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람이를 가진 후 가까운 이의 부고가 잦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에 이어 절친한 후배 ㅊ의 어머님이 지난 일요일에 돌아가셨고,
오늘은 옆지기의 외할머님 부고를 받았다.
그동안이야 우리가 무신론자이고, 시댁은 기독교, 친정은 천주교니, 크게 눈치 안 보고 조문을 다녔다.
외할머니나 외할아버지 조문갔을 때 종손인 사촌오빠에게 조금 꾸지람을 듣긴 했지만,
절 안 드리고 상가 음식 안 먹는 거로 절충해 무마.
ㅊ의 경우, 친정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얼떨결에 5일장을 치르는 내내 곁을 지켜주고 일까지 해준
정말이지 절친하다는 말로는 아쉬운, 은인같은 후배이다.
올초 ㅊ의 어머니가 췌장암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내가 다 하늘이 노래지는 거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그동안 병간으로 힘들어하는 ㅊ에게 전화만 몇 통 넣었을 뿐
끝내 문병 한 번 가보지 못하고 부고를 받은 것이다.
부고를 늦게 받아 일요일은 가보지도 못 하고 월요일 오후 조퇴를 하여 조문을 갔더랬는데,
그 날 무리한 결과 다음날 아침 아주 약간이긴 하지만 하혈을 하고 서둘러 휴가를 내게 되었지만,
안 갔더라면 평생 못 갚을 그 빚 때문에 더 힘들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요물스러운 것이, 옆지기의 외할머니 부고는 영 덤덤하다.
딱 2번 밖에 뵌 적이 없어서일까나, 시어머님만 안쓰러울 뿐이다.
게다가 솔직히 고백하면 이 와중에 옆지기가 사흘간 집 비울 것이 더 걱정.
공사한다고 작은방에 있던 모든 짐이 마루에 쌓여있고,
내일은 배선공사 때문에 냉장고를 밖으로 들어내야 한다고 하고,
장마로 인해 계속 공사가 지연되어 일요일마저 공사를 한다고 하는데,
옆지기 없이 그 난리굿을 내가 혼자 감당할 수 있겠나 싶기도 하고,
행여 그 사이 조짐이 다시 있어 입원하게 되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이기적인 걱정만 자꾸 쌓이는 거다.
에휴, 정말 못난 나를 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