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미디어셀러'라는 말을 처음 알았다. 우연찮게 한 후배가 아이유 얘기를 하기에 웃고 넘겼다. 아이유, 라니 '키작녀'들이 사랑하는, 특히 피터팬 칼라의 에이라인 미니 원피스가 잘 어울리는 패피, 셀럽. 얼마 전 장기하와 사귀다가 헤어졌다, 정도가 그녀에 대한 나의 지식이다.  그녀가 요즘 이 책을 읽는 모양이다.(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TV를 보지 않았고, 대학 이후 방/집에 TV를 두어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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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먹고살 길이 막막하다."

"걱정 마, 아이유가 열심히 읽고 있어."

"어? 아! 걔는 아직도 다 못 읽었냐?"

"야, 보통 사람들은 책 그렇게 빨리 다 못 읽어."

"그럼 언제까지 (다) 읽는데?"

"효리네 민박 끝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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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어제 서방님과 나눈 대화이다. 그러고 찾아보니 정말로 아이유가 책에 밑줄을 좍좍 그어가며 정독하고 있더라. 도무지 책이란, 독서란 무엇이냐. 저 미디어셀러, 라는 말이 또한 보여주는 듯하다. 아이유의 패션만큼이나 자극적인 것이 바로 책이다. 지적 허영심이라 불러도 좋다. 속물성, 스노비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의 본질, 심지어 본능이다, 굳이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의 허영과 속물스러움은 여러 다양한 것을 겨냥할 수 있는데, 그 중 책이 차지하는 위치는 여전히 독보적인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문화 자본' 중 책은 여전히, 향유하기에 제일 싼 것이다. 가령, 콘서트 티켓 값을 생각해보라. 많이들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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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기 이전에 독자로서, 그냥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적잖은 책을 읽어왔다. 그게 '업'이 된 지 오래,  책 많이 읽는다는 게 전혀 자랑도 뭣도 아니다.(곁들어, 직업에 귀천없다, 라는 말을 요즘 다른 식으로 긍정한다. 내 직업만 대단하다는 식, 혹은 힘들다는 식, 별로다.) 오히려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는지가 중요하고, 그 성과는 오로지 내 글을, 내 책을 씀으로써만 증명될 수 있다. 거의 20년쯤 전인 1999년, "종말에 대한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글 한 편을 휘갈겨 놓았다. 65.8매. 그것을 발라내 20.1매로 만들었다.(나는 보기 좋은데 여러분은 별로? -_-;;)  속을 들여다 보니 이런 책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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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다, 소설쓰다, 울쩍하여 몇 자 적었다. 이 울쩍함을 부채질하는 것이, 익히 예상했으나, 놀라울 정도로 형편없는 나의 운전(?) 실력. 어지간하면 5시간 교육에 시험을 보는 기능교육부터 절절 매고 있다. 어제까지 총 8시간, 도무지 안 되겠어서 2시간 더 등록. 하지만 10시간을  채워도 시험 볼 용기는 안 생길 것 같다, 에효.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순 없다! 아이유가 천천히 <카라마조프>를 읽는(그리하여 나의 초과 수업료를 해결해주는^^;;) 동안, 천천히 운전을 배워야겠다. 새로운 소설을 구상하면서. 설마 아이 입학할 때까지는 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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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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