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권 문학 좋아하지 않고 특히 미국문학은 거의 문외한이다. 그나마 영국 문학은 공부를 좀 해보려고 한 것 같지만, 프랑스나 독일 문학에 느낀 열정은 없었다. 돌이켜보니, 내 인생의 '짝짓기' 시즌이었던 이십대 중후반 이후(그때 만난 자와 10년 사귀고 결혼했으니, 조금만 더 채우면 20년이다!)  간만에 달뜸을 경험한 만큼 기념 삼아 내가 읽은 영국 문학을 정리해본다.

 

아무래도 1번은 셰익스피어. 대학 시절, 초록색 표지의 아주 조그만 책으로 된 셰-어 전집에 도전한 기억이 있다. 그래봐야 별로 접수하지 못한 것 같다. 나이 들고 비극부터 차근차근 읽어가고 있다. 책으로 읽지는 않아도 BBC 드라마와 수준높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희극, 로맨스, 사극 등도 많이 접하게 되었다. 명불허전이다. 셰-어는 지금은 치매로 요양원에 누워 계신 큰아버지의 전공이기도 하(했)다.

 

 

 

 

 

 

 

 

 

 

 

 

그 다음, 고등학교 때 읽으면 무척 -시피 봤지만 서른 넘으면서부터는 그 나름의 의미를 보게 된 작가. 제인 오스틴이다. 전집이 나온 건 지금 알았다, 깜놀. 책도 책이지만, 영화로도 익숙하다. <이성과 감성>에는 엠마 톰슨, 케이트 윈슬렛, 휴 그랜트, 알란 릭맨(지금은 고인이 된) 등의 배우들이 나왔던 듯하다. <오만과 편견>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영국의 사고방식, 생활 패턴, 성 모럴, 경제 관념 등등 모든 점에서 교과서인 것 같다.  

 

 

 

 

 

 

 

 

 

 

 

 

 

 

 

 

역시나 여성 작가들이지만 제인 오스틴과는 좀 다른 종류의(혹은 좀 떨어지는??) 재능의 소유자들. 그래도 우리는 이 두 소설을 아껴왔다. 헐, 앤 브론테가 번역된 건 지금 알았다.

 

 

 

 

 

 

 

 

 

 

 

 

 

 

 

 

그리고 19세기 문학, 혹은 소설사에서 빼놓으면 어딘가 미안한 작가, 찰스 디킨스. 살아생전에 그는 러시아 작가들에게도 모델이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읽지 못한!) 그의 <픽윅(?) 클럽>은 도..키가 좋아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대표작인 <위대한 유산>은 러브스토리가 아니라 고아소년 핍의 성장담, '젠틀맨-되기'의 드라마로 읽힌다. 귀국한 다음 30대 초반 어느 날, 도서관에서 <데이비드...>를 읽던 기억이 아스라하다.

 

 

 

 

 

 

 

 

 

 

 

 

 

 

 

 

19세기 영국 작가 중에 이런 자도 있었는데, 어느 시점부터 잊은 듯하다. 고등학교 때 읽은 <더버빌의 테스>를 쓴 토마스 하디인데, 언젠가 <주드>를 몇 장 읽다가 밀쳐둔 거 같다. 다시 보지는 못할 듯..ㅠ.ㅠ

 

 

 

 

 

 

 

 

 

 

 

 

 

 

 

그리고 요즘도 간혹 영화로 만드는 <채털리 부인의 사랑(연인)>과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아마 여고 시절 읽은 소설 중 최고로 야한 소설이었던 것 같다. 대학 들어온 뒤 <아들과 연인>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내친 김에 <무지개> 1권 읽고 유학간 듯.

 

 

 

 

 

 

 

 

 

 

 

 

 

 

 

 

20세기 영문학은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과 함께 나에게 알려진 거 같다. 박인환의 저 유명한 <목마와 숙녀> 덕분인데, 그녀의 소설("등대로/세월", 이런 책이었다)을 찾아서 열심히 읽은 기억이 있다. 그 지루한 소설을 너는 중교등학 때 읽었니, 라며 한 선배가 놀라워했다. 요즘 그녀는 오히려 에세이(강연문) <자기만의 방>으로 더 유명한 거 같다.

 

 

 

 

 

 

 

 

 

 

 

 

 

 

 

 

본인은 영국(잉글랜드) 작가 아니고 아일랜드 작가라고 생각하려나. 아무튼 싫지만 읽지 않을 수 없는 제임스 조이스도 떠올려 본다. 대학시절 영작문 시간에 <더블린 사람들>에 들어간 단편들을 영어로 강독하곤 했다. <율리시스>는 여전히 완독 못 했는데, 영원히 그럴 거 같다..ㅠ.ㅠ

 

 

 

 

 

 

 

 

 

 

 

 

 

 

 

그밖에 어린 시절 동화(<행복한 왕자>)로 제일 먼저 알게 된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이런 걸 고골의 <초상화>에 빗대어 보기도 했다. 이것도 영화로도 봤는데 헨리 경(?) 역을 중년의 콜린 퍼스가 잘 소화해냈다. 

 

 

 

 

 

 

 

 

 

 

 

 

 

 

 

 

왠지 느낌으론 20세기 작가인데, (지금 찾아보니-_-;;) 실은 19세기 작가에 스코틀랜드 출신.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보물섬> 등을 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어릴 때 <지킬...>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 비교적 최근에 펭귄판으로 다시 봤는데 너무 시시해서 놀랐다 -_-;;

 

 

 

 

 

 

 

 

 

 

 

 

 

 

 

이런 고딕의 원조는 18세기 영문학인데, 그 대표자인 앤 래드클리프는 조신한(^^;;) 레이디였다. 유감스럽게도 국내에는 소개가 안 되었지만, 도스토예프스키 초기작을 연구하며 러시아어본으로 몇몇 소설을 읽고 탄복한 바 있다. / <프랑켄슈타인>을 쓴 메리 셸리 역시 마찬가지. 심지어 아주 어릴(젊을) 때 쓴 작품. 여기서 잠깐 어릴 때 읽은 영국의 추리 소설도 떠올려 본다. 요즘 베네딕트 컴버비치가 열연 중인 <셜록>이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와 유관한지 모르겠다. (볼 시간이 없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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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편집자가 최근 영국을 다녀와, 사진을 투척해달라고 졸랐다. 아, 정말 따끈따끈한 사진이다! 흐리멍덩하고 꿉꿉해 보이는 날씨가 런던스럽다. 그 덕에 빨간 색이 돋보인다. 사진 속에 보이는 둥근 지붕의 건물이 세인트폴대성당, 저 다리가 밀레니엄 다리, 뭐 그런 모양이다. 원래 영국에 관심이 많지 않아, 지금 찾아보고 알았다. 실제 런던을 가면, 두 세 달 동안 내 시야를 어지럽힌, 젊은 날의 랄프 파인즈와 콜린 퍼스를 섞어 놓은 듯한 청년보다는 저런 노인들이 더 많을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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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4월도 중순. 내 인생의 운이 바닥을 치다못해 바닥을 아주, 마구 뚫어버릴 것처럼 되는 일이 없는 날들의 연속이다. '지하로부터의 수기' 같은 것이 쓰이면 딱 좋겠는데, 나는 지금 지층 생활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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