틀 말미잘 에이리언

뾰족뾰족 흑색 아가리 모양

징그러움도 아름다움이어라

 

아이야 너는 은쟁반에 보름달을 준비해두렴

추석이 오면 소원을 한 옴큼 뿌리자꾸나

공책에는 '가을'이라 쓰고 '가을'이라 읽어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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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시 써요(3)

 

 

 

 

 

시는 처음이라

너무 설레요 부끄러워요 

그래서 써요, 시

 

삶은 처음이라

너무 떨려요 무서워요

그래서 많이 울어요, 여전히

 

중년은 처음이라

더 떨려요, 약 먹어도 떨려요

계속 떨림을 다잡고 살아요 

그래서 자꾸 써요, 시

 

노년은 또 어떨까 궁금하네요

무릎이 귀를 덮는 노파가 되어

시인의 마을 경로당에 가서

신나게 놀고 싶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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