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읽는다. 자료를 뒤지면서 새로웠던 것이, 이 소설을 쓸 때 메리 셸리가 18세 소녀^^;였다는 사실에 덧붙여, 이미 두 아이를 출산한 경산부(얼마나 정겨운 말인가! - 이상의 소설인가에서 처음 알았다)라는 사실이다. 그 중 한 아이는 죽은 모양이다. 어떻든 셸리는 <프-인>을 쓸 때 이미 아이 엄마였다. 뭘^^; 좀 하는 엄마들은 요즘도 죽겠노라고 울부짖는데, 18세기후반 19세기 초반의 그림은 어땠을지. 저 소설이 창조되는 배경 중 하나가,,, 오두막(??)에 둘러앉은 퍼시 셸리, 바이런, 또 누구(?), 메리 셸리 등의 잡담-이야기다. 이런 그림 자체가 가능하다는 것이 이미, 영국이 얼마나 선.진.국.이었는지를 모여준다. 그들은 먼저 갔고 지금 보면 당연히 저만큼 가 있는  것이다. 테레사 메이 전 총리 옆에 항상 다소곳이(약간 꺼벙하게?^^;) 서 있는 남편 필립이 항상 인상적이었다. 필립-메이 vs. 트럼프-멜라니아.

 

아무튼. '엄마' 셸리가 쓴 <프-인>은 어쩌면 그 무엇보다도 '피조물(창조물)에 대한 사랑'을 얘기하는 듯도 싶다. '괴물'이 가장 괴로워하는 것은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의 편견과 달리 '괴물'은 굉장히 명민하다. 이른바 EQ를 측정할 수 있다면 그 역시 결코 낮지 않을 법하다. 그는 사람들 속에 들어가고 싶어 하고 그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어한다. 또래 집단(2차 집단)에서 그게 힘들더라도, 그를 품어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부모, 특히 엄마이다. 하지만 이 괴물은 안타깝게도, 태어나자마자 자신이 저주와 경멸과 분노의 대상이었음을 알게 된다. 자기처럼 흉하게 생겼기에 오히려 자기를 사랑해주고 함께 살 '짝'을 만들어달라, 라는 부탁, 절규가 참 절절하다.

 

이른바 '제2의 성'으로서 메리 셸리의 입장은 프-인 박사보다는 '괴물'에게 더 가 있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엄마'로서 그녀의 입장은 후자보다는 또 프-인 박사 쪽이었을 법도 하다. 내가 낳은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입장. 우리가 손쉽게 사랑이라고 부르는 그 본능적 감정, 감각의 덩어리야 크지만(왜 감각이냐 하면, 아이에 관한 한, 항상 몸이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 역시 굉장히 복잡다단한 것이다. 특히, 내가 낳은 아이가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아야 하는 엄마의 입장이란.... 다시금 상기한다, 박완서의 수필을 통해 알게 된 표현. 참척의 고통.

 

전기를 보면 메리는 총 5명의 아이를 낳고 그 중 4명이 사망하는 아픔을 겪는다. 아시다시피 메리의 엄마 역시 메리를 낳다가(낳은 거의 직후) 사망한다. 출산이란 그런 것, 두 생명의 치열한 각축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 이후, 양육과 교육은, 요즘 내가 많이 고민하는 것이지만,  더 큰 시련을 예고한다.(많은 정치인들이 여기서 걸린다^^; - 조 바이든은 정치적 올바름을 떠나서 트럼프보다 재미가^^; 없다 ㅋ) 아마 메리가 '엄마'로서 체험한 것, 고민한 것이 없었더라면 이 소설이 문학사에 남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비슷하게, 어린 처녀^^;가 쓴 <폭풍의 언덕>과 비교해도 그렇다.

 

 

 

 

 

 

 

 

 

 

 

 

 

 

 

 

로맨스(사랑과 열정과 배신과 복수와 죽음 등) 이상의 어떤 것, 그것과 함께 혹은 그 이후에 오는 것  - '아이. 쉽지 않은 문제다. 특히, 아이-피조물이 이렇게 외칠 때.

  

- 제가 청했습니까, 창조주여, 흙으로 나를 인간으로 빚어달라고? / 제가 애원했습니까, 어둠에서 끌어올려달라?”(...)

 

 

 

 

 

 

 

 

 

 

 

 

 

 

<실낙원> 아담의 영국 버전이 프-인 피조물의 절규.

그것의 소비에트판, 싸다각^^; 싸가지 없음의 절정 버전이 샤리코프의 절규.

 

 

 

 

 

 

 

 

 

 

 

 

 

 

 

 

그래, 당신은 항상 그랬어... 침 뱉지 마라. 담배 피우지 마라. 저리로 가지 마라... 이게 정말 뭐야? 여기가 전차 안이라도 되는 모양이군. 어째서 날 못살게 구는 거지?! 그리고 아빠란 단어와 관련해서 이건 순전히 당신 잘못이야. 내가 수술해달라고 청한 적이나 있냔 말이야?”

사내가 흥분해서 계속 짖어댔다.

그래, 정말 멋들어진 일이야! 나 같은 동물을 잡아다가 칼로 머리를 길쭉하게 잘라서 줄무늬처럼 만들어놓고는 이제 와서 이렇게 경멸한단 말이지. 난 수술을 허락한 적이 없어. 마찬가지로... (사내가 무슨 간단한 공식이라도 기억해내려는 듯 천장 쪽으로 눈을 돌렸다) 내 친척들도 허락한 적이 없어. 따라서 난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단 말이야.”(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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