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던가, 사랑에 빠진 것 같다는 얘기를 쓴 기억이 있다. 그대로 밀고 가고 싶었으나 조금도 진척되지 않았다. 바빠서는 물론 아니고(사랑할 시간은 언제든지 있다! 그러게 사랑이다!) 아무래도 짝사랑이어서 그렇다. 모선배의 지당한 충고대로, 스무살도 아니고(그런데 요즘 스무살이 누가 이렇게 연애함?-_-;;) 짝사랑 얘기는 소설에나 쓰는 것이 좋을 법하다. 하지만 요즘 진짜 너무 바빠서(남의 소설 읽느라-_-;;) 직접 쓰지는 못하고 그런 소설을 몇 편 골라본다. 혹여, 기회가 되면 이런 주제로 강의를 해도 좋겠다 싶어 리스트 겸 만들어본다.

 

아무래도 연애소설의 정전은 젊은 괴테의 이 소설. 길이도 짧아 너무 좋다. 청춘, 낭만주의, 열정, 자살 등 모든 것이 '짧음'(찰나)과 무관하지 않다. 궁정식 사랑 이후 낭만적 사랑의 전범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본격 불륜(?)은 아니나 이 소설 역시 짝지 있는 여자를 사랑한다는 점에서 사랑-불륜 문제를 환기한다.

 

 

 

 

 

 

 

 

 

 

 

 

 

 

 

이 문제를 좀 진지하게 파고 들면, 언제나 재독하고 싶은 두 편의 프랑스 소설. [적과 흑]은 연애 소설이지만 [보바리]는 차라리 연애(욕망)의 환멸을 다룬 소설이다. 사랑의 격정을 더 맛보고 싶으면 전자를, 그 냉소를 연구(!)하고 싶으면 후자를.

 

 

 

 

 

 

 

 

 

 

 

 

 

 

 

 

결혼은 사랑의 무덤, 임을 실감한 석달이었다. 내 추억 속의 멋진 연인이 지금 나와 한 집에 살고 있는 이 남자, 라는 사실이 수시로 상기되었다.(그러려고 노력했다.) 사랑과 결혼의 문제 역시 소설이 즐겨 다룬 것인데,  그 초입, 즉 연애-청혼-결혼(식)은 아무래도 제인 오스틴을 따라갈 자 없겠다.  

 

 

 

 

 

 

 

 

 

 

 

 

 

 

 

 

 

정녕 영국식 정원-공원처럼 가뿐하고 경쾌한  우리 삶의 한 단면(연애, 청혼 등)은 결혼'생활', 즉 일상에 직면하면 전혀 다른 울림을 낸다. 아무래도 최고의 가정소설이자 불륜소설이자 사회소설이자, 뭐, 그냥 최고의 소설인 <안나 카레니나>. 그토록 정숙하고 도덕적인 여인(안나)마저 무너뜨린 그 대단한 사랑, 하지만 그 사랑조차 무참히 짓밟는 것은  결국, 연인의 배신 따위도 아닌, 시간-일상의 저력이다. (여기에 출산이 반드시 개입되어야 한다. 아이 낳은 여자, 즉 '아줌마'는 연애를 함에 있어 여러 모로 너무 골치이기 때문이다.) 정말 너무 참담하다...

곁들어, 불륜 소설의 경우, 아저씨(유부남)-처녀의 연애가 아닌 아줌마(유부녀)-총각의 연애가 성사되려면 절대적으로 총각이 부지런해야 한다. 아줌마는, 아줌마라는 말 속에 이미 육아와 살림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너무 바쁘고 너무 정신없다.

