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탄역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1시간이 걸렸지만 어쨌든 경기도 삼남길 9코스 진위고을길을 마저 걷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딸 아들도 함께 걷기로 했다.
삼남길을 본격적으로 걸어가려는 찰나! 하필 발견한 마로카페. 어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날까.
잊고 있었는데 진위고을길은 유독 산이 많다. 지금은 부락산으로 불리지만 예전에는 흰치고개로 불렸단다. 주변에 아파트단지가 많아 등산객이 제법 많다.
등산객이 한산해진다 싶었더니 어느새 새로운 산으로 이어져 있다. 슬쩍 스마트폰으로 피아노곡을 들으며 조용하고 맑은 공기를 즐겼다. 아들은 다람쥐마냥 산길을 저만치 앞서가고 나는 딸과 헛짓놀이를 해가며 슬금슬금 뒤따랐다.
평택 최고의 험로 흰치고개길을 마침내 내려오면 원균사당이 나와 다리쉼이 가능하다.
저수지 옆에 묘가 있어 풍광이 이채롭다. 이 곳이 명당인건지 주변 집들이 으리으리하다.
여기서 진위고을길이 끝나고 소사원길이 시작한다.
원균묘 근처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헉. 딱 하나 있는 음식점이 문은 열려 있는데 사람이 없다. 그 후로는 온통 물류단지라 한참만에야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정말 숨돌릴 새 없이 싹싹 먹어치웠다.
평택종합물류단지를 지나느라 점심을 늦게 먹은 것도 짜증났는데, 그 다음은 대형트럭이 질주하는 평택칠괴산업단지였고, 그 다음 옥관자정은 박정희의 새마을운동 기념비였고, 그 다음은 신촌택지개발예정지구로 온통 공사장. 한 마디로 갈수록 가관이다. 우회로 안내지도는 도저히 알아볼 수도 없어 그냥 버스 타고 평택역으로 향했다. 한참 개발이 진행중인 평택은 유독 삼남길이 끊긴 곳이 많다.
평택시는 굿스테이가 없어 그나마 믿을만한 게 관광호텔이다. 온돌방이 뜨끈뜨끈해 지친 다리를 쉬기 괜찮다. 덕분에 애들이 방바닥에 늘러붙어 저녁도 치킨배달로 떼워버렸다.
아침으로는 미리 사놓은 컵라면과 누릉지와 군계란을 숙소에서 먹었다. 공사구간 투성이인 삼남길을 다시 만나는 대신 아예 안성천에서 올라가는 방법을 택했다. 덕분에 한가로이 농로를 걸을 수 있었다.
삼남길 여행의 마지막을 기념하며. 참 뜬금없는 위치의 기념비다 싶었는데 삼남가는 길목이라 세웠단다. 여행의 주제와 맞닿은 거 같아 뭔가 뿌듯하다.
버스를 타고 도로 평택역으로 돌아왔다. 점심은 우족탕과 꼬리곰탕. 첨가물이나 기름기 없는 국물맛에 잡내가 없어 45년 전통을 인정하게 된다.
원래는 오후시간을 이용해 평택호에 놀러갈까 했는데 엄마 사정상 생략하기로 했다.
에필로그
딸아이의 중학교 졸업과 고등학교 입학을 기념하는 여행이었다. 길을 걸으며 이것저것 각오도 다지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자 싶었는데 막상 진지할 기회는 없었으나 그래서 더 좋은 시간이었다.
다음에는 수원에서 인덕원까지 서울 가는 삼남길을 마저 같이 걸으면 좋겠다.