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신작 영화를 보지는 못했으나(못 볼 듯하다ㅠ.ㅠ) 어느 리뷰에서 이런 글귀가 읊어지는 장면이 있음을 알게(보게) 되었다. 사랑에 빠진 여자(배우)를 앞에 두고 남자(감독)가 책의 한 구절을 읽어준다.

 

사랑에 대해서 생각할 땐 일상적인 의미에서의 행복이나 불행, 일상적인 의미에서의 선함과 약함의 분류보다 더 고상한 것, 더 중요한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아무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이 소설은 수업 시간에는 잘 다루지 않으나 체호프의 단편 중 하나이다. 보다 더 대표작이고 교과서에 가까운 <상자 속 사나이(인간)>에 이어 '소(작은) 삼부작'으로 쓰인 소설 중 하나. 국내 번역본 중 하나는 아예 이 소설을 표제작으로 내걸었다. 표지 그림, 뜻밖에도(!) 추상화의 대가 칸딘스키가 그린 수채화이다.

 

 

 

 

 

 

 

 

 

 

 

 

 

 

사랑. 연애. 결혼. 쉽고도 어렵고, 또 어렵고도 쉽다. '개나 소나' 다 하는 것이면서(그야 짝짓기, 번식 이런 거니까 지렁이도 한다) 동시에 너무 고등한(!) 동물은 인간은 의외로 (잘) 하기 힘든 어떤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더더욱 체호프의 저 아포리즘 같은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리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역시나 체호프의 재능은 실제 이야기를 써나갈 때 더 돋보인다. 아마 그가 쓴 최고의 연애소설, 즉 멜로는 이 작품이리라. 민음사 체호프 단편선에 실린 <공포>도 나름 재미있다.

 

 

 

 

 

 

 

 

 

 

 

 

 

 

 

이 소설은 수업 시간에도 많이 다루지만, 사랑-불륜에 대한 체호프 나름의 성찰이자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체호프 나름의 화답이고, 중년에 바투 다가선 나이에 젊은 처녀를 만나 사랑에 빠진 작가 자신의 자전적 기록이기도 하다. 소설에는 유부남으로 설정되었으나 그는 기실 미혼이었다. 이 소설이 상기된 것은 어젯밤에 (요즘 나쁜 버릇이 생겼고나 ㅠ.ㅠ) 또 영화를 본 탓이다.

 

 

 

 

 

 

 

 

 

 

 

 

 

 

 

다들 보셨겠지만, 소설도 꼭 한 번 읽어보도록 만드는 영화다. 막상 보니 '사랑-성장(늙음)'보다는 오히려 법과 정의, 죄와 벌의 문제에 더 천착한 듯도 싶었다. 작가가 법학자에 판사니까 더 그럴 듯. 한나와 마이클(미하엘?)의 사랑은 후자의 문제를 더 도드라게 하기 위한 장치처럼 보이기도 할 정도. 그럼에도 이 부분 역시 무척 절절하고, 덧붙어 문맹(눈멂, 까막눈!)이 지니는 의미가 전체적인 주제와 너무 잘 어우러졌다.(결과적으로 "잘 몰라서"(무지) 행해진 범죄 역시 바로 그 '모름' 때문에 처벌받아야 마땅하다는 요지니까.) 나와 동갑인 케이트 윈슬렛의 훌륭한 연기로 표현된 한나의 고뇌(생계의 압박, 고독, 젊은-어린 연인에 대한 사랑과 질투, 열등감, 그럼에도 사랑 등)에 마음이 얼얼해졌다. 그럼에도 이건 독일이 배경이니까 독일 배우들이 연기했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독일 특유의 거침, 척박함, 깊음, 이런 것들이 좀 더 부각되도록.

 

아무튼 이 영화에서 거의 뒷부분, 한 10년째(?) 감옥에서 책 낭독 테이프를 받아온 한나가 글을 배우기로 결심하고 감옥 내 도서관에서 대출하는 책의 이름. 바로 "The Lady with a Dog"였다. 자막 없이 알아듣는 둥 마는 둥 보다가(덕택에 재판 내용을 잘 접수 못함 -_-;;) 여기서 귀가 번쩍 뜨였다. 한나는 대출한 책을 펼쳐 놓고 열심히 글을 배운다.(처음 줄 친 단어는 the.) 그게 바로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 ...에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다..."라는 소설이다. 그 다음, 유부남이자 소위 '선수'인 구로프와, 아이 없는, 아담한 체구의 유부녀 안나 사이에 연애가 전개된다.  

 

우리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문제. 돈과 여자(남자). 즉, 돈이 아니라면 사랑이다. 물론 연구할 만한 주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작가는 이광수, 염상섭, 이상이다. 이 세 작가는 각각 지사적 주체, 장인적 주체, 예술적(미적) 주체 등으로 정의되고 그들의 소설도 그 맥락에서 분석된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상을 제외하면 대개가 장편인 실제 작품들에 대한 분석이다.) 앞부분에서 조금만 옮겨놓는다.   

 

이광수는 계몽적 계기를 민족주의와 이상주의라는 형식으로 실천했고, 염상섭은 현재에 대한 성찰의  방식으로, 또 이상은 투철한 예술가 의식으로 구현해 냈다. 이광수에게 중요한 것은 문학적 글쓰기가 어떻게 민족적 주체의 보존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것인지의 문제 곧 정당성의 문제고, 염상섭에게 중요한 것은 글쓰기를 통해 포착되는 개인의 진정성이며, 이상의 경우는 미학적 모토로서의 새로움이야말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척도가 된다.” (28-29)

 

<무정>, <삼대>, <날개>(요것만 짧고나)만 읽어 봐도 세 작가의 사랑 묘사법이 그들의 개성만큼이나 또렷이 구분된다. 5월에는 <무정>을 꼭 완독하도록 한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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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노파 분장을 해 놔도 영롱한 눈동자가 아직 노년은 멀었음을 보여준다. "너, 다 컸구나..." 여기서 손 좀 더 오래, 정성껏 잡아주지..ㅠ.ㅠ 랄프 파인즈의 매몰찬(내적으로야 복잡하겠지만) 표정과 어투, 한 대 때려주고 싶더라.ㅋ  

 

 

케이트 윈슬렛. 보통 <타이타닉>으로 기억하지만, 내가 본 그녀 주연의 첫 영화는 토마스 하디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주드>였다.

 

 

여배우  치고는 참 안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삼십대 이후부터 돋보이는 듯.  강단 있고 자존심 강하고 어딘가 이지적으로 보이는(실은 문맹인데!) 얼굴이 (역시나 편견인가!) 영국 배우 같다. 백인의 장신이라  파란색 꽃무늬 민소매 원피스,  예쁘다. 남자 친구랑 같이 있으면 엄마 소리 듣고 미래의 변호사가 될 모범생 앞에서 문맹이라...ㅠ.ㅠ 애들도 다 읽는 메뉴판도 못 읽으니..ㅠ.ㅠ 나 역시 두 번의 호된 연애에서 비스므리한 경험을 (때론 역으로) 해본 터라 더 격하게 공감되었던 듯.  본의아니게(?) 스무살 연하를 사랑한 탓에 졸지에 늙은 연인이 되어버렸지만, 이 무렵엔 케이트 윈슬렛도 삼십대 중반밖에(!) 안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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