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느낌일까?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65
나카야마 치나츠 지음, 장지현 옮김, 와다 마코토 그림 / 보림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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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히로야. 책 속의 주인공에게 편지를 쓰는 건 이번이 두번째이구나. 존경하옵는 샐리 맥브라이드 원장님 다음이 너라는 게 참 기뻐.

히로, 너의 이름이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난 제멋대로 hero라고 생각해. 조금 거창하다고? 아냐, 절대 그렇지 않어. 넌 나와는 비교도 안 되게 커다랗고 깊은 생각을 하는 사람인걸. 나보다 나이가 조금 어리다고 내 맘대로 반말 하는 게 미안하게 여겨질 정도로.

난 지금껏 너와 같은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 안 보인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안 들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아빠도 엄마도 없는 건 어떤 느낌일까? 움직일 수 없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너의 그 어떤 질문에도 난 대답할 방법이 없어 우물쭈물하게 되는구나. 게다가 난 네 나이에 우주에 대한 생각, 분자에 관한 생각, 고대에 관한 생각 같은 거 알지도 못했는걸. 슬그머니 미소 짓고 있는 너와 너의 친구들을 보며 마냥 부끄러울 따름이다.

히로, 넌 그런데 학교를 안 다니는 거니? 일요일에만 친구들을 만나는 건 아닌지 걱정되는구나. 그 외의 다른 날은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생각만 하는 거니? 그렇게 자꾸 자꾸 몸보다 생각만 커지는 거니? 너의 환한 미소에도 불구하고 그 생각을 하니 못 견디게 눈물이 나는구나.

내 딸이라도 부지런히 매일같이 너의 친구가 되어주면 좋을텐데, 5살 딸아이에겐 너무 무리한 부탁이었나봐. 눈을 감고 무슨 소리가 들리나 귀기울여 보라고 하니, '해람이 찡찡거리는 소리밖에 안 들려!'라고 깔깔대고, 귀를 막고 뭐가 보이는지 말해보라 했더니 '해람이가 자꾸자꾸 나만 봐요. 누나가 좋은가봐요'라며 키득거리고, 움직이지 않고 생각을 해보라고 하니, 어느새 쿨쿨 잠나라에 가버리지 뭐니?

비록  첫 시도는 실패했지만 우리 딸이 히로를 닮아 생각이 큰 아이가 되길 바라며 너의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고 보여주고 생각하게 할게. 분명 마로도 치미 못지 않은 너의 친구가 될 거야. 그리고... 음... 너만 괜찮다면... 나도 너의 친구가 되고 싶어. 우주나 분자나 고대와 같이 어려운 생각만 하지 말고 가끔은 덩치만 큰 이 친구 생각도 해주렴. 그럼 우린 마로 말대로 꿈속에서 만나 재미나게 놀 수 있을 거야. 어쩌면 눈이 안 보이는 마리도, 귀가 안 들리는 사노도, 부모가 없는 키미도, 반신불수인 히로 너는 물론 철없는 아줌마 친구와 5살 철부지 마로와 갓난 해람이까지 꿈에선 훨훨 날아다닐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우린 깨어나서 더 많은 친구들에게 얘기를 해주는 거야. '날아다니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난 경험해본 것 같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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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10-17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좋은가 봐요. 검은비 님 리뷰 보고도 생각했는데. 읽는 이의 맘을 움직이는 책 같아요. 나중에 혹시라도 아이가 생긴다면 조선인 님 리뷰들이 얼마나 귀중한 자료가 될까, 생각하고 있답니다. 너무나 꼭꼭 잘 짚어 주세요.

조선인 2006-10-17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영엄마님 리뷰를 읽고 바로 샀더랬어요. 이렇게 정신 번쩍 나게 하는 그림책, 드물어요.

하늘바람 2006-10-17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요? 그럼 저도 보관함에 담아야겠네요

울보 2006-10-30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조선인님 저도 이책 참 좋았어요,

조선인 2006-10-31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은 참 착실하기도 하지. ㅎㅎ
울보님, 예, 고맙습니다. 사실 좀 뜻밖이었어요. 단숨에 써내려간 리뷰인데, 제 리뷰보다 책이 워낙 좋아서인듯. *^^*

아영엄마 2006-11-01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모.. 제가 늦게 발견했네요. 리뷰 당선 축하해요..^^

조선인 2006-11-02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고마워요.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