 

 

 

 

 

 

 

 

 

 

 

 

이어지는 최고의 연애소설을 꼽으라면 <롤리타>이다. 이제는 불륜조차 사랑의 힘을 증명(?)하지 못하는 어느 지점, 대단히 지적인 작가 나보코프는 소아성애라는 파격적인 주제로 사랑의 소설을 쓴다. 예술가소설이든 연애소설이든 나보코프의 키워드는 '맹목'이다. 눈 멀지 않으면, 그 정도로 격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

 

 

 

 

 

 

 

 

 

 

 

 

 

 

비교적 현대소설 중 연애소설을 꼽으라면 혹자는 하루키를 기억하겠으나 나는 쿤데라의 학구적이고 분석적인 소설이 좋다. 젊은 날의 다니엘 데이 루이스, 줄리에트 비노쉬의 열연이 두드러졌던 영화 <프라하의 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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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더 많은 목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 <닥터 지바고>, 뭐 이런 것도 넣어야 할 듯도 하다.) 로맨스는 우리를 영원토록 흥분시키니까. 어쩌면 그렇기에 더더욱 연애 소설의 새로운 문법을 확립하기 힘들다.

 

 

 

 

 

 

 

 

 

 

 

 

 

 

 

 최근 겸사겸사, 없는 시간 쪼개서 토막토막 (다시) 본(보고 있는) 영화. 

젊은 날의 비노쉬는 물론 매력 있지만, 나는 그녀가 프랑스 영화에서 프랑스어로 말할 때 더 좋다. 여주인공 역을 맡은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도 좋다. 그녀의 이지적이고 상당히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이 오히려 이 배역에는 잘 맞는 듯. 미모가 너무 돋는(특히 관능적이고 섹시한) 여배우가 맡았다면 영화가 좀 천박해졌을 법하다. 예전엔 그냥 지나쳤던 듯한데 콜린 퍼스(미스터 다~시!)도 새롭게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돋보이는 건 랄프 파인즈. 이 배우를 처음 본 건 <폭풍의 언덕>(비노쉬와 함께 나왔는데, 뭔가 부조화스러운 영화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다음, 다들 그렇겠지만, <쉰들러 리스트>의 아몬 괴트. 그리고 <잉.페.>인데, 그의 눈빛이 스크린을 뚫을 것 같다! 콜린 퍼스와는 다른 느낌을 주는 저음의 대단히 딱딱하고 날카로운 영국식 영어 발음,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그는 짧게 깎은 머리가 무척 잘 어울린다. 아마 그래서 히스클리프보다는 아만 괴트, 알마시 등의 모습이 더 매력있어 보이는지도.  겸사겸사, 알마시와 캐세런의 뒷부분 정사 장면 어디에서 <안나 카레니나>가 언급된다. 역시, 연애소설의 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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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영어(미국 말 영어 말고 영국 말 영어)를 좀 잘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한 시절 대영제국이라 불린 이 나라의 말을 실제의 대화 상황에서 (아주 조금이지만-_-;;) 경험하는 느낌이 무척 새롭다. 지금껏 영어권 원어민과 대화를 나누어본 경험이 전무한 탓이기도 하겠지만, 음, 역시 이건 사람-개인의 문제인 것 같다... But i didn't mean it!

 

그래서, 끝으로, 영국의 연애소설 두 편을 꼽아본다. 둘 다 너무 로맨스라 소설사적 의미가 잘 찾아지지는 않지만(그래서 위에서 빠졌다), 어쨌거나 우리의 성장기부터 함께 해 온 사랑, 심지어 (여성작가들이 써서 그런지) 소녀들의 연인이다. 개인적으론 히스클리프 쪽이 미스터 로체스터보다는 더 끌렸던 듯.

 

 

 

 

 

 

 

 

 

 

 

 

 

 

 

 

 

애 잠든 뒤 (정말 간만이다!!!) 밤에 영화를 봤더니 하루 종일 졸린다. 빨리 정신 차려야하는데 짝사랑도 사랑인지라(웃어야 하나?!) 잘 차려지지 않는다. 어디서 스팸 전화라도 한 통 와주면 좋겠다 싶은 오후. 이 또한 지나가겠지.

 

 

이건 오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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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4 22: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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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5 10: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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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7 12: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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