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의 법칙 





1. 



쥐라면 족제비도 잘 잡는다, 그러나 

족제비는 닭 오리도 잡고 냄새도 난다, 그래서

쥐잡이 가축으로 간택된 것은 고양이였고, 엇비슷하게  

참나무를 길들이지 못한 데는 다람쥐의 경쟁력이

너무 큰 탓도 있었다죠? 


가축화된 동물은 다 엇비슷하고 

가축화되지 못한 동물은 제각기 이유가 있다.

작물화된 식물은 다 엇비슷하고

작물화되지 못한 식물은 제각기 이유가 있다. 


역시 톨스토이를 읽을 수밖에. 


행복한 가정은 다 엇비슷하고, 여러분,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불행, 그러니까 그럴 만한 이유가 있거든요. 




2. 


허리, 다리, 머리, 눈, 손가락에 이어

'중년 무릎' 탁탁 치니 절로 뜨는 것이

관절, 하지만 나의 고민은 

철저히 미학적인 것, 주름이올시다!

동그랗고 매끈하던 내 무릎에 

어느덧 물결 무늬 파도가 일렁여 더는 

짧은 치마를 입을 수가 없구나, 아니, 

푸른괭이야, 쉰이면 청춘이지, 그러나,

아, 꽃샘 추위에 무릎이 시리구려! 


역시 중년의 미학은 실학이 될 수밖에.  


멀쩡한 기관은 다 엇비슷하고 

망가진 기관은 제각기 이유가 있다

건강한 사람은 다 엇비슷하고

아픈 사람은 제각기 이유가 있다. 



3. 


총에서 균, 균에서 쇠까지 와 보니

인생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 

자연은, 그리하여 역사는  

이편이 아니라 저편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던가. 


역시 저 사랑하는 니체의 운명애로 도피할 수밖에. 




*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은 모두 엇비슷하고 가축화할 수 없는 동물은 가축화할 수 없는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 <안.카.> 첫 문장 인용) 이러한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은 인류사에서 지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동물의 가축화에 대해 설명해 준다.(23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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